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의 청춘
아니다. 5년 동안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위안이라곤 없었던 고독 속에서도 혼자였던 적이 없었다. 태양이 나를 위로했고, 달과 웅덩이를 스치던 바람도 나를 위로했다. 웅덩이는 원을 만들며 도망치듯 물결을 만들었다. 봄이면 안마당 돌 틈에서 자라던 잔디, 선량한 눈빛, 사랑하는 사람들의 인사, 동료들의 우정,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믿음, 자유에 대한 믿음, 인간적인 것에 대한 믿음, 두려움과 배고픔이 없는 세상에 대한 믿음. 나는 서른이다. 내 머리카락은 은빛이 되었다. 나는 지치지 않는다.
≪독일에서의 청춘≫, 에른스트 톨러 지음, 이상복 옮김, 396쪽
‘나’는 누구인가?
독일 극작가이자 시인 에른스트 톨러다. ≪독일에서의 청춘≫은 1933년 출간된 그의 자서전이다.
그의 인생에 무슨 일이 있었나?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독일군에 자원입대한다.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다. 죽은 자들은 모두 자신처럼 숨을 쉬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인간이었다. 그가 적군이든 아군이든.
이제 어떻게 하나?
급진적인 반전주의자로 변신한다.
변신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다른 국가나 민족을 노예로 만들고 핍박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무엇인가가 일어나야 한다”고 믿는다.
무엇인가?
혁명이다. 1918년 킬 지방에서 독일제국함대 수병들이 혁명을 시작한다. 서부전선과 베를린, 뮌헨, 이어 독일 전역으로 번진다.
혁명의 불길은 어디에 닿는가?
바이에른 왕정이 무너진다. 쿠르트 아이스너를 임시 수상으로 하는 ‘자유국가 바이에른’이 선포된다. 아이스너가 암살되자 부수상이었던 톨러는 독립사회민주당 당수 겸 바이에른 노동자-농민-병사평의회 의장이 되어 1919년 ‘바이에른 소비에트 공화국’을 선포한다.
혁명의 성공인가?
공산당은 톨러의 소비에트 공화국을 ‘가짜’라고 비난하며 동참하지 않는다. 공산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되면서 제2차 소비에트 공화국이 등장한다. 당파보다 혁명 완수를 우선했던 톨러는 공산당 주도의 소비에트 공화국 수립을 돕는다. 하지만 혁명은 점점 폭력적인 전쟁으로 비화한다. 톨러는 혁명의 실패를 인정한다.
실패의 원인은 무엇이었나?
톨러는 세 가지를 꼽는다. 대중은 진정한 지도자를 알아볼 능력이 없었고, 물질에 쉽게 포섭되었으며, 그런 대중을 올바른 길로 이끌 만한 지도자도 없었다.
실패한 혁명의 지도자는 어떻게 되는가?
체포된다. 수감 중에 <변화>, <기계파괴자들>, <힝케만>, <대중-인간> 등 여러 편의 드라마를 발표하며 1920년대를 대표하는 극작가로 부상한다.
‘독일에서의 청춘’은 그렇게 지나가는 것인가?
이 기록은 톨러의 유년기에서 출발해 5년 수감 생활을 마치고 바이에른 니더쇠넨펠트 형무소를 나서는 데서 끝난다. 1924년 당시 그는 서른이었다.
그 다음은 무엇인가?
출옥 후 좌파 지식인으로서 정치적 활동을 계속한다. 히틀러와 나치 집권을 반대하다 국적을 박탈당하고 프랑스, 영국 등지를 경유해 1937년 미국으로 망명한다. 그해 나치의 게르니카 폭격을 목도한 뒤 스페인 구호 활동에 매진한다.
그의 죽음은 어떤 모습이었나?
인류의 자유 연대를 위한 비폭력 운동에 투신했다. 1939년 프랑코 정권이 스페인을 장악하자 절망한다. 뉴욕의 한 호텔에서 목을 맨다. 마흔다섯 살이었다.
≪독일에서의 청춘≫에서 당신은 무엇을 읽는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20세기 초 독일과 유럽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톨러 개인을 통해 ‘시대사’를 읽을 수 있다.
작가의 메시지는 뭔가?
책 서문에 “1933년의 참사를 이해하려면 1918년과 1919년 독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1933년의 참사’란?
그해 히틀러는 독일제국의 수상이 되었고, 이듬해 총통이 되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상복이다. 원광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다.
2725호 | 2015년 8월 24일 발행
무엇인가 일어나야 한다
이상복이 옮긴 에른스트 톨러(Ernst Toller)의 ≪독일에서의 청춘 (Eine Jugend in Deutsch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