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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시선 초판본

z20131003-1

고명철이 엮고 해설한 ≪초판본 김남주 시선≫

김남주가 있었다
스스로를 전사라 했다. 저쪽에서 칼 들고 나오니 이쪽은 펜 들고 나서겠다고 했다. 노동과 인간의 대지에서 발을 떼는 순간 시는 깃털 하나 들어올리지 못할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나의 시가

나는 나의 시가
오가는 이들의 눈길이나 끌기 위해
최신 유행의 의상 걸치기에 급급해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나는 바라지 않는다 나의 시가
생활의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순수의 꽃으로 서가에 꽂혀
호사가의 장식품이 되는 것을
나는 또한 바라지 않는다 자유를 위한 싸움에서
형제들이 피를 흘리고 있는데 나의 시가
한과 슬픔의 넋두리로
설움 깊은 사람 더욱 서럽게 하는 것을

나는 바란다 총검의 그늘에 가위 눌린
한낮의 태양 아래서 나의 시가
탄압의 눈을 피해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기를
미처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배부른 자들의 도구가 되어 혹사당하는 이들의 손에 건네져
깊은 밤 노동의 피곤한 눈들에서 빛나기를
한 자 한 자 손가락으로 짚어 가며
그들이 나의 시구를 소리 내어 읽을 때마다
뜨거운 어떤 것이 그들의 목젖까지 차올라
각성의 눈물로 흐르기도 하고
누르지 못할 노여움이 그들의 가슴에서 터져
싸움의 주먹을 불끈 쥐게 하기를

나는 또한 바라 마지않는다 나의 시가
입에서 입으로 옮겨져 노래가 되고
캄캄한 밤의 귓가에서 밝아지기를
사이사이 이랑 사이 고랑을 타고
쟁기질하는 농부의 들녘에서 울려 퍼지기를
때로는 나의 시가 탄광의 굴속에 묻혀 있다가
때로는 나의 시가 공장의 굴뚝에 숨어 있다가
때를 만나면 이제야 굴욕의 침묵을 깨고
들고일어서는 봉기의 창끝이 되기를

≪초판본 김남주 시선≫, 고명철 엮음, 36~37쪽

시인인가, 혁명가인가?
시인이기보다 혁명가이길 원했다. 스스로를 ‘전사(戰士)’라 불렀다.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밝히려는 정념을 내보인다.

그에게 시는 무엇인가?
농민과 노동자의 삶을 위협하는 모든 부정한 것에 대항하는 투쟁이다. 민중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 대한 부정, 억압하는 세계를 전복함으로써 민중 해방을 꿈꾸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가 시적 혁명을 통해 궁극에 이르고자 한 시업(詩業)이었다.

시는 목적인가, 수단인가?
“나는 책상머리에 앉아 시라는 것을 억지로 써 본 적이 없다고/ 내 시의 요람은 안락의자가 아니고 투쟁이라고 그 속이라고/ 안락의자야말로 내 시의 무덤이라고” 노래한 <시의 요람 시의 무덤>에서 ‘저쪽에서 칼을 들고 나오는 판’이니 ‘이쪽에서는 펜으로 무기 삼아 대들어서는 안 되느냐고’ 반문한다. 그에게 시는 뚜렷한 목적이자 수단이었다.

김남주의 민중성에는 무엇이 있는가?
‘타고난 특권의 양반들 소일거리’가 아니며, ‘노동과 인간의 대지에 뿌리를 내리’는 게 자신의 시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생활의 이 기반에서 내가 발을 떼면/ 내 시는 깃털 하나 들어올리지 못한다”고 밝힌다. 자신의 시가 ‘상아탑의 서재’에서 한 두 사람이 ‘먹물로 그리는 현학의 미로’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그의 시 전체를 관통하는 ‘민중성’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민중성은 어떤 경로를 통해 분단 지양으로 확장되는가?
김남주에게 민중 해방은 곧 분단 극복이고 탈식민의 쟁취였다. 분단의 치유는 신제국주의가 억압하는 모든 인민의 해방 길에 동참하는 것이었다. 전 세계 민중의 삶을 억압하는 정치경제적 식민의 ‘삼팔선’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민중 해방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민중 해방의 길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라고 목 놓아 부르거나, “청송녹죽 가슴으로 꽂히는 죽창이 되자”며 민중의 분노를 서슴없이 드러냈다. “쌓이고 맺힌 서러움”을 풀어내는 길에 민중과 함께하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앞에 가며 너 뒤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고 노래했다.

그의 반독재, 민주화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되는가?
1946년 전남 해남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광주일고등학교에 입학했으나 입시 위주의 획일 교육에 반대해 자퇴했다. 검정고시로 전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하고 신입생 시절부터 삼선개헌과 교련 반대 운동에 적극 참여한다.

1972년 제작 배포한 ≪함성≫은 무엇인가?
최초의 반유신 지하신문이다. 1972년 박정희 정권이 유신헌법을 선포하자 친구 이강과 함께 ≪함성≫을 제작해 전남대학교와 광주 시내 5개 고등학교에 배포했다. 이듬해 전국적인 반유신 투쟁을 위해 ≪고발≫을 제작, 배포한 일로 대학에서 제적되었다.

시는 언제부터 시작되나?
학교에서 제적당한 뒤 고향에 내려가 ≪창작과 비평≫ 1974년 여름호에 <진혼가>, <잿더미>를 비롯한 여러 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남민전’은 언제 일인가?
‘민중문화연구소’를 열어 초대 회장으로 활동하다 중앙정보부에 쫓긴다. 서울로 피신했다가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이른바 ‘남민전’ 준비위원이 된다. 1979년 이 일로 체포되어 15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어떤 조직인가?
남민전은 1976년 반유신, 민주화, 민족 해방 운동을 목표로 이재문, 신향식 등이 조직한 비밀단체였다. 유신 체제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제작해 배포했으며, 반유신 투쟁을 전개했다. 정부 당국이 이런 활동을 반국가적인 것으로 규정해 김남주를 비롯한 조직원 84명을 구속했다. 전원이 국보법, 반공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공안 기관은 이 사건을 ‘국가 변란 기도’, ‘간첩단 사건’ 등으로 발표했다.

5·18은 어디서 만났나?
투옥된 이듬해 광주의 학살 소식을 전해 듣는다. 학살을 직접 목격한 것처럼 그날의 공포와 죽음을 시로써 생생히 재현했다.

감옥에서 그런 시를 어떻게 썼나?
광주 민중의 희생은 민주주의 쟁취의 불기로 이어졌다. 김남주는 시대의 염원을 담뱃갑 은박지에 촘촘히 새겼다. 살아생전 단 한순간도 민중 해방을 향한 사상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았다.

수감 생활은 얼마나 지속되었나?
1984년 청사출판사가 김남주의 첫 시집 ≪진혼가≫를 출간한 뒤로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민중문화운동협의회, 민중문화연구회,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전남민주청년운동협의회 등에서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펜클럽 세계 본부와 미국 펜클럽 등에서도 한국 정부에 김남주 시인의 석방을 요구했다. 그의 수감 생활은 1988년 12월, 투옥된 지 9년 3개월 만에 끝났나.

돌아온 혁명가는 무엇을 했나?
혁명 전사다운 특유의 목소리로 광주 학살을 고발한 시 <학살>을 낭송해 대중에게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민주화 운동 현장에서 자주 시를 낭송했다. 췌장암으로 투병하다 1994년, 49세에 돌아갔다.

당신은 누구인가?
고명철이다. 광운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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