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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만득 박금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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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현이 현대 한국어로 옮긴 <<박만득 박금단전>>

나를 두고 가시오
금단의 나이 열한 살, 오빠에게 자신을 버리고 도망하라 흐느낀다. 장인의 칼을 대신 받아 남편을 구한 김씨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그때는 인륜이 목숨보다 귀했다.

“여보시오, 낭군님은 인간의 대장부라. 6대 독자 귀중한 몸이 죽기가 뼈에 사무치게 원통하니, 소첩은 여자라. 첩이 대신 죽을 터이니 낭군님 의복을 벗어서 내게 주오. 첩이 입고 저 문 앞에 누웠으면 낭군인 줄 알고 죽일 터이니, 낭군님은 첩의 의복을 바꾸어 입고 윗목에 누웠다가 첩이 죽어 나가거든 곧바로 뛰어가서 다른 집에 가지 말고 저 건너 장 참판 집에 가서 어제 새로 오신 장 참판 둘째 며느님 방에 가야 살 것이오. 만일 살아가시거든 좋은 경치 구경하고 봄바람처럼 이리저리 다니다가 좋은 인연을 다시 맺어 만년토록 영화를 누리실 때 칼에 죽은 나의 혼령 객귀(客鬼)나 면케 하여 주소.”
만득이 하는 말이,
“목숨은 다 같은 것인데 꽃 같은 시절에 비루한 나를 위해 천금 같은 목숨이 애매히 죽으려 하니, 죽는 너는 절개려니와 살아가는 나의 마음은 앞이 막혀 갈 수 있나?”
김 낭자 하는 말이,
“시간이 바쁘니 의복을 바꾸어 입고 불을 끄고 누웁시다.”
하면서 입던 의복을 고이 벗어 낭군의 의복은 김 낭자가 입고 구름같이 고운 머리 낭자를 설설 풀어 상투를 튼 후에 내외간에 마주 앉아 울고 보고 보고 울며 가련하게 하는 말이,
“원통하다, 낭군님아! ‘백년해로하자’ 하고 태산같이 믿었더니 오늘 밤이 백 년인가? 영영 이별이 웬 말인고? 칼에 죽은 내 목숨은 황천으로 들어가서 혼령이 되고, 살아서 가는 낭군님은 천만 가지 방법으로 몸을 귀히 보존하다가 하늘이 정해 준 수명대로 별세하여 저승에 들어와서 눈물로 서로 만나 세세한 이야기 가지가지 나눕시다!”
이렇듯이 서러운 모습을 목석(木石)인들 차마 보리. 간장에 품은 서러운 마음 시간이 바쁜 까닭에 서로 이야기 다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불을 끄더라. 만득이는 책상 앞에 눕게 하고 김 낭자는 문 앞으로 마주 누워 시간을 기다릴 때 문 앞에 은근한 발자국 소리가 천천히 들리더니, 소리 없이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와서 더듬더듬 만지더니, 칼로 목을 자르는 소리 혼비백산(魂飛魄散)하는지라.

≪박만득 박금단전≫, 작자 미상, 조재현 옮김, 25~27쪽

박만득과 박금단은 누구인가?
남매다. 숙종 때 경주 땅에 박천한이란 사람이 자식이 없어 걱정했다. 부인 장씨가 백일기도 해 옥동자를 낳아 ‘만득’이라 했다. 삼 년 후에는 여아를 낳아 ‘금단’이라 했다. 장씨가 병으로 죽자 박 진사는 삼년상도 치르지 못하고 죽는다. 어린 남매는 가산을 종들에게 빼앗긴다. 하루는 박 진사가 만득과 금단의 꿈에 나타난다. 남매는 아버지가 이른 대로 족보와 종 문서를 가지고 도망한다. 노비 춘덕 내외는 별당에 불을 지른다. 어린 주인을 죽이고 가산을 차지하려는 욕심이다. 만득 금단 남매는 산속에서 살길이 막막하다. 금단이 ‘자신을 버려두고 도망가라’ 한다. 둘은 헤어진다.

금단과 헤어진 만득은 어디로 향하는가?
정처 없이 떠돌다 김해 거제에 당도한다. 이름을 ‘이춘백’으로 바꾸고 김 참봉의 무남독녀와 결혼한다. 어느 날 가지고 있던 가첩과 족보를 꺼내 보다가 부인 김씨와 장인에게 들킨다. 장인 김 참봉은 만득의 집안에서 도망한 노비였다. 그날 밤 그는 사위를 죽이려 한다. 김씨는 옷을 바꿔 입고 남편 대신 죽임을 당한다.

다시 도망한 만득이 당도한 곳은 어디인가?
유랑 끝에 충주 탄금대에 닿는다. 부친의 죽마고우 조 진사를 만나 그의 딸과 혼인한다. 어느 날 꿈에 김씨가 나타난다. 과거의 과제를 알려 주며 ‘부친의 죄를 사하고 자신의 무덤을 찾아 제문을 지어 달라’ 부탁한다. 만득은 암행어사가 된다.

