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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항림 작품집

z20140605-s
625 특집. 북으로 간 문학 4

이재복이 엮은 ≪초판본 유항림 작품집≫

조선에서 쓸 수 없는 사상
성리학과 군국 파시즘, 이중의 벽이 식민지 사회주의자를 압박한다. 현실을 잃은 혁명성은 일상에 흡수된다. 룸펜 프롤레타리아의 삶이 시작된다.

은행에서 소절수를 박구노라고 기달리는 사이에 문득 생각난 것은 어렸을 적의 은행노리란 것이였다. 지전을 만들어 저금하고 찻어내고 하며 놀든. 거기서 힌트를 얻어 특별당좌예금에 오십 원을 저금하고 N금융조합에 또 저금할려고 그리로 가든 길에 진규를 맛낫고 그의 아버지도 그를 보앗든 것이다. 금융조합에 이십 원을 처음으로 저금하고 그길로 우편소로 갔어 이십 원을 저금하고 새 통장을 받어넷다. 이렇게 구십 원을 세 곳에 널어놓았다.
그 이튼날은 금융조합과 우편소에서 십 원식 끄내다 은행에 저금한다. 또 그 이튼날은 은행에서 육십 원을 찻어내다 우편소와 금융조합에 저금한다. 늦잠을 자고나서 그 세 곳을 단겨오면 비용드는 일도 없이 하로 해가 곳잘 지나갔다. 따라서 양복을 다 지어놓고 기다릴 양복점에는 자연 발길을 하지 않었다.

<마권(馬券)>, ≪초판본 유항림 작품집≫, 유항림 지음, 이재복 엮음, 42∼43쪽

종일 계좌를 이체하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만성이다. 1930년대 평양에 사는 백수다.

어쩌다 백수가 되었는가?
학창 시절 ‘독서회 사건’에 엮인 것으로 나온다. 신원 문제로 취직이 어려웠지 싶다.

1930년대 조선의 룸펜 프롤레타리아의 하루는 어떤 것인가?
‘베이비골프장’ 가서 게임 하기, 도서관 가서 신문·잡지 보기, 친구 만나서 얘기나 나누기, 계모에게 용돈 타기, 일기에 한담 쓰기로 세월을 보낸다.

백수의 친구는 누구인가?
취직한 친구 태흥, 같은 백수인 창세, 한때 고시생이었지만 지금은 친척 가게에서 월 25원에 일하는 종서가 있다.

그들이 만나서 하는 짓은 무엇인가?
백수 친구 창세하고는 철학과 사상을 논한다. 종서에게서는 법전을 빌려 ‘고시 공부하려는 척’ 아버지 눈에 띄게 들고 다닌다.

백수의 끝은 어디인가?
소설 막바지에 도쿄로 가서 어느 학교 입시를 보겠다고 한다. 합격할지, 집에서 학비를 줄지 불확실하다.

도쿄 유학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주인공이 스스로의 캐릭터 소멸을 선언한 것이다. 만성은 “思惟의 결과는 절망이다”고 말한다. 절망적 분위기 속에서 캐릭터가 사라진다.

소설에서 주인공의 캐릭터가 사라진 이유는 뭔가?
그가 말하는 ‘사유’는 이념, 곧 사회주의를 가리킨다. 사회주의 단체가 붕괴하자 좌파 지식인들은 무기력해지고 전향하기도 한다. 만성은 무기력증에 빠진 지식인의 표본이다.

<마권>이라는 제목은 만성이 도박에 빠진다는 암시인가?
그럴 것 같지만 아니다. <마권(馬券)>에서 ‘마권’이란 단어는 단 두 번 등장할 뿐이다.

어디서 어떻게 등장하는가?
“여기 통용치 못하는 ‘루불’ 지페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으로 馬券을 살 수 있다면 그것도 도박이라고 위험하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만성이 말하는 대목이다.

이 대목의 의미가 무엇인가?
아마도 이런 뜻이 아닌가 싶다. ‘조선에서 쓸 수 없는 외화가 있다. 그것으로 도박 유가증권만 살 수 있어서 그걸 샀다. 이걸 두고 도박한다고 마냥 비난할 수 있나?’

왜 하필 소련의 화폐인 ‘루불’을 들고 나온 것인가?
카프 해산 이후 좌파 지식인들의 행보를 무조건 비난하지는 말라는 메시지다.

이 책에는 어떤 작품들이 실렸는가?
<마권> 외에 단편소설 <구구(區區)>, <부호(符號)>, <농담(弄談)>을 실었다. <개성(個性)·작가(作家)·나>라는 평론도 있다.

네 편의 단편소설은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이 변화하는 현실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의 폭로다. 따라서 인물들은 사회주의 문제에 대한 강한 자의식과 냉소를 지녔다.

이상이나 박태원의 지식인 소설과는 어떤 차이가 보이는가?
그들은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를 ‘모던’하게 다뤘다. 유항림은 ‘모던’ 대신 ‘마르크스’를 집어넣었다.

유항림의 마르크스는 어떤 표정인가?
그에게 마르크스는 정치성이다. 하지만 기존의 사회주의자들과는 달리 그들의 어두운 면을 폭로하고 부각시키는 장치 구실을 한다. 이로써 식민지 지식인의 내면 심리를 새롭게 재구성한다.

그에게 식민지 지식인의 내면은 정치성으로 나타난 것인가?
정치성은 한국 모더니즘 소설사의 또 다른 자의식이다. 이런 문학사적 의미가 있지만 유항림은 오랫동안 외면되었다.

왜 그를 외면했는가?
1914년에 평양에서 태어나 평양 동인지 ≪단층(斷層, La Dislocation)≫에서 활동했다. 예나 지금이나 ‘서울중심주의’가 문제다.

서울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나?
서울에서 작품을 발표한 적도 있다. 1940년 10월 ≪인문평론≫에 <부호>를, 1941년 2월에 ≪문장≫에 <농담>을 발표했다. 그러다 몇 년 뒤 해방이 됐다. 해방 직후인 그해 8월에 김조규, 최명익과 평양예술위원회를 결성했다. 그 뒤 북한의 여러 문화단체에 관계했다.

북한 체제에서는 무엇을 했는가?
북한 체제에 순응했다. 이는 1950년 이후 발표한 소설 제목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직맹반장>, <소년 통신병>, ≪대오에 서서≫를 썼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재복이다. 한양대학교 한국언어문학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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