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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 천줄읽기

z20130826-1

신진호가 골라 옮긴 궈모뤄(郭沫若)의 ≪족발(豕蹄)≫

죽음을 맞은 진시황의 소회
입만 살아서 떠드는 것들 때문에 통일이 되지 않았다. 460명을 묻어 죽였고 책이란 책은 모조리 태워 버렸다. 그러고 나니 세상은 더욱 소란해졌다. 그의 마지막 말이다. “난 정말 멍청이였어.”

한참을 지켜보고 있는데, 안회가 솥뚜껑을 여는 것을 보고는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그가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자니 안회가 솥뚜껑을 열어서 한 손을 솥 안으로 넣었다가 손가락 두 개에 밥풀을 묻혀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이런 짓을 보고 공자는 자존심이 극도로 상했다. 왜냐하면 공자는 한 무리의 우두머리였기 때문이다.
‘이 우두머리도 아직 식사를 못 했는데, 네가 공공연히 먼저 먹는단 말이냐?’
(중략)
“제가 막 솥뚜껑을 열었을 때 솥 안으로 재가 조금 날아 들어갔습니다. 제가 재빨리 손가락으로 그것을 걷어내기는 했습니다만 그대로 버리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 손가락을 데기도 하여 저는 그것을 제 입에 집어넣고야 말았습니다.”
여기까지 듣고 나서야 비로소 공자는 ‘아하!’ 하고 탄식을 터뜨렸다. 그는 재빨리 말꼬리를 잡아챘다.
“좋다, 좋아. 안회야. 너는 정말로 성자로구나. 나조차도 너를 따를 수가 없구나.”
공자는 이 말을 마치고 제자들에게 자기가 안회를 의심했다는 것과 안회를 시험했다는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공자는 이런 고백을 통해 스스로 느끼고 있던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잠재의식 속에서 위안을 느끼고 있었다.
“우두머리로서의 나의 존엄은 결코 손상되지 않았도다.”

≪족발≫, <공자님의 식사>, 궈모뤄 지음, 신진호 옮김, 38~40쪽

‘안회가 먼저 밥 먹은 것을 오해한 이야기’는 실화인가?
≪여씨춘추(呂氏春秋)·심분람(審分覽)·임수(任數)≫ 편에 따르면 실화다. 궈모뤄가 지은 역사 콩트 <공자님의 식사>는 실제 역사 제재에 살을 붙이고 작가의 사설을 입힌 작품이다.

공자의 마지막 독백은 우리가 아는 공자가 우상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공자는 자신의 오해를 반성하는 한편 체면도 챙긴다. 성인이 제 위신 찾기에 급급하다.

궈모뤄는 ≪족발≫을 왜 썼는가?
일본 유학 중 마르크스주의 영향으로 ‘조국 혁명’에 뜻을 뒀다. 귀국 후 1차 국공합작 결렬로 국민당 측에 쫓기자 일본으로 망명, 10년 동안 머물렀다. 그곳에서 자신의 역사적 지식과 심경을 담아 창작, 출판한 것이 ≪족발≫이다.

작품집 제목이 ≪족발≫인 이유는?
궈모뤄는 처음에 작품들을 ‘역사 제재 콩트’라고 부르려 했다. 그러나 너무 거추장스러워 ‘사제(史題)’로 줄였다가 다시 ‘사체(史體)’로 음을 바꿨다. 결국 작품들의 성격을 감안, 문학·역사 지식이 별로 없더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라는 의미에 발음까지도 동일한 ‘족발(豕蹄)’로 바꾸었다.

이 책에는 어떤 작품을 골랐나?
<공자님의 식사>를 비롯해 <맹자, 부인을 내쫓다>, <칠원리 장자가 양나라로 유세를 가다>, <공자묘를 찾아온 마르크스>, <초패왕의 자살>, <제나라 용사의 무예 대결>, <진시황의 임종>, <사마천의 분기탱천>, <노자의 입관기>, <가의의 통곡>, 이렇게 열 편이다.

