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씁쓸한 작품들을 몇 개 골라 보았습니다. ‘사랑’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는 주제이기도 하죠. 내 심장을 가져갔던 그/그녀를 떠올리며,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이야기의 샘터에 방문해보시길 바랍니다.
정말 내 취향이 아닌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주인공 스완은 그렇게도 싫어하는 스타일의 여성, 오데트를 어느 순간 사랑하게 됩니다.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는 사랑이 사람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힘이라고 말합니다. 사랑은 사람의 외부에 독자적으로 존재하다, 예고 없이 우리 마음속에 자리를 잡는다고요. 이 작품은 20세기 세계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시작, 제1권에 삽입된 일화입니다. 스완은 그 황당한 사랑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스완의 사랑》,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남수인 옮김
제인 오스틴의 가장 완벽한 작품
로맨스의 고전을 꼽으라면 제인 오스틴 작가를 빼놓을 수 없어요. 그녀가 남긴 여섯 편의 소설 중 마지막 작품이 ‘설득’입니다. 주인공 앤 엘리엇은 8년 만에 옛사랑을 만납니다. 주변의 반대로 헤어졌던 남자예요. 앤과 그는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제인 오스틴의 초기 작품들이 이분법적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면, 죽기 2년 전에 집필한 설득에서는 보다 원숙한 시각으로 삶과 화해하고 있어요. 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설득’을 제인 오스틴의 가장 완벽한 작품으로 평가했어요. 살짝 스포일러를 말씀드리면, 해피엔딩이에요. 《설득》, 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애 옮김
시한부와 다른 모든 장벽을 뛰어넘은 최고의 러브스토리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은 영문학사 최고의 러브스토리로 유명한 시인입니다. 당대에도 가장 유명한 시인이었지만 가족도 부도 명예도 버리고, 여섯 살 연하의 무명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과 도피를 감행했죠. 당시 저자는 시한부를 선고받았기에 계속 로버트 브라우닝의 구애를 거절했었어요. 이 책은 그녀가 남편에 대한 사랑의 단계를 묘사하며 자신의 체험을 고백한《포르투갈어에서 옮긴 소네트》와 ‘초기 시’를 국내 최초로 엮은 시집입니다. 결국 그녀는 사랑의 힘으로 15년을 더 살았고, 아들까지 낳습니다. 사랑의 힘은 정말 위대해요.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사랑시》,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지음, 윤명옥 옮김
쓰고, 접어서, 그녀에게 주고… 도망가기
원작을 통해 만나본 시라노는 정말 멋진 남자입니다. 당대 최고의 검사이며 시인이고, 남자다운 의지와 순정을 품고 있죠. 하지만 기형적으로 큰 자신의 코때문에 사랑하는 여인 록산에게 고백하지 못했어요. 그는 외모가 매력적인 크리스티앙을 통해 록산에게 자신의 시와 연가를 바치고, 그 둘은 결혼하게 됩니다. 이런 호구가 있나 싶죠. 원작을 통해 한줄 한줄 읽어본 시라노의 연가는 정말 아름다워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어떤 여자라도 시라노를 사랑하게 되었을 텐데, 정작 그 자신만 그걸 몰랐어요.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에드몽 로스탕 지음, 김찬자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