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뉴욕 플라자 호텔 스위트룸 719호에서 벌어지는 세 가지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1부 <잠깐 들른 손님>에서는 중년의 내쉬 부부가 플라자 호텔 719호를 방문한다. 카렌 내쉬는 남편과 신혼 때의 감정을 되살려 보려고 결혼기념일을 맞아 첫날밤을 보낸 호텔방으로 남편을 초대한다. 하지만 그녀의 계획은 틀어지고, 남편 샘의 외도 사실이 드러난다. 2부 <할리우드에서 온 손님>에는 할리우드에서 성공가도를 걷고 있는 프로듀서 제스와 그의 어린 시절 연인 뮤릴이 플라자 스위트 719호를 찾는다. 제스가 할리우드에서 파티, 셀럽들에 파묻혀 화려한 나날을 보내는 동안 뮤릴은 동창 래리와 결혼해 평범한 주부가 되었다.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던 제스는 우연히 동문회보에서 옛 연인 뮤릴을 보고 감정이 되살아나 뮤릴을 플라자 호텔 719호로 불러낸다. 처음엔 경계하던 뮤릴도 보드카 서너 모금에 경계를 풀고 제스의 유혹에 응한다. 3부 <결혼식 손님>은 딸의 결혼식 당일 곤란을 겪는 허블리 부부 이야기다. 결혼식 시간이 가까워 오지만 딸은 플라자 호텔 719호 화장실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는다. 어르고 달래고 야단도 쳐 보지만 소용이 없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준비한 결혼식이 모두 허사가 될 판이다. 한참 만에 화장실 문이 열리고 딸이 신랑을 불러 달라고 요청한다.
1968년 뉴헤이븐 슈베르트 극장과 보스턴 콜로니얼 극장에서 공연되었다. 그해 2월 14일 브로드웨이 플리머스 극장에서 공연된 이래 1970년 10월 3일까지 1097회 공연되었다. 마이크 니콜스(Mike Nichols)가 연출을 맡았다. 마이크 니콜스 연출의 공연은 토니 어워즈에서 최고의 연출상을 수상했다. 닐 사이먼 역시 최고의 희곡상 후보에 올랐으나 톰 스토퍼드의 <로젠크란츠와 길던스턴의 죽음>에 밀려 수상에는 실패했다. 닐 사이먼은 1971년 동명의 영화 제작 때 각색을 맡기도 했다.
200자평
<플라자 스위트>는 1968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었다. 뉴욕 플라자 호텔이 배경인 3편의 단막극을 엮은 코믹 옴니버스극이다. 현대인이 겪는 여러 갈등을 재치 있는 대사, 코믹한 상황 묘사로 통찰력 있게 재현했다.
지은이
닐 사이먼(Neil Simon, 1927∼2018)
1927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고교를 졸업한 뒤, 군 복무 시절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정식으로 대학 교육을 받은 일이 없으며, 처음에는 텔레비전 드라마 작가로 시작해 시나리오와 희곡까지 쓰게 되었다. 첫 번째 브로드웨이 공연 작품인 <나팔을 불어라>(1961) 이래 계속 코미디를 히트시키면서 코미디 작가로 유명해졌다. 그의 희곡은 미국인의 생활을 바탕으로 한 코미디가 주종을 이루는데, 현대 상업극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이며, 미국 연극사상 돈을 가장 많이 벌고 있는 작가이고, 유진 오닐 극장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1963년에는 <맨발로 공원을>이, 또 1965년에는 <희한한 한 쌍>이 각각 최우수 희곡으로 선정되었고, 두 편 모두 영화화되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1966년에는 <스위트 체리티>와 <별을 수놓는 여자>가 공연되었다. 다시 1968년에 <플라자 스위트>가 최우수 희곡으로 선정되고, 1969년에는 영화 <아파트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를 뮤지컬로 각색한 <약속만 남겨 놓고>가 크게 히트했다. 1969년 <최후의 뜨거운 연인들>이 네 번째 최우수 희곡으로 선정되었고, 1970년에는 <진저 브래드 레이디>가 공연되었다. 그 후 계속 작품 활동을 왕성히 이어왔다. 1971년 <2번가의 죄수들>, 1972년 <선샤인 보이스>가 최우수 희곡에 선정되었고, 1973년에는 <굿 닥터>가 그의 작품 중 여덟 번째로 그해 최우수 희곡상을 수상했다. 닐 사이먼은 1960년대 초, 브로드웨이에 등장한 이래 선풍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는데, 혹평가로 유명한 클라이브 반스도 “이 불확실한 브로드웨이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다름 아닌 닐 사이먼이다!”라고 평했다.
옮긴이
박준용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교육방송국 프로듀서, 영국 BBC 연수 지구비디오 프로듀서를 지냈다. 희곡 번역가로서 닐 사이먼의 ≪희한한 한 쌍≫과 ≪브라이튼 해변의 추억≫, ≪플라자 스위트≫, ≪굿 닥터≫, 조 오튼의 ≪미친 사람들≫, 페터 바이스의 ≪마라 사드≫, 숀 오케이시의 ≪주노와 공작≫, 시드니 마이클스의 ≪칭칭≫, 피터 셰퍼의 ≪태양 제국의 멸망≫, ≪요나답≫, 윌리 러셀의 ≪리타 길들이기≫, 우디 앨런의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 존 밀링턴 싱의 ≪서쪽 나라의 멋쟁이≫, 빌 노턴의 ≪바람둥이 알피≫, 줄스 파이퍼의 ≪폭력 시대≫ 외 다수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며 1970∼1980년대 한국 연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부 잠깐 들른 손님
제2부 할리우드에서 온 손님
제3부 결혼식 손님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카렌 : (생각에 잠겨) 우리처럼 오래 결혼 생활을 한 사람들은 모두 우리처럼 따분할까요?
샘 : 당신은 왜 웨이터에게 그따위 얘기를 하는 거야?
카렌 : 그따위 얘기라뇨? (식탁에 와서 먹기 시작한다.)
샘 : 그 웨이터가 무슨 친구야? 처음 본 사람 아냐! 그 친구는 기름기가 질질 흐르는 고깃덩어리를 들고 이 방에 들어선 지 불과 2분밖엔 안됐어! 그런데 당신은 뭐 때문에 아이들 얘기까지 일러바치는 거야?
카렌 : 난 아무하고도 무슨 얘기나 하고 싶어진걸요. 너무너무 외로워서 사람이랑 얘기하고 싶다구요.
-43쪽, <잠깐 들른 손님> 중에서
제스 : 너는 어때, 뮤릴, 행복해?
뮤릴 : 행복하냐구? 그야 행복할 수밖에 더 있어? (소파로 간다.)
제스 : 다행이구나. 그래 넌 분명 행복할 거야.
뮤릴 : 그럼, 난 행복하고… (마신다.) 우리 동창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행복한 여자일 거야! (또 마신다.)
제스 : 멋있군그래!
뮤릴 : 멋있는 건 아니지. 우리라고 아무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우여곡절 다 겪으면서도, 우린 행복하다고 결론을 내린 거니까!
-92쪽, <헐리우드에서 온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