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티인은 서시베리아의 토착 소수민족 중 하나로, 옛 명칭으로는 ‘오스탸크’라 불렸다. 한티인 스스로는 자신들을 ‘한티’, ‘한데’, ‘한테’ 또는 ‘칸테크’라고 칭하는데, 이 명칭은 모두 ‘사람’을 뜻한다. 한티인은 전통적으로 어로와 사냥을 주업으로 했다. 동물을 사냥하여 얻은 모피나 가죽 등으로 다른 민족들과 무역을 했으며, 이 외에도 북쪽에서는 순록 사육을 했고 남쪽 지역에서는 가축 사육을 했다.
17∼18세기에 정교 신앙이 전파되었지만 한티인의 문화나 정신세계에는 전통 신앙과 전통 예식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이들은 영혼의 존재를 믿었으며, 세계가 세 개 차원(천상, 지상, 지하의 세계)으로 구성되어 있고 인간의 영혼이 여러 개라고 생각했으며 동물을 숭배했다. 동물들 중에서도 특히 곰을 숭배했는데, 이런 곰 숭배 사상은 곰 축제에도 잘 드러난다.
이 책은 천신 토룸이 흙으로 남자와 여자를 만들고 먹어서는 안 될 음식을 말해 주었지만 인간들이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금지된 음식을 먹은 벌로 땅 위에 남게 되었다는 이야기 <세계 창조>, 서로 모르게 세 아내를 얻었다가 아내들에게 몸이 찢겨 두 동강이 난 농부의 반쪽 몸이 달이 된 이야기 <달의 기원>, 누이가 오빠의 심장을 붙잡아 빼 버렸는데 태양의 딸이 그를 구해 주면서 그가 살아났다 죽었다 하는 달이 되었다고 하는 <태양의 딸과 달> 등 총 31편의 한티인 설화를 소개한다.
200자평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여러 민족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의미 있는 곳, 시베리아. 지역의 언어, 문화, 주변 민족과의 관계, 사회법칙, 생활, 정신세계, 전통 등이 녹아 있는 설화. 시베리아 소수민족의 설화를 번역해 사라져 가는 그들의 문화를 역사 속에 남긴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시베리아 설화가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의 설화에 조금은 식상해 있는 독자들에게 멀고 먼 시베리아 오지로 떠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도와주길 기대한다.
옮긴이
안동진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이반 투르게네프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으로는 <이반 촌킨, 그 뒤섞인 세계>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체호프 아동 소설선≫(2014), ≪돌간인 이야기≫(2017), ≪아이누인 이야기≫(2018) 등이 있다. 현재 학생들과 글 쓰는 방법을 함께 공유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캅카스 소수민족의 삶과 문화에 대한 글을 발표하고 있다.
차례
세계 창조
도요새가 대지를 얻은 이야기
악마와 신
황금빛 머리칼의 황제
선조 용사 이야기
용사와 연락병
용사들의 전투
추가스 가족
파스테르족의 발생
라흐 야흐족 이야기
성스러운 봉우리들이 생겨난 이야기
성(姓)의 발생
아간강으로의 이주
아히스 야흐족과의 싸움
태양의 딸과 달
달의 기원
태양과 달의 사람들 이야기
알발리와 셉시 이키
람파스크 노인과 손자
활개 치는 팔을 가진 사내와 타파르 여자의 아들들
손 후슈 도시의 용사들
아버지에 대한 복수
이미 히티
이미 히티와 보신 우르트
수고양이
쥐와 사슴
쥐
세 며느리
소년 이데
슌카이 이키칸
치펜 쿠
해설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그가 땅 위의 집에 갔을 때 누이가 이미 부모를 다 먹고는 해골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마을 전체를 먹고 이제는 부모의 해골을 던지고 있었다. 만약 얼굴이 위로 떨어지면 오빠가 온다는 뜻이었다. 오빠도 먹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가 도착하자 누이는 말의 다리를 뽑았다. 먹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는 말에 뛰어올라 도망쳤다. 그녀는 그를 뒤쫓아 갔고 이미 가까워졌다. 그가 빗을 던졌더니 뒤에 울창한 숲이 생겨났다. 누이가 나무를 베어 길을 뚫는 동안 말은 조금 쉬었다. 그가 달리자 누이가 또다시 쫓아왔다. 그가 돌을 던지자 바위가 생겨났다. 누이가 바위를 깨부수는 동안 말이 조금 쉬었다.
<태양의 딸과 달>
토룸이 떠난 후에 쿨이 나타나서 물었다.
“왜 이 산딸기를 먹고 있습니까? 배부르지도 않은데요. 여기 커다란 잣나무가 있고 거기 잣송이가 있습니다. 이 잣송이를 가져가면 잣이 한 움큼 나올 것이고 당신들은 배부르게 될 것입니다.”
이 잣송이를 먹게 되자 사람들은 자신들이 벌거벗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서로서로를 부끄러워하게 되었다. 그런 다음 서로를 유혹해 죄를 범하게 되었다.
<세계 창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