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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흥섭 작품집

z20140604-s
625특집. 북으로 간 문학 4

차선일이 엮은 ≪엄흥섭 작품집≫

내 딸은 왜 죽었을까?
물고기 때문인가? 고무신 때문인가? 소작권 때문인가? 배추씨 때문인가? 식초 때문인가? 참기름 때문인가? 아니면 못난 아비와 어미 때문인가? 아니다. 역사와 계급과 탐욕과 무지, 인간 때문이다.

펄펄 뛸 때 지저 먹었어도 아니 펄펄 뛸 때 S읍으로 가저갔어도 곧 팔렸을 것을… 아니 썩은 그놈을 길거리에다 내버리고만 왔어도 이런 화근을 겪지 않을 것을… 도대체 김 참봉네 집에만 선사하러 들르지 않었어도 관계치 않었을 것을… 아니 아침에 딸년을 먹이지나 말었어도, 아니 맛있게 먹는 양이 가엾어서 그대로 제 마음껏 먹도록 놔두지만 않었어도, 아니 저녁때 장작 팔러 S읍에 또다시 가지만 않고 집에 있었어도, 아니 안해가 품아시 대림질을 가지만 않었어도, 아니 안해가 썩은 지짐을 아껴두지 않고 내버리기라도 했어도… 이런 화근이 생기지 않었을 것을… 하고 후회 가닥이 한꺼번에 얽히어 떠올랐다.
<숭어>, ≪엄흥섭 작품집≫, 엄흥섭 지음, 차선일 엮음, 86~87쪽

무엇이 화근인가?
딸 옥순이가 썩은 숭어를 먹고 탈이 났다. 주인공 춘보는 별다른 수를 써 보지도 못하고 방관할 수밖에 없다.

숭어를 펄펄 뛸 때 먹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아내에게 흔해 빠진 고무신 한 켤레 못 사다 준 것이 새삼 부끄러웠다. 읍내에 가 숭어를 팔아 아내 고무신을 사고 싶었다.

왜 바로 가 팔지 않았나?
아내가 김 참봉 집에 갖다 주라고 해서 찾아갔다. 소작하는 밭 임자인 참봉에게 땅을 떼일까 걱정해서였다. 그러나 참봉에게 박대를 당하고 나서 한낮에야 읍에 도착했다.

팔지 못한 이유는 뭔가?
같이 물고기를 잡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장사를 했다. 읍내 사람들이 배짱을 부리며 싸게 사려고 하니 가격 흥정이 되지 않았다.

옥순이가 숭어를 먹을 때 춘보와 그 처는 어디 있었나?
춘보는 장작을 팔아 배추씨를 사기 위해 읍에 갔고, 아내는 품앗이를 하러 가서 집에 아무도 없었다. 아침에 먹고 남은 썩은 숭어조림을 먹다가 가시가 걸렸다.

딸을 위해 춘보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초를 먹이면 가시가 삭는다는 말을 듣고 한밤중에 부잣집인 오 주사네 집에 가 보지만 무안만 당했다. 참기름이라도 있어야겠다 싶었지만 역시 구하지 못했다. 의원을 부르러 갔지만 그들도 춘보같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다.

초와 참기름이 없어 옥순이는 죽는 것인가?
춘보가 의원 집에 헛걸음하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정신을 잃고 있었다. 스르륵 눈을 감는 딸의 모습을 보았다.

딸의 죽음은 아버지에게 어떻게 다가오는가?
김 참봉, 오 주사, 의원들의 얼굴이 눈앞에 맴돈다. 그 얼굴들을 잡으려고 뛰어갔다. 한참 뒤에 김 참봉네 사랑방 기둥에 붙들린 채 정신이 들어 떨리는 공포와 절벽 같은 무서움을 느꼈다. 이내 다시 정신을 잃고 한바탕 너털대며 껄껄 웃는다.

