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꽃과 사람 사이가 그렇고 사람과 사람 사이도 그렇고 꽃과 꽃도 다르지 않다. 나의 이름이 불리기 전에는, 그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는 웃어도 웃는 것이 아니고 있어도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너에게 있고 너는 나에게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