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플레이백 시어터는 1975년 조너선 폭스가 뉴욕에서 시작한 즉흥 연극 양식이다. 준비된 대본 없이 현장에서 관객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곧장 공연의 주제가 된다. 무대로 초대된 관객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배우들이 사전 협의 없이 그 이야기를 현장에서 바로 형상화한다. 관객이 과거에 겪은 사건의 단순한 재연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물론 현장의 관객들이 다 함께 배우들의 몸짓과 악사의 연주를 따라 사건을 재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전형적인 의미의 ‘공연’을 넘어서 ‘공유하는 경험’으로서, 예술가에 의해 창작된 작품이 아니라 현장에서 관객과 함께하는 실천 행위라는 의미에서 플레이백 시어터는 ‘예술적 사건(artistic event)’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플레이백 시어터는 “우리 모두에게는 가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이야기함으로써 개인적인 경험을 정돈하기 시작하고 스스로 정체성을 구축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누구나 그걸 나눌 수 있다. 또 모든 이야기는 가치 있다. 플레이백 시어터의 컨덕터와 배우는 관객이 들려주는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 가치를 찾아내고 화자가 왜 지금 여기에서 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그 수수께끼에 다가간다. 이렇게 플레이백 시어터를 통해 재연된 화자의 경험은 현장에 함께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귀한 삶의 지혜가 된다.
플레이백 시어터는 또한 우리 안에 잠재된 창의성과 자발성을 일깨운다. 어릴 때는 모두가 자발적인 창의성을 가지고 역할놀이와 상상놀이를 통해 이를 강화했다. 하지만 자라면서 자기표현을 타인에게 평가받고, 그로부터 표현 자체에 흥미를 잃어버린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점점 자기표현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창조성은 위축된다. 플레이백 시어터는 자기 이야기를 부담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계기를 마련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재연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위축된 창조성과 자발성이 회복되도록 돕는다. 이 모든 실천의 결과는 “난 혼자가 아니야”, “이 불행은 나만의 것이 아니야”라는 깨달음이다. 플레이백 시어터는 심리 치료 기법은 아니다. 목적 역시 심리 치료가 아니다. 하지만 공동체 속에서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는 것만으로 참여하는 모두에게 치유의 효과를 발휘하는 예술적 실천이다. 연극은 삶에 관한 것이고, 관객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연극에 기댄다. 플레이백 시어터는 삶의 강렬한 순간을 재창조하는 연극이며, 그 경험을 통해 관객은 공동체적 관점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플레이백 시어터의 가치다.
개인적인 경험의 미적 반영, 이를 통한 공감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연결을 회복하려는 이 예술적 실천은 현재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교육, 사회복지, 치료 등을 목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가요 무나카타의 이 책은 ‘플레이백 시어터’의 핵심 가치를 잘 요약하고 있는 데다 현장에서 바로 접목해 사용할 수 있다는 실용성 때문에 ‘플레이백 시어터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각국에서 운영 중인 ‘플레이백 시어터 학교’의 교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부록으로 한국 플레이백 시어터 학교 국제 공인 교육 과정을 소개했다.
200자평
플레이백 시어터는 1975년 조너선 폭스가 뉴욕에서 시작한 즉흥 연극 양식이다. 준비된 대본 없이 현장에서 관객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곧장 공연의 주제가 된다. 관객이 과거에 겪은 사건의 단순한 재연은 아니며, 이야기의 주인공은 물론 현장의 관객들이 다 함께 배우들의 몸짓과 악사의 연주를 따라 사건을 새롭게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전형적인 의미의 ‘공연’을 넘어서 ‘공유하는 경험’으로서, 예술가에 의해 창작된 작품이 아니라 현장에서 관객과 함께하는 실천 행위라는 의미에서 플레이백 시어터는 ‘예술적 사건(artistic event)’이라고도 부른다.
