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리스 비극 시인 에우리피데스는 트로이 전쟁 이후 트로이의 왕비 헤카베에게 계속되는 불행을 그렸다. 프리아모스 왕과 사이에서 50명의 자녀를 두었건만 전쟁은 헥토르를 비롯해 그녀의 아들딸을 대부분 앗아 갔다. 딸 폴릭세네는 그리스군에 의해 아킬레우스의 혼을 달래기 위한 희생 제물로 바쳐지고, 살아남은 딸 카산드라는 신전에서 범해진 뒤 아가멤논의 손에 떨어진다. 게다가 막대한 황금과 함께 친구였던 폴리메스토르에게 맡겼던 막내아들의 시신이 트라키아 해안에 떠오르며 헤카베의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져 버린다. 헤카베는 어제의 적이었던 아가멤논에게 폴리메스토르에 대한 복수를 청원한다.
헤카베는 폴리메스토르의 자녀들을 살해하고 그를 유인해 눈을 찌름으로써 아들의 죽음에 복수한다. 폴리메스토르는 헤카베는 물론 그녀의 편에 선 아가멤논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그녀의 마지막 살아남은 딸 카산드라와 아가멤논이 아테네에서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살해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헤카베는 절규하면서 자신을 구해 줄 신이 어디 있는지 묻는다. “어디로 가야 안전하지? 날 구해 줄 신은 어디 있지? … 이 세상에서의 삶은 더 이상 의미 없어!” 코로스장은 트로이인들에게 떨어진 재앙을 신들 탓으로 돌린다. “신들로부터 재앙의 돌풍이 몰아쳤어. 내 조국과 프리아모스의 백성들 머리 위에 무서운 고통이 끓어올랐어!” 에우리피데스는 전쟁의 참화 속에 모든 것을 잃고 고통 아래 신음하는 존재의 덧없음을 드러내면서 헤카베의 목소리를 빌려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지 또한 신은 어디 있는지 묻고 있다.
200자평
헤카베는 트로이의 왕비다. 프리아모스와의 사이에서 50명의 자녀를 두었으나 모두 전쟁으로 잃었다. 이제 그녀는 트로이의 여인들과 함께 그리스군의 노예로 살아가야 한다. 에우리피데스는 전쟁이 끝나도 계속되는 헤카베의 불행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 준다.
지은이
에우리피데스(Euripides, BC 484∼BC 406)는 아이스킬로스(Aeschylos), 소포클레스(Sophocles)와 더불어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기원전 534년에 그리스에서 최초로 비극이 상연된 후, 기원전 5세기에 이르러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를 통해 그리스 연극은 전성기를 맞는다. 기원전 3세기까지의 그리스 고대극의 전통은 로마를 거쳐 유럽 전체에 퍼지며 서구 연극의 원류가 되었다. 에우리피데스는 이 과정에서 서구 연극 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극작가다. 생애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고, 다만 부유한 지주 계급 출신이라는 점과 좋은 가문에서 상당한 교육을 받고 자랐다는 점 정도만 전해진다. 기원전 455년에 데뷔한 이후 92편에 이르는 작품을 집필했지만,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은 18편뿐이다. 기원전 408년경 아테네를 떠나 마케도니아에 머물렀고 2년 뒤에 사망했는데,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와 <바카이>는 이때 집필된 작품이다.
옮긴이
김종환은 미국 네브래스카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영어영문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했고, 현재 한국영미어문학회의 편집위원장과 한국셰익스피어학회의 편집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셰익스피어와 타자≫, ≪셰익스피어와 현대 비평≫, ≪셰익스피어 작품 각색과 다시쓰기의 정치성≫, ≪인종 담론과 성 담론: 셰익스피어의 경우≫,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비극≫,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희극≫, ≪셰익스피어 연극 사전≫(공저), ≪음악과 영화가 만난 길에서≫, ≪상징과 모티프로 읽는 영화≫가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 번역서로는 4대 비극과 ≪로미오와 줄리엣≫, ≪줄리어스 시저≫,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 밤의 꿈≫, ≪헨리 4세, 1부≫, ≪헨리 5세≫, ≪리처드 3세≫, ≪자에는 자로≫, ≪말괄량이 길들이기≫, ≪헛소동≫, ≪당신 뜻대로≫가 있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작품 전체를 완역했고,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와 ≪엘렉트라≫, ≪히폴리토스≫를 번역 출판했다. ≪테베 공격 일곱 장군≫ 번역을 끝으로 아이스킬로스의 현존 작품 전체를 완역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서막
제1삽화
제2삽화
제3삽화
종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여러분, 막사로 가요.
모두 항구로 가세요.
이제 노예의 삶 시작해요!
거칠고 가차 없는 숙명
결코 멈추지 않아요!
104쪽, 코로스의 합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