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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북으로 간 문학 / 이찬 시선 초판본

이찬 시선 초판본

z20130125-1

한국 시 신간 ≪초판본 이찬 시선≫

북쪽 국경, 겨울 숨소리
백석을 통해 맛보는 북방의 정서는 기름지다.
지용과 함께 질화로 끼고 빠져드는 겨울도
고소하기는 마찬가지지만
문을 나서면 어쨌든 겨울은 눈과 얼음과 바람,
그리고 국경의 계절이다.
이찬은 눈바람과 섞인 말방울 소리,
썰매가 달리는 눈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언 손, 경직되는 사지, 가쁜 호흡으로
북방 서정의 국경을 넘어 보자.

北國 傳說

기적도 얼어붙은 북국의 마을
남행차는 용케도 구울러 밤마다 지냈다

들먹이는 창구멍에 거듭 침 바르는
그 처녀의 심사는 무엇이겠느냐

휘연한 차창·차창
미처 그 속의 정경은 식별 못해도 좋았다

다만 그때마다 그는
아련한 남방의 한 개 乞女였어도 可하였나니

기인 긴 겨울
북국은 눈으로 밝고 눈으로만 어둡고

그리운 말방울 기억조차 멀어지는
그 세월과 함께
처녀는 언제까지 소녀가 아니었다

은근히 자랑삼던 머릿채
내 생 처음 밉살스럽던 저녁이 있었나니
뭇 강아지의 벌룩한 코도 도시 오늘을 豫覺치 못했도다

함박눈 나리는 동구 앞에 무덤이 두 개
어설픈 전설의 무덤이 두 개

順아 그 한 개 적은 무덤의 이름은
그러나 전설도 모르더구나

≪초판본 이찬 시선≫, 이찬 지음, 이동순 엮음, 16∼17쪽.

북국 전설이란 무엇인가?
북방의 원색 이미지, 연변의 고적감을 밀도 높게 그린 시다. 북국을 유랑하는 시인의 천진성이 비극미를 형성한다. 이른바 북방 서정이다.

북방의 원색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기적도 얼어붙”는 원시적인 추위와 “눈으로 밝고 눈으로만 어두”운 원색의 색채감, ‘얼음’, ‘눈’, ‘침엽수림’의 시각적 이미지와 ‘눈바람 소리’와 ‘그리운 말발굽’ 소리에서 느껴지는 청각 이미지다.

원색 이미지가 어떻게 비극미를 생산하는가?
식민지 체제 지식인의 방황과 고뇌 때문이다. 체제를 거부하며 자기 극복을 위해 몸부림칠 때, 북방의 원색적 이미지는 대륙의 황폐함이 된다.

풍경이 곧 심경인가?
그렇다. 절망과 슬픔의 정조는 시적 자아가 세계와 하나 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유랑하는 시인과 세계는 동시에 비극적 상황에 있다.

감상주의로 빠지는 것 아닌가?
유랑은 의식의 끝이 아니다. 상반되는 욕망의 의지에서 도출된다. 부유 과정에서 만난 현실이 피폐하고 결핍되어도 그것은 극복의 과제이며 길항의 대상이다.

리얼리즘으로 발전하는가?
비극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표현하면 비현실적 혁명이 아니라 현실에 천착한 시의 리얼리티가 나타난다.

북방 서정의 역할은?
비극 상황에 서정성을 입혀 전체의 비극성이 더욱 강해진다. 시 <결빙기>에서 만나는 압록강의 얼음, 침엽수림으로 뒤덮인 북만주의 눈바람은 눈과 얼음이 직조하는 압록 강변의 독특한 이미지다. 이찬 시에서 늘 등장하는 생명의 모습은 북만주의 냉한 속에서 오히려 따뜻하다. 눈과 바람만이 휘몰아치는 대륙의 한쪽에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식민지 백성의 불안과 외로움은 남다른 서정을 일으킨다.

북방 식민지 백성의 생명력이란?
북방을 배경으로 모든 생산 기반이 부서져 버린 시대에 치솟는 강력한 생존 의지다. 가족 붕괴와 유망으로 이어지는 삶의 전면적 전이 과정에서 생존 본능이 살아난다.