≪족발≫ 원전을 모두 옮겼나?
아니다. 이 책의 원전은 1983년 베이징 인민문학출판사에서 출간한 ≪궈모뤄전집-문학편(郭沫若全集-文學篇)≫이다. 번역자가 핵심적인 이야기 열 가지에서 중요한 내용을 뽑았다. 원전 대비 60% 정도 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사실인가, 허구인가?
사실과 허구가 섞인 것이 약간, 나머지는 거의 픽션이다. <공자님의 식사>, <진시황의 임종>, <사마천의 분기탱천>은 실제 역사 소재에 픽션 문장이 약간씩 섞였다. 반면 <공자묘를 찾아온 마르크스>는 완전히 허구다.

<공자묘를 찾아온 마르크스>에게 공자는 무엇을 하는가?
마르크스와 함께 이데올로기를 토론한다. 공자가 ‘공산주의’를 ‘공처(共妻)주의’라고 놀리자 마르크스는 크게 당황해 가 버린다.

<맹자, 부인을 내쫓다>에서 맹자는 왜 이런 짓을 하는가?
공자를 본받아 수양을 쌓고 성현이 되려 뜻을 세웠다. 그러나 부인이 너무 아름다웠다. 수양은 진척이 없었다.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 내쫓을 결심을 한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남편의 뜻을 안 부인이 스스로 떠날 뜻을 밝힌다. 맹자는 부끄럽다. 식욕으로 판단력이 흐려진 공자의 모습, 성욕에 밀리는 맹자의 모습, 둘 다 필부의 모습이다.

<초패왕의 자살>에서 항우의 자살 원인은 무엇인가?
항우는 백성들의 한결같은 염원을 등에 업고 진나라를 타도한다. 그 뒤 유방과 패권을 다투고 패해 자살한다. 작가는 항우가 ‘자신의 힘을 지나치게 믿은 나머지 민의를 저버린 행동을 함으로써 패배’했다고 봤다.

<제나라 용사의 무예 대결>은 운문 콩트인데 내용은 무엇인가?
춘추전국시대에 대국 연나라의 침략을 목전에 둔 상태다. 힘을 합쳐 싸우지 않고 서로를 약점을 노리는 싸움을 벌인다. 둘 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용사 이야기다.

<진시황의 임종>에서는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가?
그는 심각하게 후회한다. “아, 가장 빌어먹을 짓은 아마 내가 저질렀던 분서갱유일 거야. …460여 명을 한꺼번에 생매장했으니 말이야. …난 정말 멍청이였어. 사상을 어떻게 폭력으로 통일시킬 수 있단 말인가?” 물론 픽션이다.

<사마천의 분기탱천>에서 사마천은 무엇을 하는가?
≪사기≫를 쓰면서 복사본을 만든다. 제2의 분서갱유를 대비한 것이다.

실제 사실인가?
역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한무제 때에 ≪사기≫가 폐기될 것을 우려해 자신의 딸에게 원고를 맡겨 놓았다. 그녀의 아들, 즉 사마천의 외손자인 양운은 훗날 이것을 세상에 내놨다.

<노자의 입관기>에서 노자는 뭘 하나?
스스로 자기 사상을 비판한다. 격동기였던 1920년대 당시, 무위사상·은둔사상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작가는 말한다.

문학과 사학 가운데 무엇이 궈모뤄의 본업인가?
망명 때는 고대사 연구에 몰두했다. 그 지식을 배경으로 역사 콩트집을 쓸 수 있었다. 역사학자로서 그의 안목과 성과가 문학적으로 빛을 발한 책이 바로 ≪족발≫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그의 행적은 어떠했나?
1949년 신중국이 정식으로 출범하자 전인대(全人代) 부위원장, 정무원 부총리 등의 공직을 거쳤다. 바쁜 일정 속에서 역사극을 중심으로 한 문학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학술 연구에도 열심이었다.

문화대혁명 때 무사했나?
활동을 줄이고 마오쩌둥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큰 화를 당하지 않았다. 1978년, 지병이었던 폐렴의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당신은 누구인가?
신진호다. <魯迅과 郭沫若의 역사소설 비교론>을 썼고, ≪郭沫若 희곡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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