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을 밝히는 이야기들
겨울밤을 밝히는 이야기들
≪전등신화≫의 ‘전등(剪燈)’은 등잔의 심지를 자른다는 말이다. 타버린 심지를 잘라내면서 밤을 새워 읽을 정도로 재미있다는 뜻이다. 봄이 멀지 않았지만 겨울밤은 아직 깊고 춥다. 겨울밤 동무로 삼을 것이 넷플릭스만은 아니다. 우리와 이웃 나라 선조들의 밤을 밝히게 했던 이야기들이다.
우지 습유 모노가타리(60편 정선) 일본 설화 문학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중세를 대표하는 설화집이다. 귀족, 무사, 서민, 승려 등 각계각층 인간 군상의 모습을 현실적이면서도 해학적으로 묘사했다. 특히 <참새가 은혜 갚은 이야기>와 <도깨비에게 혹을 떼인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흥부 놀부 이야기, 혹부리 영감과 유사해 흥미롭다.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은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 욕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작자 미상, 일본고전명저독회 옮김 |
원서발췌 쿤창과 쿤팬의 이야기 한국에 ≪춘향전≫이 있다면 태국에는 ≪쿤창과 쿤팬의 이야기≫가 있다. 서민들의 놀이 문화인 쎄파에서 유래한 이야기로, 지금까지도 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쿤창과 쿤팬이 동시에 한 여성 완텅을 사랑하면서 일어나는 다사다난한 이야기는 막장드라마보다도 더욱 흥미진진하다. 출생부터 성장, 연애, 결혼, 장례 등 태국인의 전통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라마 2세 외 지음, 김영애 옮김 |
방주전 방주는 늦둥이로 태어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버릇없어진다. 분개한 염라대왕이 불효자로 자란 그를 무시무시한 형벌로 다스린다. 개과천선한 방주는 다른 사람들의 귀감이 되는 큰 인물이 된다. 효(孝), 절개(節槪), 보은(報恩) 세 가지 윤리를 강조하는 윤리소설인 동시에, 여성이 전장에 나가 공을 세우는 여성영웅소설의 면모도 엿보여 읽는 재미를 더한다. 작자 미상, 박인희 옮김 |
호색일대남 요노스케는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고 환락적 소비와 향락이 허용되는 유곽을 드나들며 수많은 여성 또는 미소년을 편력한다. 7세에 이성에 눈을 떠 60세가 되기까지 사랑을 나누었던 여자가 3742명, 남색 상대가 725명이었다. 그의 엽색담을 통해 에도 시대의 화려한 성 문화 뒤에 가려진 상인들의 세계와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일본 근대 풍속 소설의 효시다. 이하라 사이카쿠 지음, 정형 옮김 |
제해기/속제해기 ≪제해기≫는 위진남북조 시기에 유송의 동양무의가 찬한 책이다. 귀신, 요괴, 기이한 물건, 인과응보, 변신, 민간 풍속 등 다양한 이야기가 수록된 지괴소설집(志怪小說集)이다. 이것이 널리 퍼져 남조 양나라의 오균(吳均)이 모방해 찬한 것이 ≪속제해기≫다. 두보와 소식도 이 책들에 실린 고사들을 전고로 삼아 시문을 창작했을 정도로 후세에 미친 영향이 크다. 동양무의/오균 지음, 김장환 옮김 |
전등신화 남녀 간의 만남과 이별을 다룬 애정소설이자, 인간의 욕망을 구현하는 환상소설이다. 또한 조선 전기의 서적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주석서이자 미려한 문체를 익힐 수 있는 실용서다. 글공부하는 데 이만한 책이 없었다. 김시습은 이 책을 읽고 ≪금오신화≫를 내놓았다. 중국 명대 소설이지만, 조선 초에 이미 유입되어 왕조가 끝날 때까지 최고의 애독서로 꼽혔다. 구우 지음, 정용수 옮김 |
새로 엮은 옛이야기 ‘옛이야기(故事)’인 신화와 전설, 역사 등의 소재에 현대적인 색채를 입혀 ‘새로 엮은[新編]’ 작품들이다. 작가는 친숙한 신화, 전설 속 주인공들을 출현시킴으로써 현실을 변혁하는 주체이자 중국 문명 기원의 정신상을 제시한다. 현실에 발을 딛고 역사 속에 퇴적되어 온 중국의 ‘영혼’을 드러내고자 했던 루쉰의 창작 지향을 엿볼 수 있는 소설 여덟 편이 담겨 있다. 루쉰 지음, 구문규 옮김 |
2994호 | 2019년 2월 12일 발행
겨울밤을 밝히는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