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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이름 따라-명동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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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가 엮은 이봉구의 ≪초판본 그리운 이름 따라―명동 20년≫

시와 술과 다방의 시대
시는 예술, 술은 연료, 다방은 아지트다. 조선의 한복판 명동에서 이봉구는 예술의 궤적을 따라 시대의 욕망과 본능과 충동과 광기를 추적한다. 죽었거나 넘어갔거나 사라졌거나.

남궁연의 낭독이 끝나기가 무섭게 좌중은 일제히
“그렇다. 그날의 감격, 그 팔월로 돌아가자. 삼팔선은 무엇이며 미소공위(美蘇共委)란 무엇이냐?”
소리를 치며 술상을 뚜드렸다.
사실 날이 갈수록 팔·일오 감격은 사라지고 통일은 아득한 채 정치적 혼돈 속에 희망보다 절망이 가슴을 누르던 시기였다.
남궁연이 어떻게 이 시를 알고 있었는지 흐뭇한 일이었다.
“나는 순수한 연극인으로서 무대에서 살다 죽을 각오니까.”
늘 입버릇처럼 이 말을 되풀이한 남궁연이 육·이오 이후 명동 거리에서 사라져 버렸고 구·이팔에도 그는 보이지가 않았다.
“살아 있으면 안 나올 리가 있나, 죽었거나 넘어갔거나 했기에 얼굴이 안 보이지.”
지난날 정든 거리의 꽃 장수까지 그를 찾고 있었다.

≪초판본 그리운 이름 따라―명동 20년≫, 이봉구 지음, 강정구 엮음, 41~42쪽

남궁연이 읽은 시가 뭔가?
김기림의 시 <우리들의 팔월로 돌아가자>다.

<우리들의 팔월로 돌아가자>란 어떤 시인가?
이런 시다.

들과 거리, 바다와 기업(企業)도
모두 다 바치어 새 나라 세워가리라
한낱 벌거숭이로 돌아가 이 나라 주춧돌 괴는 다만 조악돌이고자 원하던
오―우리들의 팔월로 돌아가자.

명예도 지위도 호사스런 살림 다 버리고
구름같이 휘날리는 조국의 깃발 아래
다만 헐벗고 정성스런 종이고자 맹세하던
오―우리들의 팔월로 돌아가자.

어찌 닭 울기 전 세 번뿐이랴, 다섯 번, 일곱 번,
그를 모른다 하던 욕(辱)된 그날이 아파
땅에 쓸어져 얼굴 부비며 끓른 눈물 눈뿌리 태우던 우리들의 팔월
오―팔월로 돌아가자.

나의 창세기(創世記) 에워싸던 향(香)기로운 계절(季節)로
썩은 연기 벽돌 더미 먼지 속에서
연꽃처럼 혼란히 피어나던 팔월
오―우리들의 팔월로 돌아가자.

좌중이 호응한 이유는 뭔가?
광복의 감격은 한물가고 분단의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이런 정국을 안타깝게 여기는 예술인이 많았던 것이다.

이 일이 어디서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1946~1949년의 어느 날, 명동에 있던 중화요릿집 ‘동순루’다. 남궁연·박인환을 비롯해 지인 몇 명이 모였다. 당시 명동 곳곳의 식당·다방·술집 등에서 자주 펼쳐진 예술인 회식 자리 중 하나다.

소설에 남궁연, 김기림 같은 실명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작품은 소설 특유의 허구성과 동시에 사실의 기록이라는 다큐멘터리 성격을 지닌다. 이봉구는 명동을 무대 삼아 활동하면서 바라본 것을 그대로 소설로 옮겼다.

정말 그대로 옮겼는가?
소설이나 수필 그리고 신문에서는 볼 수 없는 문인의 일화를 풍성하게 기록했다. 이 작품의 문학·문화사의 의미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언제 일인가?
1940∼1960년대다. 당시 명동은 대한민국의 문화촌이었다. 신문사·잡지사·문화단체가 몰려 있고, 주머니 가벼운 문인들의 다리를 쉴 만한 조촐한 다방과 값싼 막걸리집이 많았다. 예술가들은 이곳에서 기염을 토하면서 새로운 문학과 새로운 음악, 새로운 미술, 새로운 연극을 구상했다.

이봉구가 묘사한 당시 명동은 어떤 곳이었나?
‘시, 술, 다방’으로 간추린다. 시는 모든 예술을 상징하고 술은 예술인을 자극하는 매개물로 작용한다. 다방은 그러한 활동이 생성되는 공간을 뜻한다. 여기서 ‘다방’에는 술집도 포함된다.

그가 명동에서 본 것은 무엇인가?
가장 근대화된 명동에서 현대 도시가 억압하는 인간의 욕망, 본능, 충동, 광기를 민감하게 바라봤다.

근대의 도시 한복판에서 본능과 광기를 보는가?
정치, 근대화, 도시화가 합리성과 지성을 중시하는 아폴론적인 것이라면, 이봉구가 주목한 것은 인간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본능과 욕망을 강조하는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다.

‘명동 20년’ 가운데 이봉구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는 언제인가?
해방정국 때다. 분단의 조짐과 함께 문화계의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이 깊어 갔다.

좌우 대립이란 문화계에서 어떤 모습이었나?
작가 홍효민의 ≪인조반정≫ 출판 기념회에 정지용이 술에 취한 채로 와서는 막말을 퍼부은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정지용이 뭐라고 했는가?
“효민의 밤은 뭐고, ≪인조반정≫은 다 뭐냐. 뭐, 역사소설을 쓴다구. 그 얼굴, 그 수염, 참 가관이다. 효민의 밤을 열어 준 당신네들도 참…”이라고 했다. 작가는 ‘노골적인 무시요, 비방이다. 매섭고도 재치 있는 정지용의 방담이 아니고, 의식적으로 까기 위해 술을 마시고 온 것이다’라고 판단한다.

우익에서는 누가 나섰는가?
홍효민 곁에 있던 평론가 유동준이 나섰다. “문학동맹이면 문학동맹이지, 여기까지 와서 이 무슨 행패요.” 정지용을 일개인으로 보지 않고 소속 단체의 일원으로 봤다. 끝내 싸움이 벌어졌다.

이봉구가 명동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한 소품은 어떤 것인가?
어느 화가가 평론가의 평에 불만을 품고 비수를 뽑은 일, 시인 박인환이 사망하자 문우들이 양주를 갖고 조문 간 일, 명동의 유명했던 술집·다방 소개, 예술인들을 후원했던 사업가, 호주가 변영로 이야기가 등장한다.

역사의 시간은 어떻게 묘사되는가?
6·25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전투 장면이 직접 나오진 않고 폐허가 된 명동, 환도 무렵의 어수선한 분위기, 납·월북 예술인 이야기를 한다. 4·19도 잠깐 언급한다. 가장 최근 사건으로는 1964년 한일회담이 제시된다.

이봉구는 누구인가?
1916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고, 1932년에 중동학교를 중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34년 단편 <출발>을 ≪중앙≫에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1939년부터 명동을 주요 활동 무대로 삼았다. 명동 소재의 글을 많이 썼다. 이러한 작품 경향으로 인해서 ‘명동시장, 명동백작’으로 불렸다. 1983년에 사망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강정구다. 문학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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