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휘트먼 시의 근본은 민주·자유 정신
휘트먼의 시는 미국의 시인이 표현할 바람직한 미국인의 상을 노래한다. 바람직한 미국인은 건강한 육체, 높은 지성, 맑은 양심, 말하자면 종교성을 겸비한 인물이어야 한다. 그의 시는 그리스도와 같은 민주적인 보통 사람의 전형을 그리고 있다. 그에게는 정신과 육신이 완전한 조화를 이룬 그리스도가 이상적인 시인의 상징이었다. 따라서 신대륙의 서사시는 구시대의 영웅을 주인공으로 한 시가 아니라, 새롭고 그리스도와 같이 완전한 인격을 지닌 보통 사람을 노래하는 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스도가 모든 사람의 지성·덕성·신분 등의 구별을 완전히 무시하고 그들을 같은 반열에 올려놓았던 것처럼, 민주주의 규범은 모든 사람을 공통되는 커다란 기본 바탕 위에 하나로 올려놓는 것이다. 시인이란 보통 사람을 노래하는 자여야 하고, 또한 인간의 평등을 노래하는 시인이라면 남자를 중심으로 한 영웅을 노래할 것이 아니라 여자도 남자와 동등하게 노래해야 한다고 한다. 그는 민주주의는 미국이 추구하는 진리이며, 시는 보통 사람의 이상을 노래하는 것이라 믿었다.
미국의 진정한 자유시인
휘트먼은 전통적인 시의 각운과 운율의 형태를 포기하고, 미국 시에 자유시를 최초로 도입함으로써 미국 시를 전통적인 시의 모든 격식으로부터 해방시켰다. 그는 미국은 계급적이고 정형화된 유럽과 달리 보통 사람의 사회이기 때문에 미국의 시인은 유럽 사회를 노래하는 데 합당했던 과거의 정형시를 버리고 광활한 미국의 자연과 민주성을 노래하는 데 적합한 자유시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의 흐름은 운율의 패턴에 지배를 받을 것이 아니라 시인의 생각이나 느낌에서 나와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모든 종류의 언어를 시어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시의 언어는 다듬어진 ‘시적인’ 언어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쓰는 일상어를 시어로 사용했다. 특히 전통적인 시의 각운과 운율의 형태를 포기하고, 미국 시에 자유시를 최초로 도입함으로써 미국 시를 전통적인 시의 모든 격식으로부터 해방시켰다. 형식이 내용을 결정해 오던 과거의 시와는 달리, 내용이 형식을 결정하는 시, 말하자면 과거의 정형시를 버리고 광활한 미국의 자연과 민주성을 노래하는 데 적합한 자유시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휘트먼의 시풍
휘트먼의 시는 때로는 활기가 넘치고, 때로는 육감적이고 전율적이며, 때로는 현란하고, 때로는 명상적이고 웅변적이다. 그는 사물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을 즐겼다. 시는 나무나 꽃처럼 자연스럽게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시의 흐름은 운율의 패턴에 지배를 받을 것이 아니라 시인의 생각이나 느낌에서 나와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자유시를 바다에 비유하면서, 시란 때로는 폭풍우가 몰아쳐 거칠기도 하고, 언제나 움직이기 때문에 그 크기나 율동이 결코 같을 수 없는, 끝없이 솟아올랐다가 부서지며 굽이치는 유동적인 파도와 같다고 했다. 그는 또한 완전한 시의 운율과 형태는 운율 방법의 자연스런 성장의 결과로서 라일락이나 장미가 숲에서 자유로이 싹트는 것과 같이 생겨나며, 밤이나 오렌지나 멜론이나 배처럼 알맞은 형체를 취하고, 그 형체에 미묘한 향기를 가미한다고 했다.
산문처럼 보이는 그의 시는 음악적인 속성을 드러냄으로써 산문과 시의 구별을 없애는 길을 터놓았다. 즉 이는 그가 평소 좋아했던 오페라처럼 시에 같은 소리의 반복, 같은 문장 구조의 반복, 같은 생각의 반복, 나열법을 사용함으로써 음악성을 강화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0자평
미국의 국민 시인으로 추앙받는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의 시 58편을 묶었다.
