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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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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의 현자들이 그렇게 하듯 결혼 상태가 초래하는 불편함을 미리 계산해 본다면 어떤 사람이 결혼이라는 멍에에 자기 목을 들이밀지 묻고 싶다. 또한 아이를 낳는 데 얼마나 위험이 따르고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깊이 생각해 본다면, 어떤 여자가 남자한테 가려 하겠는가? 여러분은 결혼에서 생명을 얻어 내듯, 내 하녀인 ‘경솔’에게서 결혼을 얻어 낸다. 그리고 여러분이 내게도 얼마나 많은 신세를 지고 있는지 한번 보라. 여기 있는 이 ‘망각’이 옆에 붙어 있지 않다면 어떤 여자가 그런 고생을 겪고 나서 같은 짓을 또 되풀이하려 하겠는가?

≪우신예찬≫, 데시데리위스 에라스뮈스 지음, 문경자 옮김, 22~23쪽

여기서 ‘내’가 누구인가?
우신(愚神), 어리석음의 여신이다. 라틴어로는 ‘모리아(Moria)’, 프랑스어로는 ‘폴리(Folie)’다. ‘광기’, ‘어리석음’, ‘정신착란’, ‘유쾌한 언행’이라는 의미다.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가?
인간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도, 세상을 지배하는 것도 바로 우신,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근거가 있는가?
세상 사람들의 어리석은 행동 때문이다. 학자, 작가, 성직자, 왕의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예로 든다.

학자, 작가, 성직자, 왕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신학자들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그들은 제멋대로, 마치 밀랍이라도 반죽하듯 성서를 반죽하고 또 반죽한다. 그들은 이미 몇몇 스콜라 신학자들이 인정해 준 자신들의 결론을 솔론의 법률보다 더 훌륭하고 심지어 교황의 법령보다 더 나은 것인 양 내놓는다. 그들은 이 세상의 검열관을 자처하며 그들 자신의 명시적, 암시적인 결론에 꼭 들어맞지 않는 것은 모두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다 못해 마침내 다음과 같은 신탁까지 내린다. ‘이 명제는 파렴치하다. 저 명제는 불경하다. 이것은 이단의 냄새가 나고, 저것은 듣기에 좋지 않다.’ 그리하여 세례도, 복음서도, 성 바울이나 성 베드로도, 성 히에로니무스나 성 아우구스티누스도, 심지어 최고의 아리스토텔레스 학자인 성 토마스마저도 만약 그 가르침에 정교함의 대심판관인 신학 박사님들의 권위가 덧붙여지지 않는다면 단 한 명의 기독교 신자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다.”

기독교 비판인가?
풍자다. 에라스뮈스는 “어떤 종류의 삶도 제외하지 않는 풍자”를 통해 “특정인을 공격하지 않고도 사람들의 풍속을 비판함으로써 악습과 폐단을 교화하고 충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에라스뮈스는 누구인가?
16세기 인문주의자다. 1469년 태어나 1536년 사망했다. 데시데리위스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유럽 문화에서 자유주의 전통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으며 고대 그리스 학문과 예술을 적극 수용해 르네상스 시대 인문주의의 길을 제시했다.

서양에서 16세기는 어떤 시간인가?
과학 발달과 지리상의 발견, 기나긴 종교 갈등으로 서구 역사상 대전환이 일어났다. 1000년에 걸친 기독교의 절대적 지배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의 새로운 시대정신이 펼쳐졌다.

그가 제시한 인문주의의 중심 개념은 무엇인가?
중용이다. 그는 “격렬한 언동보다 정중한 중용을 지킴으로써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중용은 어디로부터 비롯하는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인간의 원죄에서 출발하는 기독교 교리와는 달리 그는 인간의 선함을 굳게 믿었다. 인간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분쟁이 아니라 화해와 관용을 추구했다.

무신론자인가?
아니다. 수도원에서 교육받았고 기독교 문헌을 번역하고 편집해 연구 업적을 남겼으며 성경을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옮길 만큼 신앙심이 깊었다. 그러나 신교와 구교 양측에서 배척받았고, 그가 쓴 신약성서는 부분 삭제되는 수모를 겪었다.

왜 ≪우신예찬≫을 썼는가?
토마스 무어에게 보낸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최근 며칠 동안 나는 이탈리아에서 영국으로 여행하면서 줄곧 말을 타고 있어야 했네. …뭔가 일을 하고 싶었지만 진지한 작업을 하기에는 상황이 그다지 적합하지가 않은 터라, 나는 장난삼아 우신(愚神)을 예찬하는 글을 지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 …그것은 바로 자네의 이름 모어(More)가 우신(Moria)과 아주 비슷했기 때문일세.”

출판 후 반응은?
가톨릭 금서 목록에 올랐지만, 출간되자마자 유럽 각지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각국어로 번역되었다. 서구 문학사에서 근대성의 효시로 여겨지는 프랑스의 라블레, 스페인의 세르반테스, 영국의 셰익스피어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의 매력은 무엇인가?
≪우신예찬≫은 농담을 하듯 가볍게 시대의 어리석음과 사람들의 결점을 비웃으며 불만을 대변한다. 한 걸음 물러나 그것을 바라보고 그것을 넘어서는 자유를 느끼게 한다. 그의 예리한 시선과 재치, 유머는 신선하면서도 보편적이다. 제도와 관습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 전환은 유쾌하고 의미심장하다.

당신은 누구인가?
문경자다. 서울대학교 강사다.

2688호 | 2015년 7월 17일 발행
인간은 어리석다. 그래서 위대했다.
문경자가 옮긴 데시데리위스 에라스뮈스(Desiderius Erasmus)의 <<우신예찬(Encomium Mori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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