산속에 버려진 금단은 어찌 되었는가?
노부인을 만나 수양딸처럼 지낸다. 하루는 노인 부부가 자기를 종의 아들과 혼인시키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간질 환자를 흉내 내어 집에서 쫓겨난다. 정자 밑에서 잠이 들었는데 부친이 나타난다. 천생배필을 만날 것이라 일러 준다. 한 총각과 우연히 통성명을 하다 그가 오빠 만득의 친구 만복임을 알게 된다. 혼인한다.

암행어사 만득의 활약은 어떻게 펼쳐지는가?
참봉 형제를 불러 죄를 꾸짖은 후 종 문서를 소각한다. 김씨의 묘를 찾아 통곡하고 열녀문을 세운다. 옛집으로 돌아가 춘덕의 죄상을 밝히고 내쫓는다. 만복의 아버지인 권 진사가 아들 만복을 찾아 달라 부탁한다. 과천에 갔다 우물가에서 금단을 만난다. 만복과 함께 경주로 내려와서 행복하게 산다.

이 작품의 서사 골격은 어떻게 짜였는가?
추노담(推奴談)이다. ‘도망한 노비의 행적을 둘러싸고 주인과 노비 사이의 갈등, 대립, 해결이 서사 전개의 중심축을 이루는 고전소설’을 ‘추노계 소설’이라고 한다. 추노계 소설은 조선 중기 이후 신분 질서가 붕괴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계층 간 갈등을 문학으로 반영한다.

추노계 소설로 꼽을 수 있는 작품은 무엇인가?
≪김학공전≫, ≪신계후전≫을 들 수 있다. ≪박만득 박금단전≫과 밀접한 신소설 ≪탄금대≫ 역시 추노계 소설이다.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 어린 후계자들의 고난, 그 틈을 노린 집안 노비의 반란, 주인과 노비의 갈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탄금대≫는 어떤 소설인가?
이해조가 1912년에 발표한 신소설이다. 주인공의 이름이 ‘박만득’으로 같다. ‘섬-연광정-탄금대’ 등으로 여정도 같다. ≪박만득 박금단전≫을 재구성했음을 알 수 있다.

추노계 소설에 박금단이라는 여자 이름을 제목으로 올린 것은 의외의 시도가 아닌가?
이 작품은 박만득이란 남주인공뿐 아니라 박금단이라는 여주인공의 삶 역시 동등하게 조명한다. 서사의 골격은 추노담이지만 이 작품이 지향하는 바는 두 남매의 눈물겨운 우애다. 서로를 그리워하고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애틋한 가족 서사가 이 작품에 담겨 있다. 이 작품이 백여 년의 시간을 건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특별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연유도 바로 그것이다.

남매의 우애가 어느 정도 깊고 두터운가?
어린 남매가 노비들을 피해 집을 나와 산속으로 달아나는 장면을 보자. 겨우 부모 품을 벗어난 남자아이가 어린 여동생을 업고 추운 겨울 가쁜 숨을 몰아쉬며 깊은 산을 방황한다. 만득이가 중학교 1학년, 금단이는 초등학교 5학년 남짓 한 나이다. 어린 금단이 혼자 남아 죽을지도 모르는 공포를 느끼면서도 오빠에게 ‘자신을 두고 도망가라’며 흐느끼는 대목에서는 울컥하는 감정을 금할 수 없다.

서사와 대사의 문장 리듬감이 예사롭지 않은데, 특별한 기획이 있었던 것인가?
아마 이 작품의 창작자는 독자들이 낭독할 때 느끼는 리듬감을 염두에 두고 집필했을 것이다. 이 작품을 소리 내어 읽으면 마치 판소리 사설이나 잡가의 한 대목을 읊는 느낌이 들 것이다. 등장인물이 신세를 한탄하거나 박만득이 죽은 아내를 위해 제문을 읊는 부분에서는 그 운율감이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특징은 독자들이 읽는 맛과 함께 작품의 내용을 기억하고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이 작품은 현대의 한국어로는 처음 소개되는 우리 고전소설인가?
그렇다. 현재까지 다른 이본을 찾아볼 수 없는 유일본 고전소설이다.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인 홍윤표 선생 개인 소장본이다. 이번에 일반 독자를 위해 원문을 현대어로 옮겼고, 전문가를 위해 원문도 게재했다.

현대어로 옮기는 데는 무엇을 원칙으로 삼았나?
모르는 데는 모르는 것으로 남겨 두었다는 점이다. 고전소설을 강독하다 보면 모르는 단어나 해독되지 않는 곳이 있다. 사전을 찾고 관련 서적을 봐도 정확한 뜻을 알 수 없을 때에는 무리하게 뜻을 얽기보다 ‘미상’으로 표기했다. 이 책을 읽을 많은 독자분들의 훌륭한 견해가 보태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작품의 원전은 어떤 형태로 있나?
작품 분량은 1책, 매 쪽 12줄, 총 60쪽이다. 작품 말미에 무술년(戊戌年) 2월 21일에 필사를 마쳤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필사자나 창작자를 추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단서는 찾아볼 수 없다. 실제 작품은 얇은 붓으로 흘려 쓴 한글로 필사되어 있다. 종이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글자를 알아보기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당신은 누구인가?
조재현이다. 국민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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