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초록 앵무새>, 진지함, 코미디, 삶, 연극이 뒤섞인 인간 실존의 모습을 그린 작품
이 작품은 1899년에 초연되었으며 1958년에는 오페라로 공연된, 단막의 ‘그로테스크’ 극이다. 프로스페르는 ‘초록 앵무새’에서 매일 저녁 공연을 한다. 이 작품의 배경은 파리의 거리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바스티유 감옥으로 민중들이 돌진하기 시작하는 1789년 7월 14일이다. 이날에도 ‘초록 앵무새’라는 술집에서는 공연이 펼쳐진다. 관객으로 온 귀족들은 프로스페르로부터 욕을 먹거나 위협을 당한다. 술집 주인 프로스페르와 배우들은 범죄자를 연기하고 관객들인 귀족들은 이를 관람하지만, 어쩌면 배우들이 범죄자일지도 모른다는 함의가 이 작품 안에 숨어 있다. 슈니츨러는 1899년 1월 12일 게오르크 브란데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 작품이 난관에 부딪쳤는데, 그중 하나가 <초록 앵무새>다. 그들은 베를린에서 이 작품을 상연하는 것을 금지했다. (…) 이 작품은 파리 바스티유 감옥이 붕괴된 날 저녁에 상연된다. 그러나 나는 ‘피 냄새’를 제거해야 한다.”
그가 프랑스 혁명 초기의 파리 귀족과 세기말 상류사회를 계획적으로 일치시키려 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초록 앵무새>는 귀족의 멸망을 주제화하고 있고, 사회 변혁기에 나타난 정체성의 혼란을 해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이 안에는 진지함과 연극, 삶과 코미디 등이 뒤섞인 인간 실존의 모습이 농축되어 있다.
<아나톨의 망상>, 예리한 형안을 통한 인간 심리에 대한 폭로
이 작품은 1932년 3월 29일 초연되었다. 이것은 일곱 편의 단막극으로 이루어진 슈니츨러의 또 다른 작품 ≪아나톨≫의 구상에 따라 집필한 것이 아니라, 그 후에 집필한 것으로 슈니츨러가 세상을 떠난 다음 공개되었다. ≪아나톨≫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나톨의 망상> 역시 아나톨과 막스의 대화로 시작된다. 젊고 유쾌하며 늘 사랑을 갈구했던 아나톨은 이제 늙은 떠돌이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사랑을 갈구하고 의심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지만지 고전선집 시리즈로도 출간된 바 있는 ≪아나톨≫의 연장선상에서 이 작품을 살펴보는 것은, 슈니츨러의 작품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하게 해주고, 그의 문학적 화신(化身)인 ‘아나톨’이라는 인물의 삶과 심리 상태를 보다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재미를 제공해 줄 것이다.
200자평
스스로 프로이트를 ‘정신적 도플갱어’로 칭했던 슈니츨러. 세기말적 분위기와 인간 심리를 예리하고도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는 그의 두 작품 <초록 앵무새>와 <아나톨의 망상>을 한 권에 담았다. 진지함과 연극, 삶과 코미디 등이 뒤섞인 인간 실존의 모습이 농축되어 있는 <초록 앵무새>, 지만지 고전선집으로 출간된 ≪아나톨≫의 연장선상에 있는 <아나톨의 망상>. 두 작품에 드러난 주제와 형식의 새로움은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낯선 충격을 던져준다.
지은이
아르투어 슈니츨러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부유한 유태인 의학교수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부친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의학을 공부해서 의사가 되었다. 1886년부터 병원에서 일했고 1893년에는 자신의 병원을 개업했으나, 생의 대부분을 작가로 활동했다. 작품 활동 초기에는 주로 희곡을 집필했으며, 후고 폰 호프만슈탈(Hugo von Hofmannsthal, 1874∼1929)과 친구였고, 스스로 자신의 “정신적 도플갱어”라고 칭했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기법을 많이 사용했다. 대표적인 희곡으로 <아나톨(Anatol)>, <사랑의 유희(Liebelei)>, <윤무(Reigen)>, <광활한 땅(Das weite Land)>, <베른하르디 교수(Professor Bernhardi)> 등을 들 수 있다. 만년에는 희곡보다 소설을 썼으며, 대표적인 단편소설로 <구스틀 소위(Leutnant Gustl)>, <엘제 양(Fräulein Else)>, <야외로 가는 길(Der Weg ins Freie)> 등이 있다.
옮긴이
최석희는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Die unverkaufte Braut≫(Haag+Herchen, 1997), ≪독일어권 여성작가≫(공저, 충남대학교 출판부, 2000), ≪그림동화의 꿈과 현실≫(대구가톨릭대학교 출판부, 2002), ≪독일문학 그리고 한국문학≫(푸른사상사, 2007)이 있으며 역서로는 ≪힌체와 쿤체≫(성균관대학교 출판부, 1999), ≪겐테의 한국기행≫(대구가톨릭대학교 출판부, 1999), ≪오를레앙의 처녀≫(서문당, 2001), ≪메시나의 신부≫(예니, 2002), ≪늑대가 돌아온다≫(북스토리, 2003), ≪내 동생≫(북스토리, 2006), ≪윤무≫(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데메트리우스≫(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아나톨≫(지식을만드는지식, 2009) 등 다수가 있다.
차례
초록 앵무새
아나톨의 망상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앙리: (오랫동안 생각에 잠긴 후) 도대체 당신들이 내 마누라를 아시오? 그녀는 태양 아래 가장 아름답고 귀여운 사람이오. 나는 그녀를 사랑했소. 우린 7년 동안이나 알고 지냈지…. 어제 이후 그녀는 내 마누라가 됐소. 7년 동안 하루도 그녀가 나를 기만하지 않은 날이 없었소. 단 하루도. 그녀의 모든 것이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오. 그녀의 입술, 그녀의 키스, 그녀의 미소 그리고 그녀의 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