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자연과 인공, 정신과 신체 등을 구분하는 근대의 이분법은 효력을 잃었습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복잡한 상호 작용으로 얽힌 세계가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모든 학문 분야에 걸쳐 인간중심 관점에서 탈피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인간은 동식물이나 기계와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 맺어야 할까요?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포괄하는 철학은 어떤 모습일까요? 탈인간중심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비인간 존재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
루치아노 플로리디는 정보를 중심으로 윤리학을 재구축합니다. 모든 존재를 상호 연결된 정보 존재자로 인식해 기존 윤리학에서 배제되어 왔던 무생물이나 인공물까지 도덕의 영역에 포함합니다. 이 책은 정보 환경에서 도덕 평가의 기준이 되는 ‘형이상학적 엔트로피’, 정보 존재자들을 돌보고 번영시켜야 할 ‘호모 포이에티쿠스’로서 인간의 역할 등 플로리디의 정보 윤리학 전반을 체계적으로 설명합니다. 정보 혁명으로 불거진 철학적·윤리적 문제를 해소할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목광수 지음 |
인간은 정보처리장치다 ≪튜링스 맨: 컴퓨터 시대의 문화 논리≫
인간이 컴퓨터처럼 생각하고 컴퓨터가 인간을 대체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컴퓨터의 등장 이래 인간은 자신을 ‘정보처리장치’로, 세계를 ‘처리 가능한 정보’로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컴퓨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본질을 재규정하는 인간이 바로 ‘튜링스 맨’입니다. 이 책은 과거의 기술들과 컴퓨터를 비교하며 컴퓨터가 현대의 삶과 사고방식에 끼친 영향을 조명하고, 기술과 인문이라는 두 축으로 컴퓨터 시대의 문화 논리를 파헤칩니다.
제이 데이비드 볼터 지음, 김상우 옮김 |
신화에서 생태 정신을 찾다 ≪아이누 신요집≫
아이누인은 일본 홋카이도 지역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입니다. 카무이(Kamui)라 불린 자연신이 동물의 모습으로 인간(Ainu)과 함께 살아간다고 믿은 그들에게, 서사시는 신과 인간의 의사소통 매체였습니다. 이 책은 자연신의 노래인 카무이 유카르(Kamui Yukar)와 인간 영웅의 노래인 오이나(Oina) 13편을 실었습니다. 고대의 생활 방식을 고수해 온 아이누인들의 생활과 이념이 그대로 배어 있습니다. 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공존을 도모하는 생태 정신의 가치를 배울 수 있습니다.
지리 유키에 엮음, 이용준 · 홍진희 옮김 |
동물도 표정을 짓는가?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은 흔히 인간의 고유한 특징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찰스 다윈은 인간의 표정 역시 진화의 산물로, 생명체의 유지와 번식 과정에서 진화적 선택압(selection pressure)을 통과한 형질이라 말합니다. 따라서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기해 나온 사람과 원숭이는 웃을 때 동일한 안면 근육을 사용합니다. 다윈은 인간과 동물이 짓는 특별한 표정들에 주의를 기울이며 감정 표현 저변에 흐르는 일반 원칙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다윈 진화론의 역작으로 꼽히는 이 책을 읽으며 세계 속 인간의 위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찰스 다윈 지음, 김홍표 옮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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