휘트먼은 성직자의 시대는 지나갔고 시인의 시대가 왔다고 선언하면서 시인을 과거의 예언자의 반열로 끌어올렸다. 또한 시인은 추상적인 정신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육체도 노래해야 한다면서 성을 시의 핵심 주제로 사용하는 길을 터놓았다. 휘트먼은 민주주의가 미국의 중심 진리라고 생각했다. 미국은 계급적이고 정형화된 유럽과 달리 보통 사람의 사회이기 때문에 미국의 시인은 유럽 사회를 노래하는 데 합당했던 과거의 정형시를 버리고 광활한 미국의 자연과 민주성을 노래하는 데 적합한 자유시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참다운 시인이라면 눈에 보이는 세계를 뛰어넘어 보이지 않는 무한한 영원의 세계까지도 시의 재료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종교적 시인이기도 했다. 그는 진정한 세계란 정신적인 세계이며, 정신적인 세계는 육체적인 세계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믿었다. 정신과 육체가 완전한 조화를 이룬 그리스도를 이상적인 시인상으로 제시한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의 <시인론(The Poet)>에 매료되어 이 시인론을 자신의 시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그리하여 그의 시는 그리스도와 같은 민주적인 보통 사람의 전형을 그리고 있다. 그는 신세계의 전형적인 인물로 그리스도를 닮은 주인공을 창조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서사시를 창조했다.
지은이
월트 휘트먼은 미국의 정신을 잘 대변해 주는,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인정받는다. 1819년 5월 31일 미국 롱아일랜드의 헌팅턴타운 근교의 웨스트힐스에서 농부이자 목수였던 아버지와 퀘이커 교도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아홉 명의 자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휘트먼은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5∼6년 정도의 교육밖에 받지 못하고, 11세의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는 법률 사무소, 병원, 인쇄소, 신문사 등에서 잡일을 하면서 영국 낭만주의 소설과 시, 고전문학, 성경 등에 심취했다. 그러다가 17세가 되던 1836년에 교사가 되었으며, 그 후 롱아일랜드에 있는 학교에서 5년간 가르치는 일을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 후, 저널리즘에 몸을 담아 뉴욕에서 활약했는데, 1838년에는 주간지 <롱아일랜더>를 창간했으며, 1842년에는 신문사 <뉴욕 오로라>의 편집인이 되었다. 이해에 그는 에머슨이 뉴욕에서 행한 “자연과 시인의 능력”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듣고 감명을 받아, 에머슨이 예언해 준 “미국의 시인”이 되고자 결심했다. 그리고 1842년 봄에 갑자기 편집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뉴욕 오로라>를 그만둔 후, <이브닝 태틀러>, <롱아일랜드 스타>, <브루클린 데일리 이글>과 같은 여러 신문사에서 기자, 자유 기고가, 편집인 등으로 10여 년간 활동하다가, 마침내 시인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1848년에 휘트먼은 뉴올리언스에서 발행되는 <뉴올리언스 크레센트>의 편집을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고 뉴올리언스로 떠난다. 이때 그는 여행을 통해 그는 미국의 광대함과 다양함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으며, 이때 경험한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폭 넓은 비전은 그의 시에 스며들어 그를 미국의 위대한 시인으로 발돋움하도록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옮긴이
윤명옥은 충남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원에서 존 키츠의 시에 대한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캐나다와 뉴질랜드에서 시 창작을 공부했다. 충남대학교에 출강하는 한편, 국제계관시인연합 한국위원회 사무국장과 한국시 영역 연간지 ≪POETRY KOREA≫의 편집을 맡았었으며, 현재는 홍익대학교와 가천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영미학, 교양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영미 시와 캐나다 문학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해 왔으며, 전공 저서로 ≪존 키츠의 시 세계≫, ≪역설·공존·병치의 미학: 존 키츠 시 읽기≫가 있고, 우리말 번역서로 ≪키츠 시선≫, ≪엔디미온≫, ≪바이런 시선≫,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사랑시≫, ≪로버트 브라우닝 시선≫, ≪디킨슨 시선≫, ≪나의 안토니아≫,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 등 다수가 있다. 영어 번역서로 ≪A Poet’s Liver≫, ≪Dancing Alone≫, ≪The Hunchback Dancer≫ 등이 있다.
허난설헌 번역문학상, 세계우수시인상, 세계계관시인상을 수상했으며, 한국과 미국에서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말 시집(필명: 윤꽃님)으로 ≪거미 배우≫, ≪무지개 꽃≫, ≪빛의 실타래로 풀리는 향기≫, ≪한 장의 흑백사진≫, ≪괴테의 시를 싣고 가는 첫사랑의 자전거≫가 있고, 미국에서 출간된 영어 시집(필명: Myung-Ok Yoon)으로 ≪The Core of Love≫, ≪Under the Dark Green Shadows≫가 있다.
