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김광균 시선
木蓮나무 옆에서
四月이 돌아와 다사로운 봄볕에
木蓮이 꽃망울 지기 시작하면
내 슬픔은 비롯하나 보다.
경운동 집 앞마당에
목련이 가지마다 꽃등을 달면
병석의 어머님은 방문을 열고
사월 팔일이 온 것 같다고 웃고 계셨다.
옛날을 꽃피우던
늙은 나무는 죽은 지 오래이고
남은 가지가 자라난 지 스물두 해
오늘은 아침부터 바람이 불고
연약한 가지에 매어달린 목련은
떠나가는 몸짓을 한다.
목련이 지면 어머님은 떠나가시고
삼백예순 날이 또 지나가겠지
아 새봄이 와서
가지마다 새싹이 움틀 때까지
나는 서서 나무가 되고 싶다.
≪초판본 김광균 시선≫, 김유중 해설, 98~99쪽
사월은 목련은 어머니는
대표적 모더니스트의 영혼조차 낭만적 감상에 젖게 한다.
시인에게 사월은 슬픔이 비롯하는 달이다.
목련의 꽃망울에서 낙화를 예견하기에
다시 새봄이 그리워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