개인적인 경험의 미적 반영, 이를 통한 공감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연결을 회복하려는 이 예술적 실천은 현재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교육, 사회복지, 치료 등을 목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 책은 특히 각국의 ‘플레이백 시어터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운영 중인 ‘플레이백 시어터 학교’에서 사용되는 교재를 번역한 것으로, 플레이백 시어터의 주요 개념부터 구체적인 실천 방식을 실용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은이
가요 무나카타 (Kayo Munakata)는 일본의 플레이백 시어터 AZ의 설립자이자 연출가이다. 플레이백 시어터 AZ는 1994년에 설립되었다. 가요는 1998년 조너선 폭스와 공동으로 일본 플레이백 시어터 학교를 설립했고 이는 플레이백 센터 외 최초의 플레이백 시어터 학교가 되었다. 가요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플레이백커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일본 내 학교, 대학, 정부기관, 기업 등에 플레이백 시어터를 안내하고 있다. 저서로는 ≪플레이백 시어터 입문(Introduction to Playback Theatre)≫, ≪플레이백 시어터의 길(The Way of Playback Theatre)≫이 있다.
옮긴이
모미나
유러피언 대학원대학교(EGS, 스위스) 표현예술치료학 교수
통합예술교육연구소 포이에시스 대표
플레이백 시어터 공인 트레이너(APTT, CPT)
한국 플레이백 시어터 학교 대표(SPTK)
국제 플레이백 시어터 센터 임원(CPT)
국제공인 표현예술 치료사(REAT, IEATA)
국제공인 소마틱 움직임 치료사/교육자(RSMT/E, ISMETA)
국제공인 비폭력대화 트레이너 (CNVC)
한국교육연극학회 이사
한국임상예술학회 이사
이소희
한양대학교 연극학 석사 및 박사
워릭대학교(Univ. of Warwick, U.K.) 교육연극 석사
극단 드라마라운지 대표
한국교육연극학회 이사
아시테지 한국본부 청소년분과위원
예술로커뮤니티시어터 협동조합 이사
TIE <나래, 날다?!>, <레머디>, <내 마음의 무지개> 외 다수 연출
차례
추천사
감사의 글
서문
한국어판 출간에 부쳐
1. 이야기의 신비−붉은 실과 반향
플레이백 시어터란 무엇인가
붉은 실
공명하는 이야기들
2. 기초 세우기-이론과 가치
플레이백 시어터 사회 발달 이론
플레이백 시어터의 기본 가치들
3. 경계 정의하기−무엇이 그것이고 무엇이 아닌가세 개의 원
연극과 플레이백 시어터
사회적 공헌과 플레이백 시어터
치료와 플레이백 시어터
사이코드라마와 플레이백 시어터
윤리
원칙
4. 정교한 작업−역할과 책임
컨덕터
악사
배우
5. 미래로−전통과 혁신
플레이백 시어터 탄생 배경
참고 문헌
부록 : 플레이백 시어터 국제 공인 교육
찾아보기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타일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비, 유니폼을 입고 학교에 가는 어린아이들, 기차에 탄 승객들−이런 이미지들은 제각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각각은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들이지만 또한 서로 연결된 세계와 의미를 전달한다. 플레이백 시어터는 그렇게 소소한 이야기들을 무대에 초대해 인간의 세계를 드러낸다. 물론 이야기들이 항상 “소소한”것은 아니다. 때로는 위기의 이야기, 비극과 변형에 대한 이야기들이 관심을 끈다. 플레이백 시어터 배우들은 항상 겸손하게 존중하는 마음으로 모든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우리의 예술을 어떤 이야기에나 적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드러낸다.
젊었을 때 나는 노(能)와 같은 일본 전통극에 매우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무대 위에 악사들이 있다는 점과 무대 전환이 항상 보인다는 점이 그랬다. 플레이백 시어터에서도 마찬가지다.
강의차 일본에 머물렀을 때 기억나는 한 순간이 있다. 카요와 내가 택시를 탔는데, 운전사 옆자리에 전통 나무 피리가 놓여 있었다. 운전사에게 그것에 대해 물어보았고 그는 여가 시간에 자신이 연주한다고 설명했다. 운전사에게 연주해 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악기를 꺼내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해 주었다. 정말 놀라운 순간이었다. 누가 택시 안에서 그런 아름다움을 기대했겠는가?
