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명량 싸움, 정말 어떻게 이겼는가?
이순신이 쓰고 이은상이 옮긴 ≪난중일기≫
대한민국, 어떻게 산 것인가?
그해 여름 남쪽 바다는 울고 있었다.
죽을 길은 넓고 평탄했으며
살길은 좁고 아득했다.
공포는 폭풍 전야의 침묵이 되었고
희망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렸다.
어떻게 산 것인가?
그에게 묻고 답한다.
두렵지 않았는가?
나도 인간이다.
무엇이 당신을 싸우게 만들었는가?
다른 길이 없었다.
싸움 외에 다른 길이 없었단 말인가?
나는 볼 수 없었다.
이길 줄 알았는가?
몰랐다.
질 줄 알았는가?
몰랐다.
그럼 무엇을 믿고 싸움에 나갔는가?
그 길밖에 없었다.
손자가 말하는 도천지장법 가운데 무엇에서 앞섰는가?
도와 천과 지를 얻었다.
인력과 시스템에서는 열세였는가?
이미 파괴되어 어려웠다.
민심에서 무엇이 우세했는가?
이곳은 우리나라다.
천에서 무엇을 앞섰는가?
이곳은 우리 땅이다.
지에서 무엇이 유리했는가?
좁고 빠른 곳을 찾았다.
일본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가?
많았다.
어떻게 하면 이겼겠는가?
단순하게 총공격했으면 그들이 이길 수 있었다.
왜 그리하지 않았는가?
눈앞에서 배가 깨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었나?
명량은 좁은 곳이다. 길게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먼저 나오는 적선에 집중했다.
어떤 효과를 노린 것인가?
적은 많지만 가장 앞선 배는 한 척뿐이다. 우리의 화력은 충분하지 않았지만 한 척을 깨는 데는 충분했다. 우리 배는 살아 있는데 자신들의 앞선 배가 어김없이 깨지는 모습을 목격하면 그들은 더 이상 앞으로 나서지 못한다. 그러나 명량의 물은 빠르다. 멈추려 해도 쉽지 않다. 배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당황하게 되고 당황하면 급해지고 급해지면 생각하지 못한다. 생각하지 못하는 적은 더 이상 무서운 적이 아니다. 자중지란이 일어나고 서로 죽이고 죽게 된다.
승리의 확률은 어느 정도였나?
희미하지만 강력한 승리의 가능성이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가?
우리 배가 12척이라는 사실이었다.
12척이란 사실이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었다는 말인가?
그럴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상대가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득이 되는 조건 아닌가?
비교가 안 되는 전력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적은 우리를 가볍게 볼 것이 틀림없었다.
적을 이긴 것이 우리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였다는 말인가?
우리를 얕봤다. 전공을 다툴 것이고 침착을 잃을 것이다. 근거 없는 낙관은 가벼운 실망만으로도 풍선처럼 터져 버린다.
당신은 어떻게 이긴 것인가?
오로지 이길 길만을 찾았다. 그것은 매우 좁고 아득했으며 끝은 보이지 않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은 어떻게 걷는가?
한 발씩만 뗀다. 뒤를 보지 않는다. 끝을 찾지 않는다.
그 길은 언제 끝나는가?
내가 끝을 밟았을 때 끝난다.
정말 영화처럼 싸웠는가?
나는 내가 어떻게 싸웠는지 기억할 수 없다. 그렇게 싸웠을 수도 있고 그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장면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그것을 기억할 만한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장에는 죽고 사는 현재만 있다. 기억을 위한 자리는 없다.
언제 이겼다는 사실을 확인했는가?
내가 죽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을 때 이겼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적장의 시체를 잘게 토막 내어 바다에 던졌다는 것은 사실인가?
그랬다.
너무 잔인한 짓 아닌가?
그곳은 전장이고 그는 적장이다. 우리에게는 그때 그것이 필요했다.
도망친 휘하 병사의 목을 잘랐다는 것도 사실인가?
그곳은 전장이고 그는 병사다. 그러지 않았다면 우리는 모두 죽었을 것이다.
정말 죽고자 하면 살 수 있는가?
죽고자 하면 죽는다.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그럼 살고자 하면 사는가?
살고자 해도 죽는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는가?
반드시 죽고자 할 때만이 살 길이 나타난다.
반드시라는 말의 뜻은 무엇인가?
냉정과 침착을 말한다.
신념과 의지의 문제 아닌가?
계산이 있을 뿐이다.
전쟁이 계산인가?
세력이 강한 쪽이 이긴다. 세는 형에서 비롯되고 형은 수에서 비롯된다. 수는 계산이다.
영화 <명량>을 본 사람이 1400만 명을 넘었다. 기분이 어떤가?
고맙고 안타깝다.
무엇이 고마운가?
우리를 기억하는 것이다.
안타깝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를 기억하는 것이다.
당신의 26전 26승의 비밀은 무엇인가?
만전지계다.
만전지계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계산하고 살 수 있는 길을 찾아 준비하는 것이다.
무엇이 명량의 승리를 만든 것인가?
하늘의 뜻이다.
하늘이란 뭘 말하는가?
알 수 없다.
운이란 말인가?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다시 싸운다면 이길 수 있겠는가?
알 수 없다.
그럼 당신이 아는 것은 무엇인가?
지고 싶은 자도 없고 죽고 싶은 자도 없다. 그러나 지는 자가 있고 죽는 자가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순신이다. 조선의 삼도수군통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