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산 육필시집 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
현 위에 얹힌 듯
솔바람만 어쩌다 들러/ 살피고 가네/ 새들 몇 마리/ 처연한 풍경 소리 듣고/ 놀다가 가네// 흙담에 쌓인 잔설/ 햇살에 눈부셔/ 그림자는 한층 검고/ 적막은 더욱 깊네// 내게 집을 보라 하고 떠난/ 머리 깍은 주인은/ 집 따윈 깍인 머리칼/ 바람결에 잊었나// 동지와 소한 사이/ 밤마다 싸락눈 오듯/ 마당 가득 별 내리고// 산 노루 눈빛 같은 겨울 적막이/ 내 몸에 몇 날 밤을 다녀간 후에// 새소리 한 울음에도/ 몸 전체가/ 물결인 양/ 출렁이네// 살아온 날 전부가/ 현 위에 얹힌 듯/ 출렁이네
≪백무산 육필시집 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 40~43쪽
출렁인다.
동지와 소한 사이
적막은 더욱 깊어
새 소리 한 울음에도
살아온 날 전부가 출렁인다.
2832호 | 2015년 12월 26일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