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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 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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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가 옮긴 샤옌(夏衍)의 ≪파시즘 세균(法西斯細菌)≫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 원인이 없다면 말이 안 된다.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다면 몰라도. 세균 연구자는 균을 찾기 위해 현미경의 배율을 높이고 또 높인다. 보이지 않는다. 정신은 기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첸위: 아시다시피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무서운 세균이 발견되었어요….
위스푸: (놀라며) 뭐라구?
첸위: 금년 6월부터 현재까지 동유럽과 소련, 그리고 독일 전선에서 이미 천만 명이 죽었는데, 사실상 이 병은 벌써 오래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어…
위스푸: (영문을 모르는 듯) 무슨 병인데?
첸위: 이 세균을 퍼뜨리는 건 쥐도 아니고 이나 벼룩도 아닙니다. 그건 우리 자신, 바로 인류라는 거죠. 그 세균은 인간의 뇌막 표피 속에 기생하는데, 장티푸스균보다 훨씬 작아서, 600배짜리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고 배양할 방법도 없다고 합니다. 그건 일종의… 추상적인 세균인 거죠.
위스푸: 웃기는 소리야, 자네 허튼소리 하는군.
첸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 간다.) 이 세균의 이름은 파시즘이라고 하는데, 번역하자면 ‘파쇼주의’죠. 이 세균 때문에 퍼진 전염병이 바로 파시즘 침략 전쟁이라는 겁니다….

≪파시즘 세균≫, 샤옌 지음, 신진호 옮김, 147∼148쪽

파시즘을 세균에, 전쟁을 전염병에 비유하는 첸위의 의도는 무엇인가?
일본의 침략 전쟁이 본격화해 조국과 민족이 수난을 겪는 중에도 세균 연구에만 매진하는 위스푸를 일깨우기 위해서다.

위스푸는 세균 연구로 인류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가?
나라와 민족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전 인류의 장래를 위해 세균 연구를 계속한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스페인 전쟁 당시 정치 세력과 과학이 결합해 세균전을 준비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위스푸의 견해에 반박한다.

위스푸는 언제 현실에 눈을 뜨는가?
전쟁이 깊어지고 일본군이 중국인을 상대로 생화학 무기를 실험한다. 우물에 장티푸스균을 넣는다. 파시즘 세균을 박멸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첸위가 눈앞에서 일본군 총에 맞아 죽고, 연구실마저 일본이 점령한다. 그는 비로소 눈뜬다. “파시즘 세균을 박멸하지 않고서는 중국을 현대 국가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적십자 병원에서 부상병과 피난민을 구하기로 한다.

다른 인물들은 전쟁을 통해 어떻게 변하는가?
‘눈앞에 현실을 외면하지 말라’고 충고하던 자오안타오는 군벌의 딸과 결혼한다. 사업가로 변모해 돈 벌 궁리에 몰두한다. 위스푸와 자오안타오의 상반된 견해를 절충하며 문예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친정이는 살아남는 데 골몰한다. 위스푸의 아내, 일본인 시즈코는 일본군이 약탈, 살인, 강간을 저지르는 걸 확인하고 고통에 빠진다.

전쟁과 지식인의 갈등이 이 극의 주제인가?
만주사변이 있었던 1931년 일본을 배경으로 한 1막을 제외하면 중일전쟁이 발발한 1937년부터 1942년까지 상해, 홍콩, 구이린을 무대로 사건이 전개된다. 정치 문제에는 무관심한 채 순수 과학에 몰두하는 위스푸와 주변 인물 간 갈등을 통해 당대 지식인들의 고민을 그렸다.

중일전쟁 당시 지식인들의 고민은 무엇이었나?
근본적인 고민은 ‘정치란 무엇인가?’였다. 이에 대해 작가 샤옌은 인간의 모든 행위와 활동을 규정하는 정치가 정의롭게 기능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지적 노력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작품으로 웅변한다.

마오쩌둥이 순수하고 고상한 사람이라고 했다던 그 샤옌을 말하나?
그 사람이다. 20세기 중국 영화와 연극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마오쩌둥은 그를 “순수하고 고상하며 저급한 취미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했다.

그가 문화 운동에 투신한 경로는 어떤 길인가?
일본 유학 시절 디킨스, 체호프, 고리키, 톨스토이를 접하면서 문학적 소양을 쌓는 한편 마르크스주의 저작에 심취했다. 일본 공산당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노동운동과 좌익 운동에 가담했다. 1927년 귀국한 뒤로는 중국 공산당에 가입하고 루쉰과 함께 좌익작가연맹을 조직, 집행위원을 맡으면서 좌익 문화 운동 지도자 반열에 올라섰다.

좌익작가연맹은 1936년 해산되었나?
루쉰과 중국 내 진보 문인들이 조직한 단체다. 진보 문예계 내부 통합과 노동자, 농민을 위한 문예 대중화를 목적으로 했다. 1936년 해산했지만, 이후 중국 문학계를 주도한 작가와 비평가들을 다수 배출했다.

항일 전쟁 시기 작품들의 주제는 무엇이었나?
위기에 빠진 조국을 염려하는 우환 의식과 애국 의식 함양, 현대화한 사회주의 강대국 건설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

신중국 수립 후 샤옌의 활약은 어떤 모습이었나?
상하이 문화국장을 지내고 중국영화협회 주석, 중국작가협회 고문, 중국정치협상회의 상임위원을 거쳤다. 문화대혁명 시기엔 8년 7개월간 감호 생활을 했다. 1978년에 복권되었다.

<새금화>가 문제의 발단이었나?
청말에 실존했던 인물 ‘새금화’를 소재로한 화극이다. 1936년 발표 당시에도 격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저우양(周揚)은 국방극에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던 반면, 루쉰은 “의화단 당시 한때 독일인 총사령관 원더치와 정을 통한 일이 있는 새금화조차 호국의 여신으로 추앙할 정도”라며 당대 문예 풍토를 비판했다.

작품의 어느 대목이 문제를 일으킨 것인가?
새금화를 비롯해 몇몇 인물의 개인사에 치중할 뿐 작품 배경인 경자사변과 의화단 사건을 정면에서 조명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정작 샤옌은 매국노를 비판할 목적으로 쓴 것이었다.

중국 현대문학사에서 보기 드문 다재다능한 작가라는 평은 적절한가?
소설, 희곡뿐만 아니라 영화 시나리오나 번역에도 성과를 남겼다. 희곡에서 특별한 재능을 보였는데 작가 사후인 2006년 출간한 16권 분량의 ≪샤옌 전집≫에는 희곡 25편이 실려 있다. 항일 전쟁 기간에 창작 활동이 가장 왕성했는데 <파시즘 세균>과 <새금화>를 비롯해 <추근전>, <상해의 처마 밑> 등을 이때 발표했다.

<파시즘 세균>은 그의 작품 가운데 어느 위치에 있는가?
샤옌 희곡 전체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어떻게 살다 갔나?
1978년 복권된 뒤 대외우호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1982년에는 중조우호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기도 했다. 중국 문화계에 미친 공로를 인정받아 1994년 중국국무원으로부터 ‘국가적으로 걸출한 공헌이 있는 영화 예술가’ 칭호를 받았다. 이듬해 베이징에서 9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신진호다.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족발≫과 ≪승관도≫를 번역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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