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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한국근현대문학 / 초판본 신석정 시선

초판본 신석정 시선

z20130902-1

권선영이 엮은 ≪초판본 신석정 시선≫

멍든 역사의 민주주의
산업화를 거쳐 민주주의가 열린 줄 알았지만 이거 아니라는 탄식은 그치지 않는다. 과연 역사는 길다. 욕되지 않을 우리의 악수를 볼 수 있을 자 얼마나 될까?

쥐구멍에 햇볕을 보내는 民主主義의 노래

이슥한 안개 속을 헤쳐 온
네 얼룩진 얼굴에 슬픈 鐘소리가
마지막 메아리로 잦아든 오늘
또다시 앞을 가로막는 검은 밤이 올지라도
아폴로가 있어서 우리는 安心한다.

‘어제는 모조리 원수에게 주어라!’

‘오늘만은 아예 양보할 수 없다!’

‘내일은 더구나 빼앗길 수 없다!’

멍든 歷史가 疾走하는 언저리에
주름 잡힌 얼굴
핏발 선 눈을 가진 얼굴
사자같이 노한 四月이 주고 간 얼굴
얼굴과
얼굴과
얼굴들 속에서
내일을 약속할 얼굴을 찾아라.

‘없걸랑 그저 무참히 활을 겨누어도 좋다!’

한 詩人이 있어
‘딱터·李’의 肖像畵로 밑씻개를 하라 외쳤다 하여
그렇게 자랑일 순 없다.
어찌 그 치사한 休紙가 우리들의 성한
肉體에까지 犯하는 것을 참고 견디겠느냐!

그러기에
最後에 벅찬 呼吸으로 다스릴
욕되지 않을 握手는
아마 地球가 몇 바퀴 돌아간 뒤라야
우리 廣場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嚴肅한 歷史의 宣告도 凍結된 地區에서
그렇게도 우리가 목마르게 待望하는 것은
결국
헤아릴 수 없는 쥐구멍에
햇볕을 보내는 民主主義의 作業을 떠나선 意味가 없다.

다시 그 쥐구멍에서
여윈 손이 나오고
노오란 얼굴들이 나온다면
차라리 그때엔
그 어둔 地區에
까마귀로 하여금 목 놓아 울게 하라.

≪초판본 신석정 시선≫, 권선영 엮음, 133~134쪽

‘딱터·李’가 누구인가?
이승만이다.

누구에게 무엇을 따지는 것인가?
1950∼1960년대, 한국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무자비하게 강제했다. 이 시에서 시인은 독재와 억압의 상징인 자유당 정권에 단호한 목소리로 역사의 책임을 추궁한다.

김수영의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를 차용한 것인가?
그렇다. 한술 더 떠 신석정 시인은 ‘닥터 리’의 초상화는 ‘우리’의 ‘밑씻개’로도 소용되지 않는, 한낱 ‘치사한 휴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석정이 응시한 ‘멍든 역사’는 무엇이었나?
자유당 독재정권, 4·19 정신의 계승 실패, 5·16 군사 정권, 한일 굴욕 외교, 베트남 파병, 노조 탄압, 민주주의의 부재 등 한국 근대사의 ‘문제적’ 현실이다.

이런 시를 쓴 신석정이 어떻게 목가시인으로만 알려졌는가?
유토피아와 자연을 지향하는 낭만주의적 상상력을 매개해 한국 현대 시사에서 서정시의 본령을 개척했다. 해방 이후부터는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한 현실 참여 면모를 투명하게 보여 준다.

순수시에서 참여시로 이행한 것인가?
순수와 참여라는 왜곡된 이분법적 대립을 지양하고 순수 서정과 현실 인식이 공존하는 예술적 공간을 확보했다.

순수와 참여가 어떻게 대립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나?
그의 시는 문학과 현실의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도 낭만적 영혼의 <꿈>을 지속적으로 간직했다.

‘목가시’라는 규정은 어디에서 비롯했나?
그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1930년대의 주요 평론가들이 그의 전기 시 세계를 선험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기림은 “유토피아를 흠모하는 목가 시인”이라 했고, 서정주는 “도교적 자연주의” 또는 “전원시인”이라 평했다.

김기림과 서정주는 석정의 무엇을 보고 이렇게 평가했을까?
그의 전기 시는 어머니를 ‘동반’하며 그 ‘먼 나라’와 ‘꿈’의 유사 상징체계를 구축한다. 형식에서는 경어체를 구사하고 내용으로 보면 대자연에의 귀의를 갈망한다.

쉽지 않은 단어를 사용하는 그의 시가 어렵지 않게 다가오는 까닭이 무엇인가?
어려운 용어를 써서 시를 미화하지 않는다. 일상어, 또는 순우리말을 주로 구사한다. 또한 자연물과 주변의 익숙한 소재를 대상으로 상징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활용한다.

그의 시가 역사와 현실에 밀착하기 시작하는 것은 언제인가?
두 번째 시집 ≪슬픈 목가≫부터다. 일제 강점기에 주로 창작했지만 해방 후에야 출간되었다. 이전의 고요하고 부드럽고 경건하게 노래하던 낭만적 시 세계가 통곡의 노래, ‘애달픈 엘레지’로 전환된다.

이후의 시집 ≪빙하≫, ≪산의 서곡≫, ≪대바람 소리≫와는 어떻게 연결되나?
특유의 서정성이 드러나면서도, 동시대의 현안과 생활에 대한 관심의 끈을 결코 놓지 않는다. 그의 시는 자연 친화적이고 목가적인 동시에 현실 참여적이고 대사회적 발언을 함축적으로 견인해 왔다.

그가 문단의 관심 밖으로 사라진 까닭은 무엇인가?
전후 시기부터 서울 문단과 교류 없이 거의 전 생애를 고향과 그 부근 지역에서 생활했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지속된 저항 정신과 민중 의식이 해방 후 분단된 공간에서 상처를 입었다.

해방 직후 좌익 문인 단체인 <조선문학가동맹>에 가입한 사건을 말하나?
그 외에도 1950년대 문협 전통파와 관계가 소원했고 4·19 학생의거 무렵 교직원 노조에 가입한 것 등 시대사의 ‘외적 요인’을 들 수 있다.

당신은 왜 이 시집을 엮었나?
그동안 신석정 시 세계의 전체적인 특성에 관한 연구는 한국 시사에서 다소 소외된 지역에 놓여 있었다. 시력(詩歷) 50년에 이르는 신석정의 시 세계를 시기별 대표작을 중심으로 살펴봄으로써 그 풍요로운 서정 정신과 날카로운 시대 의식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누군가?
권선영이다. 경희대에서 한일비교문학을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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