그것이 어디 있는가?
“그 위에 뭉테기 油粕·油粕/ 그것을 곰뱅이로 까는 여공/ 오 울긋불긋 단장도 가애로운 십오·십육칠의 娘子軍이여// 오가는 행인에 낯부끄러운 듯 고개 숙이고/ 그래도 가슴속 서린 회포 못 이기는 듯 연달아 종알대며/ 때로 목 놓아 쌍쌍이 노래들 하는 애련한 歌調여”처럼 민중의 노동 풍경을 통해 드러난다. 민중 생활사와 민족사에 대한 확실하고도 구체적인 감각이다.

이찬은 누군가?
민족의 고난과 비극의 역사를 인간적 연대로 심화해 간 민족 시인이다. 국경과 변방 지역을 오가며 민족 토착 정서를 시집 ≪대망(待望)≫(1937)과 ≪분향(焚香)≫(1938), ≪망양(茫洋)≫(1940)에서 보여 주었다.

어떻게 살았나?
함경남도 북청 출신으로 릿쿄대학, 와세다대학 노문학과, 연희전문을 다녔다. 일본 무산자사와 관계 맺으면서 도쿄에 있던 임화를 만났다.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화연맹 코프(KOPF) 조선협의회에서 활동했고 서울에 돌아와 카프 중앙위원으로 활동했다. ≪문학건설≫ 창간에 참여했다가 ≪별나라≫ 잡지 사건으로 체포되었다. 석방 후 북청으로 강제 귀향되었다. 생계를 위해 관납상회, 북청문화주식회사(인쇄소), 양조장에서 일하며 시집을 발간했다. 1946년 평양에서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 서기장에 뽑혔고 ‘혁명시인’ 칭호를 받았다. 1974년 죽었다.

≪별나라≫ 잡지 사건이란?
신고송, 안준식, 이찬 등이 일본의 코프 조선협의회 기관지 ≪우리 동무≫를 국내에 배포하다 출판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투옥된 사건이다. 실제로는 ≪우리 동무≫ 사건인데 이찬과 함께 구속된 신고송이 잡지 ≪별나라≫의 주간으로 잘못 알려져서 붙은 이름이다.

우리에게 낯선 이유는?
북한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한국 문학사에서 매몰되었다. 그의 시는 일제 강점기 시절 국경 지역이라는 특수한 현실 속의 구체적 삶을 보여 주는 충실한 문학적 보고서다.

그 시기 문학에서 이찬의 차별성은?
현실적 고립감과 허무주의에 싸여 그 내면적 허무를 형상화하는 체념의 세계로 빠져 갔다. 그의 작품도 대부분 비극적 정서를 담고 있다. 식민지 시대 당시 전 민족에 팽배한 비극적 운명론은 생활의 당연한 표현이었다.

결국 허무주의 감상 아닌가?
비극적 상황이 주체의 선택적 상황이 아니라 강제된 것이었다는 역사 맥락을 전제로 할 때, 폐쇄적 허무주의는 결코 우리 문학의 본질적인 면이 아니라 현실의 강압적 분위기가 부과한 것으로 봐야 한다. 당대의 비극 상황에 대응하는 예술적 구조는 시대적 질곡에 대한 저항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시대 질곡에 대한 저항 장치의 예를 들면?
<북만주로 가는 월(月)이>는 어떤가? 1930년대 이른바 ‘국책이민(國策移民)’이 조선 전역을 휩쓸고 있을 때, 물난리 까탈에 소작지를 빼앗기고 북만주로 떠나가는 ‘월이네’의 슬픈 삶의 내력을 생생하게 진술한다.

북방 시인이 된 계기가 무엇인가?
≪별나라≫ 잡지 사건으로 3년간 옥고를 치른 후 고향 북청에서 생활했다. 이때 북국 지방의 토양과 북국민들의 삶의 전면을 생생히 체험했다.

백석, 이용악과는 뭐가 다른가?
이찬은 변방의 비극적 실체에 적극적으로 다가감으로써 식민지 시대 삶의 구석과 그늘진 곳을 한 폭의 스크린처럼 묘사한다. 가히 생생한 리얼리즘의 성취라 할 만하다.

북방 정서 복원의 의미는?
향토 서정이라면 김영랑의 남도 서정이 대표다. 북방 지역의 독특한 정서는 현재 말할 수 없이 위축되고 섬약해진 민족 정서를 강건하게 재구축하고 되살려 가는 일에 매우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동순이다. 영남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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