나는 이 책을 읽고 당신이 일상에서 예술을 만들고 인간의 영혼을 고양시키는 새로운 가능성을 얻었으면 한다.
-vii-vii쪽, 가요의 출간을 축하하며 조너선 폭스가 쓴 ‘추천사’
이 책은 내가 플레이백 시어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믿는 필수적인 이론, 철학,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플레이백 시어터가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플레이백 시어터에 대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이미 플레이백 시어터에 참여하고 있는 독자에게는 성장을 위한 지침이 될 것이다. 그리고 리더나 강사에게는 동료와 학생들의 배움을 지원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당신이 일본에 산다면, “방법(the way)”이라고 부르는 것들 혹은 문자 그대로 ”길(a path)“을 뜻하는 흔히 말하는 ‘도(道)’, 예를 들면 유도나 검도 같은 것을 자주 볼 것이다. 도(道)는 보통 길, 양식, 법, 자연, 가장 큰 이유나 절대적인 것으로 소개된다. 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도가 의미하는 바를 설명하거나 소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도는 길이다. 그것은 어디로 갈 것인가와 같은 과정을 의미한다. 도는 ‘완성’이 아니라, 여정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도는 기술이나 지식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다르다. 그것은 기술 이상이다. 그 이면에는 영혼과 철학이 있다. 우리가 죽을 때까지 지속해 가야 할 길에 대한 감각이다. 이것이 일본에서 거의 모든 수업이 꽉 찼던 이유다.
플레이백 시어터에서 도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우리를 더 심오한 질문으로 이끈다. 우리는 왜 플레이백 시어터를 그렇게 오랫동안 배워 왔던 것일까? 왜 성공적인 공연 후에도 그토록 겸손했던 것일까? 왜 리더십이나 지도자 과정 같은 최고 과정 후에도 더 배울 것이 있다고 느끼는 걸까? 왜 사람들은 배움의 여정이 결코 끝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할까?
나는 일본에서 많은 ‘도’와 함께 성장했기 때문에 이런 질문에 나만의 대답을 갖고 있다. 플레이백 시어터는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플레이백 시어터는 방법이고 길이며 새로운 관점으로 삶에 대한 보편적 진실을 찾는 여행이다. 우리의 꿈은 삐그덕거리는 사회를 잘 기능하도록 바꾸는 것이고, 개인과 집단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나는 플레이백 시어터가 사회 속 개인들의 따스한 연결을 도울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이는 긴 여정일 수밖에 없다.
도는 내게 일본 고대 전통 중 하나인 다도(茶道, way of tea)를 떠올리게 한다. 조 살라스(Jo Salas, 플레이백시어터 공동 창시자)와 조너선 폭스는 자신들의 책 ≪임프로바이징 리얼 라이프≫와 ≪비욘드 시어터≫에서 티 세레모니에 참가한 것에 대해 썼는데, 그들은 제의와 그 철학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다도는 차, 꽃, 그림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얽혀 있는 즉흥 연극이다. 다도는 조용한 품위를 보여 주고 단순함을 강조하는 와비(wabi) 원칙으로 발달되었다. 와비는 자연주의, 불균형, 심오함과 결함을 나타낸다. 그 모든 것 뒤에는 미묘한 철학이 있다. 차의 철학은 단순한 미학이 아니며 인간 존재와 자연에 대한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의식이다. 차를 다루는 법은 하나가 아니다. 그것은 신성한 사람들의 고귀한 비밀이다.
플레이백 시어터는 아주 단순한 접근법이다. 화자가 자신의 실제 삶으로부터 경험을 이야기하고 이것이 즉흥적으로 “되살아난다”. 시도하기는 쉽지만 플레이백 시어터의 신비에 통달하는 것은 전혀 쉽지 않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플레이백 시어터의 길을 가는 데 초보자와 숙련된 활동가 모두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주고 싶다. 독자들이 플레이백 시어터의 고귀한 비밀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면 나의 꿈은 실현될 것이다.
-xi-xiv쪽, 가요 무나카타의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