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과학 사상사
이광래가 옮긴 조지 E. R. 로이드(George E. R. Lloyd)의 ≪그리스 과학 사상사(Early Greek Science)≫
탈레스는 제우스에서 벗어났다
지진을 설명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호메로스는 제우스와 포세이돈의 분노라고 해석했다. 탈레스는 물과 대지의 진동에서 원인을 찾았다. 과학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어떤 시대에는 단지 개개 철학자의 천부적 재능을 언급하면서 그것을 ‘그리스의 기적’이라고 평가한 뒤 그것으로 끝내 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설명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우리가 설명을 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나치게 편협한 경제적 설명 같은 것도 역시 불충분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리스 과학 사상사≫, 조지 E. R. 로이드 지음, 이광래 옮김, 23~24쪽
그리스 과학자는 누구인가?
철학자나 자연학자(physikoi), 수학자, 의사, 소피스트다.
직업이 과학자인가?
직업은 따로 있었다. 여러 생계 수단을 유지했다. 의술을 행하거나 교수 활동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왜 과학자가 되었는가?
성공한 의사나 교사는 거액을 벌었다. 돈이 과학을 하는 이유는 아니었던 듯하다. 자연에 대한 탐구 그 자체가 목적이었던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그리스는 언제를 뜻하나?
밀레토스학파에서 아리스토텔레스까지다. BC 5세기에서 BC 4세기다.
21세기에 새삼 그리스 과학사를 살피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학이 그리스인과 함께 시작됐기 때문이다.
과학이 특정 시점에서 시작됐다는 뜻인가?
적어도 서양 세계에서는 그렇다. 밀레토스학파 철학자의 사색은 과거와 뚜렷하게 단절된다. 우리가 아는 과학과 철학은 그들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단절이라면 완전히 독창이란 말인가?
다르다는 뜻이지 독창이란 말은 아닌다. BC 4000~BC 3000년대 획기적인 진보를 이룬 고대 중동 문명의 영향을 받았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등지의 문명이다.
그리스는 중동 문명에서 무엇을 얻었는가?
의술과 수학, 천문학이다. 의술은 마술적 미신에 빠져 있었지만 기수법이나 달력 체계는 뛰어났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대규모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천체 운행을 예측했다.
그렇다면 최초의 과학자는 바빌로니아인이 아닌가?
그리스의 탈레스를 최초의 과학자, 철학자라고 본다.
왜 탈레스가 최초의 과학자인가?
자연과학 방법론 때문이다. 두 가지 중요한 특성이 있다. 하나는 자연의 발견이고 또 하나는 이성적인 비판과 논쟁의 실천이다.
탈레스에서 자연의 발견이란 무엇인가?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다. 자연 현상은 엉터리거나 우연 발생의 산물이 아니라 규칙적이고 확정할 수 있는 원인, 결과의 연쇄라는 사실을 인식했다.
과거 사고와 단절한 탈레스의 인과사고의 사례는 무엇이 있는가?
지진에 대한 설명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는 대지가 물 위에 떠 있으며 물의 파장 때문에 땅이 흔들리고 이것이 지진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신을 인용하지 않고 자연으로 자연 현상을 설명한 것이다.
그 전 사람들은 지진을 어떻게 설명했는가?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는 지진이나 번개를 제우스나 포세이돈의 분노라고 설명했다. 분명히 차이를 보인다. 밀레토스학파는 ‘신들을 제외했다.’
비판과 논쟁의 사례는 어떤 것을 볼 수 있나?
≪고대 의술에 대하여≫,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는 그리스 의술서다. 이 책을 보면 BC 5세기 말의 주요 논쟁의 모습을 살필 수 있다.
주요 토론 주제는 무엇인가?
초기 그리스 철학자들은 사물의 시원(始原)에 대해 경쟁적인 학설을 펼쳤다. 가장 좋은 설명과 이론을 찾기 위해 경쟁 상대의 약점과 자기의 장점을 고찰해야 했다.
누가 사물의 변화와 근원적 실체를 논쟁했는가?
엠페도클레스와 아낙사고라스다. 엠페도클레스는 사물이 흙, 물, 공기, 불이라는 네 개의 뿌리(rhizomata)로 되어 있다고 했다. 가장 영향력이 있었던 것은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이었다. 그는 원자와 공허만이 실재한다고 했다.
과학자들의 논증은 어떻게 발전되는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오르가논≫은 연역 논증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연역 논증의 방법론은 무엇인가?
논증의 토대를 반박 불가능하게 설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발견이나 학습의 출발점은 우리에게 더 잘 알려져 있는 것, 즉 개별적인 것이거나 직접적 경험 데이터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연을 연구한 목적은 무엇인가?
사물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그의 연구 목적이었다. 그는 질료인, 형상인, 작용인, 목적인으로 사물의 원인을 밝힌다.
그가 특히 생물학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는 무엇인가?
≪동물 부분론≫, ≪동물 발생론≫ 등 저작 전체의 5분의 1 이상을 생물학에 쏟았다. 형상인과 목적인이 맡은 역할에 대해 생물이 더 많은 증거를 제공하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이 책을 옮기면서 무엇을 보았는가?
인간의 다양한 사유 흔적들을 더듬을 수 있었다. 프랑스의 역사가 미슐레는 언어, 문학, 역사, 물리학, 철학 등, 서로 소원한 것처럼 보이는 분야도 실제로는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했다. 그 뿌리를 그리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광래다. 강원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