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문화 연구
2551호 | 2015년 4월 22일 발행
우리는 무엇 때문에 기억하는가?
태지호가 쓴 <<기억 문화 연구>>
기억술, 미디어의 다른 이름
기억의 방법이 달라지면 사회도 달라진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그 내용과 양과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억술 시대의 과제는?
내용이 아니라 기억의 방법과
이유와 의미를 정의하는 일이다.
“기억은 개인적인 인지적 능력으로서 중요성을 가질 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기 위한 과정에서 유용하게 활용된다. 동시에 기억 방법 혹은 기억술은 그러한 과정을 위한 수단이며, 그 변천사는 미디어의 역사와 상통한다.”
‘Reading Memory: 기억의 징후’, <<기억 문화 연구>>, xxi쪽.
기억술의 변천이 어떻게 미디어의 역사와 상통하는가?
미디어는 생각, 의견, 감정을 저장하고 전달하는 매개다. 특정 정보를 저장·재생한다는 점에서 기억술과 상통한다. 기억 행위는 미디어 개념과 맞닿아 있다.
기억 행위가 뭔가?
개인적 또는 집단적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고 다시 생각해 내는 것이다.
저장과 재생의 목적은 뭔가?
커뮤니케이션이다. 인간은 경험을 기억해야 타인과 소통할 수 있다. 미디어는 경험을 폭넓게 공유하는 수단이다.
경험 공유의 사례는?
최초의 미디어, 구두 언어를 보라. 구두는 전승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기억을 저장하고 전달하는 도구이고 기억과 미디어의 결합, 곧 기억술의 최초 형태다.
구두 언어의 최초 기능은?
개체 수준의 기억이 집단 수준에서 공유되고 소통되었다. 다른 동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집단생활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곧 한계를 드러낸다.
구두 언어의 한계가 뭔가?
시공간 제약이다. 메시지는 전달과 동시에 사라진다. 송수신자는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는 새로운 기억술을 만든다.
새로운 기억술이란?
문자다. 기억을 물리적 형태로 저장할 수 있다. 시공간 제약에서 보다 멀리 벗어날 수 있다. 복잡한 인간 문명을 발생시킨 원동력이다. 이후 인쇄 미디어와 결합하면서 전통 의사소통 체계에 또 한 번 균열을 일으킨다.
여기서 말하는 전통 의사소통 체계란?
특정 집단에 의해 기억이 독점되는 사회 체제다. 인쇄 미디어가 등장하고 신문, 책을 통해 다양한 기억이 지식으로 재생산되고 전승되면서 인간 사회는 전통 의사소통 체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한다.
새로운 차원이란?
상상의 공동체, 곧 민족의 등장이다. 베네딕트 앤더슨은 인쇄 미디어에 의한 인쇄 자본주의가 특정 언어만을 활용하는 사회 집단을 구성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해당 집단이 저장할 것과 삭제할 것, 곧 기억과 망각의 작용을 통해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만들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기억술이 등장할 때마다 사회도 새로워진 셈인가?
그렇다. 시청각 이미지를 저장·재생하는 기억술, 곧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등장을 보라. 뉴스,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들과 수많은 광고가 본격 영상 문화 문명을 열었다. 우리가 ‘지구촌’이라는 단어로 세상을 상상하게 된 것도 이 기억술 덕분이다.
현재 인간의 기억술은 어디까지 와 있나?
디지털 기억술 단계다. ‘빅데이터’가 상징하듯 기억할 수 있는 양이나 공유되는 기억의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억의 주체와 시공간의 문제, 기억의 위상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기억의 위상과 상황 변화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미디어 발전의 결과로 우리는 다양한 기억술을 보유하게 됐다. 그래서 무엇을 기억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기억하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왜 기억해야 하는지, 기억할 내용은 무엇인지, 기억한다는 것이 나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가 앞으로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이 책, <<기억 문화 연구>>는 무엇을 말하는 책인가?
기억 개념과 관련된 이론과 논의를 정리했다. 집단 기억, 사회적 기억, 문화적 기억, 대중 기억과 같은 토픽들을 다룬다. 기억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적 현상을 이해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태지호다. 안동대학교 사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