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재현이 옮긴 나카야 우키치로(中谷宇吉郞)의 ≪눈(雪)≫
하늘은 복잡하다
눈의 모양은 19가지가 넘는다. 1만 미터의 여행을 통해 갖가지 대기층을 통과하면서 눈의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늘은 우리가 믿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사정을 안고 있다.
눈은 고층에서 중심부가 먼저 생기고 지표까지 내려오는 동안 각 층에서 성장해 복잡한 형태가 된다. 눈의 결정형과 모양이 어떠한 조건에서 생성된 것인지를 알고 나서 결정의 현미경 사진을 보면, 상층부터 지표까지의 대기 구조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눈의 결정은 하늘에서 보낸 편지다. 글은 결정형과 모양이라는 암호로 쓰여 있다.
≪눈≫, 나카야 우키치로 지음, 오재현 옮김, 180~181쪽
눈이란 무엇인가?
하늘 높이 존재하는 수증기가 얼음 결정이 된 것이다.
수증기가 어떻게 눈이 되나?
기체인 수증기가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바로 고체인 눈이 된다. 이것을 승화라 한다.
눈이 되는 조건은 뭔가?
눈의 씨앗, 중심이 될 것이 필요하다. 공기 중의 먼지, 미립자나 이온이 이런 것인데 물리학에서는 핵이라 부른다.
핵에 수증기가 붙은 것을 눈이라고 하는 것인가?
눈의 최초 상태인 것, 곧 빙정(氷晶)이라고 한다.
빙정의 정체는 뭔가?
머리가 뾰족한 육각기둥 모양의 아주 작은 결정이다. 기온이 낮은 1만 미터 상공에서 생긴다.
무엇을 결정이라고 하는가?
물질을 만들고 있는 원자가 공간에서 규칙을 갖고 배열한 것을 결정이라고 한다.
눈이 결정인가?
결정이 뭉친 것이다. 상층의 빙정이 대기로 떨어져 내려오면 수증기가 점점 더 응축, 부착해 보통 우리가 아는 눈 모양이 된다. 지표에 도달할 때는 수십 수백의 결정이 하나의 덩어리, 즉 눈송이를 이룬다.
함박눈과 가루눈의 차이는 결정 모양의 차이인가?
모양의 차이가 아니라 결정이 뭉쳤는지 따로따로 떨어지는지의 차이다. 함박눈은 여러 결정이 모인 것이다. 반면 결정이 따로 떨어진 가루눈(분설)은 보슬보슬하고 덩어리로 잘 뭉치지 않는다. 가루눈은 스키 타기에 좋고 밟으면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난다.
눈 결정은 어떤 것이 있는가?
크게 판판한 평판과 길쭉한 각주 모양으로 나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우키치로는 그 분류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직접 자세하게 연구해 보기로 했다.
우키치로는 눈을 어떻게 연구했는가?
일본 삿포로와 도카치다케 인근에서 매년 겨울 눈 결정을 촬영해 3000장 남짓한 사진을 모았다.
눈 사진을 3000장이나 모을 필요가 있는가?
가급적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눈 결정을 망라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가 분류한 눈은 몇가지인가?
일단 침상 결정, 각주상 결정, 판상 결정, 평판 각주 조합형, 평판 각주 불규칙 조합, 운립 부착 결정, 무정형의 7가지로 나눴다. 그리고 각각을 더 쪼개 19가지로 분류했다.
그러고 나서 그가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육각형 눈 모양을 최고로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육화상 결정은 실제 내리는 눈의 극히 일부였다. 눈 내린 54일 동안 974회 관찰한 결과 모든 눈은 앞에서 분류한 다종다양한 결정의 혼합이었다.
눈이 다종다양하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상공 각 층의 기상 상태가 매우 복잡하다는 사실을 말한다. 각 층은 기상 상태가 달라 각기 다른 결정이 생기고, 그것이 그대로 떨어지거나 낙하 도중 여러 모양으로 성장해 지상으로 떨어진다.
사람도 하늘처럼 눈을 만들 수 있는가?
냉각한 장치 위에 수증기를 통과시키면 수증기가 결정이 되면서 떨어진다. 우키치로는 서리 결정을 관찰하다가 인공 눈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인공눈을 어디서 연구했는가?
1936년 완공된 홋카이도대학의 상시저온연구실에서였다.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장소다.
어떤 방법으로 눈을 만들었나?
우키치로는 토끼 복부 털을 충분히 건조했다가 그 위에 눈 결정이 매달리게 했다. 기온을 잘 맞추고 대류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유리 장치를 만들어 양치상(羊齒狀) 눈 결정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우키치로는 어떤 사람인가?
눈 많은 홋카이도대학 교수였던 그는 연구비가 너무 적어 걱정이었다.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연구 주제를 찾다가 눈 연구에 착안했다. 홋카이도는 눈이 많아서 적은 연구비로도 눈 연구를 실컷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눈과 얼음을 계속 개척한 결과 세계적인 눈 과학자가 되었다.
이 책은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자연 현상에 대한 관찰의 기본자세가 무엇인지 말한다. 태산과 같은 자연을 하나씩 파고들어 해명하는 연구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설과 연구비만이 연구 수행을 위한 전부가 아니라는 진실도 깨닫게 된다.
당신은 누구인가?
오재현이다.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명예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