책소개
참칭의 역사
역사적으로 참칭은 거짓 왕이나 거짓 정부를 지칭하는 말이다. 참칭을 순전히 러시아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다른 어느 국가보다 러시아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참칭 문제를 간과하고 러시아 역사를 기술할 수 없을 정도다. 역사학자 클류체프스키의 말에 따르면 “가짜 드미트리 1세가 출현한 이래 참칭은 국가의 만성 질병이 되었다”는 것이다. 러시아 참칭 문제는 푸시킨, 고골을 비롯한 러시아 문학가들에게 좋은 소재가 되었다. 18세기 러시아 문학을 이끈 수마로코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수도사 오트레피예프는 폴란드에서 세력을 규합해 자신을 죽은 드미트리라고 주장하며 러시아 황궁에 입성했다. 그러나 집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민중 봉기 조짐이 보인다. 폭정 때문이다. 그가 가짜라는 소문이 퍼지고 반란의 조짐은 점차 현실화해 가짜 드미트리를 압박한다. 슈이스키와 파르멘까지 반란에 가담하면서 그의 몰락은 더욱 분명해진다.
18세기 러시아 문학
18세기 러시아 문학에 대한 연구는 세계 어디에서나 상당히 열악한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18세기 러시아 드라마는 대부분 번역되지 못했다. 이번 18세기 드라마 번역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전문가들이 많이 배출되어 18세기 작가와 작품에 대한 훌륭한 연구와 분석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200자평
러시아 동란의 시기에 열한 명의 참칭 황제가 등장한다. 수마로코프는 그중에서도 참칭자 드미트리 1세를 소재 삼아 역사 드라마를 완성했다. 18세기 러시아 고전극의 진모를 확인할 수 있다.
지은이
알렉산드르 수마로코프는 1717년 11월 25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러시아 최초 전업 작가로 시인이자 극작가였다. 18세기 러시아 문학사에서 수마로코프는 고전주의를 정초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프랑스 신고전주의 드라마에서 영향을 받아 프랑스 연극 관례를 러시아 사극에 이식했다. 이로 인해 ‘북방의 라신’이라는 영예로운 명칭을 얻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을 ‘북방의 라신’이나 ‘러시아의 볼테르’로 생각했고, 문학사가들은 그를 ‘러시아 연극의 아버지’로 간주했다. 당대 유명한 저널리스트 노비코프는 ≪러시아 작가에 대한 역사 사전의 시도≫에서 수마로코프의 작품이 “베르길리우스와 동급이며, 라신의 ≪페드르≫와 장 드 라퐁텐의 작품들을 훨씬 능가한다”고 평가했다. 대체로 해피엔드로 끝나는 수마로코프의 비극은 사랑과 의무 사이의 갈등을 묘사한 반면, 희극은 무지와 지방적 편견에 대한 풍자였다.
기품 있는 귀족으로서 귀족의 의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부패한 관료와 농노제의 악폐를 폭로하는 잡지 ≪부지런한 꿀벌≫(1759)을 발간했다. 또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설립한 최초의 상설극장에서 연출가(1756∼1761)로도 활동했다.
생전에 희극 수 편과 비극 9편을 남겼다. 비극 작품으로는 ≪호례프≫(1747), ≪햄릿≫(1748), ≪시노프와 트루보르≫(1750), ≪아리스톤나≫(1750), ≪세미라≫(1751), ≪야로폴크와 지미자≫(1758), ≪뱌체슬라프≫(1768), ≪참칭자 드미트리≫(1771), 그리고 ≪므스티슬라프≫(1774)가 있다. 모두 고전주의 비극을 모방했고, 연극의 삼일치법칙을 준수했다. 프랑스 고전주의에서 영향을 받아 작품을 썼지만 등장인물과 시대 배경은 러시아 역사의 자료에서 나왔다.
예카테리나 2세의 총애를 잃자 은퇴해 가난하게 살다 1777년 10월 12일 모스크바에서 사망했다.
옮긴이
조주관은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 입학해 러시아어문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OSU) 대학원 슬라브어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 논문은 <데르자빈의 시학에 나타난 시간 철학(Time Philosophy in Derzhavin’s Poetics)>이다.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세계문학연구소 학술 위원을 지내고, 2000년 2월에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시킨 메달을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논문으로는 <데르자빈의 시학에 나타난 바로크적 세계관과 토포이 문제>(교과부장관상 수상)가 있고, 저서로 ≪러시아 시 강의≫, ≪러시아 문학의 하이퍼텍스트≫, ≪고대 러시아 문학의 시학≫(문광부 우수학술도서), ≪‘죄와 벌’의 현대적 해석≫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러시아 현대비평이론≫, ≪시의 이해와 분석≫, ≪주인공 없는 서사시≫, ≪말로 표현한 사상은 거짓말이다≫, ≪자살하고픈 슬픔≫, ≪오늘은 불쾌한 날이다≫, ≪루슬란과 류드밀라≫,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검찰관≫, ≪타라스 불바≫, ≪보리스 고두노프/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아흐마둘리나 시선≫, ≪보즈네센스키 시선≫, ≪오쿠자바의 노래시≫,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중세 러시아 문학(11∼15세기)≫, ≪16세기 러시아 문학≫, ≪17세기 러시아 문학≫, ≪17세기 러시아 풍자문학≫, ≪참칭자 드미트리≫(18세기 러시아문학 시리즈1), ≪노브고로드의 바딤/마차 때문에 일어난 불행≫(18세기 러시아 문학 시리즈2) 등이 있다. 현재 18세기 러시아 문학 시리즈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부록: 18세기 러시아 연극 이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드미트리: 영혼이여! 이제 지옥으로 가라.
영원히 그곳의 포로가 되어라!
(자신의 가슴을 단검으로 찌르고
경비대 팔에 쓰러져 숨을 거두면서)
아! 이 세상도 나와 함께 멸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