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헤라클레스의 화살만이 10년간 이어져 온 트로이 전쟁을 끝낼 수 있으리라.” 아폴론의 신탁에 따라 오디세우스는 필록테테스를 전장으로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다. 헤라클레스가 고통에서 벗어나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와준 대가로 자신의 무구인 활과 화살을 필록테테스에게 물려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록테테스가 순순히 따라나설 리 없다. 원래 그리스군으로 트로이 원정길에 올랐던 그를 내버린 게 바로 오디세우스였기 때문이다. 극은 필록테테스를 설득하기 위해 오디세우스와 네오프톨레모스가 렘노스 섬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디세우스는 간계를 쓸 생각이다. 네오프톨레모스를 이용해 필록테테스의 마음을 연 뒤 고향에 데려다주겠다고 속여 트로이로 데려가려는 것이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네오프톨레모스는 처음엔 오이디푸스의 음모에 동참한다. 그리고 필록테테스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곧 그것이 불의라는 결론에 이른다. 네오프톨레모스는 필록테테스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음모가 아닌 설득을 통해 그를 데려가기 위해 애쓴다. 필록테테스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국가에 충성하는 것과 개인의 양심에 따르는 것, 어느 것이 정의인가. 소포클레스는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네오프톨레모스를 통해 무엇이 ‘정의’인지 묻는다.
200자평
10년간 지속된 전쟁의 결말이 필록테테스의 결정에 달렸다. 오디세우스는 네오프톨레모스를 대동하고 필록테테스가 있는 렘노스 섬으로 향한다. 소포클레스는 이 비극에서 국가에 대한 충성과 개인의 양심을 지키는 것, 무엇이 정의인지 묻는다.
지은이
소포클레스는 ≪시학≫의 저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그 어느 작가보다도 높이 평가했던 그리스 극작가다. ≪시학≫의 비극론은 바로 소포클레스의 비극을 토대로 해 집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괴테는 소포클레스를 다음과 같이 칭찬하고 있다. “소포클레스 이후 그 어떤 사람도 내게 더 호감이 가는 사람은 없다. 그는 순수하고 고귀하고 위대하며 쾌활하다. 현존하는 소포클레스의 작품이 몇 편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몇 편의 작품일지라도 이 작품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 좋게 느껴진다.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작품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기원전 496년 그리스 아테네 근교에 자리 잡은 콜로노스에서 태어난 소포클레스는 아테네가 문화적으로 가장 성숙했던 시기에 배우인 동시에 극작가로 활동했다. 수려한 용모와 배우로서 손색이 없는 신체적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처음에는 배우로서 명성을 날렸다. 기원전 468년, 28세에 첫 작품을 발표했고 이는 경연대회에서 일등상을 받았다. 이후 123편의 작품을 썼고 24회나 일등상을 받았다. 정치가로서도 탁월한 식견을 지녔던 소포클레스는 기원 전 445년, 델로스(Delos) 동맹이 결성되었을 때, 아테네 동맹국의 재정을 통괄하는 재정관에 선출되었다. 또한 기원전 443년에 페리클레스와 더불어 10명의 지휘관 직에 선출되었으며, 기원전 440년에는 사모스(Samos) 섬 원정에 출전할 장군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평생을 아테네에 살면서 그가 보여준 애국심과 진지한 인품은 시민들의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일생동안123편의 작품을 발표했지만 현존하는 작품은 다음 7편뿐이다.<아이아스>, <안티고네>, <오이디푸스 왕>, <필록테테스>, <엘렉트라>, <트라키스의 여인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가 그것이다.
옮긴이
김종환은 미국 네브라스카 주립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영어영문학회의 부회장으로 활동했으며 한국셰익스피어학회의 편집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셰익스피어와 타자≫(2006), ≪셰익스피어와 현대 비평≫(2009), ≪셰익스피어 연극 사전≫(2005, 공저)이 있으며, 세 권 모두 대한민국학술원 기초 학문 분야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그 외 저서로 ≪인종 담론과 성 담론≫(2013),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비극≫(2012),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희극≫(2013), ≪상징과 모티프로 읽는 영화≫(2015), ≪셰익스피어 작품 각색과 다시쓰기의 정치성≫(2016)이 있다. 번역서로는 셰익스피어 작품 13권과 그리스 비극 작품 12권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서막
제1삽화
제2삽화
제3삽화
종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네오프톨레모스: 라에르테스의 아드님이신 오디세우스여,
듣기에도 민망한 걸 행동으로 옮기라고 하는군요.
그런데 저는 그러기가 싫습니다.
누구를 속이는 건 제 타고난 본성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제 아버님께서도 그러셨다고 했지요.
나는 필록테테스를 계략이 아니라
완력으로 데려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한 발이 성치 않은 그 사람 홀로
수가 많은 우릴 완력으로 이길 순 없을 겁니다.
당신을 도우라는 명을 받고 여기 왔기에
불충하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군, 저는 비열한 방법으로
이기기보다는, 실패하더라도
명예로운 방법을 택하고 싶어요.
오디세우스: 과연 고귀한 아버지의 귀한 아들이군.
나 또한 젊을 때 말을 아꼈네.
적극적인 손이 조용한 혀를 대신했지.
하지만 모든 걸 겪고 늙은 지금,
행동 아닌 혀끝의 언변이
만사를 좌지우지한다는 걸 알게 되었네.
<필록테테스>, 14∼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