엄흥섭이 이 작품으로 거둔 성과는 무엇인가?
주인공의 심리와 주인공을 둘러싼 현실적 상황을 매우 핍진하게 묘사한다. ‘숭어’를 매개로 농촌 현실의 궁핍함과 피폐함이 발생하게 된 원인들, 즉 지주와 소작농의 불평등 관계, 불안정한 생계 문제, 가난한 농민들의 죽음을 모른 척하는 의원들의 몰인간성 등 빈곤과 연결된 사회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이 책에는 어떤 작품이 실려 있는가?
<숭어>와 그의 데뷔작 <흘러간 마을>을 비롯해 <과세(過歲)>, <정열기(情熱記)>, <귀환일기(歸還日記)>가 있다.

<흘러간 마을>이 엄흥섭의 데뷔작인가?
카프 계열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그의 존재를 알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지주인 최병식이 자신의 별장 옆에 호수를 만든다. 큰비가 내려 호수 제방이 터지고 아래 마을이 쓸려나간다. 최병식은 추석날 별장 낙성식을 성대하게 벌인다. 고 서방이 격분하고 마을 농민들을 이끌어 집단행동을 일으킨다.

카프가 작품을 호평한 이유는 뭔가?
마지막 장면이다. 비평가들은 이 장면에 나타난 농민들의 집단적 저항 표출과 투쟁의 승리를 예감케 하는 낙관성, 건강성에 주목했다. 개인이 홀로 울분과 저항을 표출함으로써 현실의 불합리를 고발하는 기존 신경향파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과세(過歲)>는 어떤 소설인가?
자작농에서 소작농으로, 소작농에서 다시 나무장수로 하락하는 김 첨지 이야기다. 딸을 부잣집 하녀로 보낸 부부가 설을 맞아 딸을 본다. 갈갈이 터진 손, 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비참한 현실을 애달파한다.

<정열기(情熱記)>는 앞선 작품들과 어떤 점이 다른가?
현실 개선의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는 소시민 지식인과 교육자들이 등장한다. <숭어>와 <과세>가 현실의 모순과 그 구체적인 원인을 제시하지 않고 적극적인 현실 극복의 전망을 강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면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되는가?
진보 교사인 영세와 민중을 대변하는 문 서방이 학교를 사유하려는 박 원장과 대립한다. 낙후되고 부패한 무산자 학원의 운영을 개선하는 과정이 다양한 인물과 세밀한 환경 묘사로 그려진다. 학원 교육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통해 당대 식민지 교육 체제와 그 자본주의적 모순을 자연스럽게 고발한다.

<귀환일기(歸還日記)>는 누구의 이야기인가?
정신대에 끌려갔다가 술집 작부로 전락했던 순이와 영희가 주인공이다. 일본에 끌려가 전쟁과 노역에 동원되었던 조선인들의 귀환 이야기다.

조선인의 귀환은 어떻게 그려지는가?
귀환민들은 젊은 청년의 지휘 아래 노숙을 하며 500리를 걸어 항구에 도착한다. 그러나 배를 구하지 못한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불법 운항하는 ‘야미배’를 구해 여자와 노인들을 먼저 태워 보낸다. 임신 구 개월이던 순이는 배 안에서 ‘건국동이’를 낳는다.

엄흥섭이 누구인가?
일반 독자들이나 문학 애호가들은 물론이거니와 문학 연구자들에게도 생소한 존재다. 190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1929년에 카프에 가입했지만 2년 뒤에 발생한 ‘군기 사건’에 연루되어 제명되었다. 이후 1951년 월북했고 1963년 한설야가 숙청될 때 추종 세력으로 몰려 뚜렷한 활동을 못 하게 된다. 이후 북한에서의 행적은 알려진 바가 없다.

군기 사건이란 어떻게 된 일인가?
잡지 <군기>를 편집하던 양창준, 민병휘 등 카프 개성 지부 맹원들이 활동이 부진한 카프 지도부를 향해 조직 개편을 요구하며 강도 높게 비판하자 카프 지도부가 비판에 가담한 인물들을 제명한 사건이다. 엄흥섭은 이 사건에 가담한 정도가 미미하다고 알려졌지만, 카프 중앙 권력에 대한 비판에 동조했던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당신은 누구인가?
차선일이다.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에서 민속학과 근대문학의 연결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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