차례
인간의 자아를 나는 노래한다
의연한 나
나는 미국이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다
타고난 그대로의 순간들
언젠가 나는 번화한 도시를 지나갔다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서쪽을 마주하며
이른 아침의 아담처럼
오, 민주주의여, 그대를 위해
브루클린 도선장을 건너며
나를 닮은 저 그림자
가끔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여자가 나를 기다린다
그를 위해 나는 노래한다
외양에 대한 끔찍한 회의에 대해
사모하며 생각에 잠기는 이 순간
나는 루이지애나에서 한 그루의 참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를 비난했다는 말을 듣는다
나는 앉아서 바라본다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그대 중범죄자들이여
물결치는 바다와 같은 군중으로부터
오, 내가 자주, 살그머니 다가가는 그대여
도로의 노래
완전
모든 것은 진실이다
학식 있는 천문학자의 말을 들었을 때
쳐라! 쳐라! 북을!
강을 건너는 기병대
야영지의 흔들리는 불꽃 옆에서
찬란하고 고요한 태양을 내게 다오
화해
어느 시민에게
오, 함장이여! 나의 함장이여!
끊임없이 흔들거리는 요람으로부터
밤 바닷가에서 홀로
상념
어느 천한 창녀에게
상념
역전
인도로 가는 길
역사가에게
어느 여가수에게
첫 민들레
훤히 트인 포토맥 강가에서
그대에게
우리 두 사람, 얼마나 오랫동안 어리석었나
이 거무스레한 얼굴을 보라
아름다운 여인들
실패한 유럽의 혁명가에게
더 강력한 가르침
낯선 사람에게
일손을 절약하는 기계를 발명하지도 못했고
이루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나는 오랫동안 찾고 있었다
밭 가는 사람이 밭 가는 것을 보면서
지난봄 라일락 꽃이 앞마당에 피었을 때
앞으로 나아가는 한 아이가 있었다
요난디오
개척자들이여! 오, 개척자들이여!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이 시간부터 나는 모든 한계와 가상적인 속박의 줄로부터 벗어나리라,
내가 정하는 어디로든 가서, 나 자신의 완전하고 절대적인 주인이 되리라,
다른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하는 말을 잘 새겨들으며,
잠시 멈추어, 탐구하고, 받아들이고, 명상하고,
부드럽지만 굳센 의지로, 나를 얽어매는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리라.
–<도로의 노래> 중
나의 위대한 사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빈약한 것이 아니었던가?
악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은 그대들만이 아니다,
악이 무엇이었는가를 안 그는 바로 나이기도 하다,
나 역시 모순이라고 하는 오래된 매듭에 얽매여 있었다,
쓸데없이 지껄여 대고, 얼굴을 붉히고, 분개하고, 거짓말하고, 도둑질하고, 원한을 품고,
사기, 화, 욕정, 그리고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뜨거운 욕망을 가졌었다,
고집스럽고, 잘난 체하고, 탐욕스럽고, 경박하고, 교활하고, 비겁하고, 악의가 있었다,
늑대, 뱀, 돼지, 내 속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교활한 눈초리, 경솔한 말, 부정한 욕망, 없는 것이 없었다,
거부, 증오, 위배, 비열, 나태, 이런 것 중 없는 것이 없었다,
–<브루클린 도선장을 건너며> 중
자, 이 선물을 받으시오,
나는 이것을 어떤 영웅이나 웅변가 혹은 장군,
훌륭한 명분이나, 위대한 사상이나, 인류의 진보와 자유를 섬기는 사람,
독재에 용감하게 대항하는 사람, 과감하게 반항하는 사람을 위해 간직하고 있었다오,
하지만 내가 간직해 온 것이 그런 사람 못지않게 당신에게도 딱 맞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오.
–<어느 여가수에게>
눈부신 빛을 내뿜는 찬란하고 고요한 태양을 내게 다오,
과수원에서 갓 따 온 빨갛게 잘 익은 싱싱한 가을 과일을 내게 다오,
깎지 않은 풀이 자라고 있는 들판을 내게 다오,
정자를 내게 다오, 그 정자의 격자 시렁에 매달린 포도를 내게 다오,
갓 나온 옥수수와 밀을 내게 다오, 평온히 움직이며 만족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는 동물들을 내게 다오,
미시시피 서쪽에 있는 고원처럼 완전히 고요한 밤을 내게 다오, 그러면 내가 별들을 올려다볼 테니,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산책할 수 있는,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한, 동 틀 무렵의 향기로운 정원을 내게 다오,
결코 싫증나지 않을, 아름답게 숨 쉬는 여인과의 결혼을 내게 다오,
완벽한 아기를 내게 다오, 세상의 소음에서 멀리 떨어진 전원에서의 가정적인 삶을 내게 다오,
나 자신의 귀만을 위해, 홀로 은둔하며 자발적으로 우러나오는 노래를 내게 다오,
고독을 내게 다오, 자연을 내게 다오, 오, 자연이여, 그대의 원초적인 건강을 다시 내게 다오!
–<찬란하고 고요한 태양을 내게 다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