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종려나무를 보다
고혜림이 옮긴 우리화(於梨華)의 <<다시 종려나무를 보다(又見棕櫚又見棕櫚)>>
조국에서 미국으로, 다시 고국에서 미국으로
미국은 기회의 땅이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버릴 수 있기 때문이고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꼭 모두 돌아오는 건 아니지! 게다가 각자 사정이 다르니까. 그들은 타이완에 뿌리가 있지. 하지만 우리는 아니야.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난 이곳에 속하지 못한다고 줄곧 느껴왔어. 그냥 얹혀살 뿐 언젠가는 돌아가야 해. 그렇게 어릴 때 이곳으로 왔다고 해도 여기에 우리 뿌리는 없어.”
텐레이는 레모네이드를 다 마시고는 손안에서 컵을 돌리고 있었다. “네 생각에 미국에서 살면 그곳에 뿌리가 생길 것 같니?”
≪다시 종려나무를 보다≫, 우리화 지음, 고혜림 옮김, 204쪽
누가 누구에게 말하는가?
미국에서 타이완으로 돌아온 주인공 텐레이가 여동생에게 말한다.
이런 대화의 속사정은 무엇인가?
이 시대 세계 곳곳의 디아스포라들은 뿌리 뽑힌 존재들이다. 다른 문화권에 정착해 열심히 살면 뿌리를 내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텐레이의 말처럼 잠시 얹혀사는 것일 수도 있고 거쳐 가는 것일 수도 있다.
텐레이의 고향은 어디인가?
중국 대륙이다. 이 작품이 1967년도에 발표되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어릴 때 국공 내전 때문에 타이완으로 이주했다. 그때 형을 잃었다. 가깝게 지내던 이모는 함께 오지 못했다.
미국 이야기는 뭔가?
타이베이 사람으로 십 년 남짓 살다가 미국으로 유학 갔다. 그곳에서 다시 십 년 동안 지냈다.
이 작품의 주제는 뭔가?
두 개의 큰 축이 맞물려 돌아간다. 하나는 주인공 텐레이의 사랑과 갈등, 또 하나는 소외다.
그의 사랑은 무엇인가?
텐레이는 미국 생활 십 년 만에 박사 학위를 손에 쥔다. 한 여인을 아내로 맞기 위해 타이베이에 돌아온다.
여자 문제인가?
이 여인 외에도 그에게는 유학 가기 전에 사귄 여자, 유학 생활 동안 힘이 된 여자가 있었다.
갈등은 뭔가?
이 여자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여자다. 그런데 결혼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그녀는 결혼해 미국으로 가기를 원하지만 그는 타이완에 남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소외는 뭔가?
미국에서 동양인의 소외를 뼈저리게 느낀다. 타이완에서는 해외 출신 박사에 대한 내국인의 허영과 과장을 확인한다.
이중 소외인가?
외국 사람과도 다르고 고향 사람들과도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이중 소외를 경험한다.
그에게 고향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곳이다.
미국엔 왜 갔나?
가족의 안위와 자신의 발전 때문에 이주했다. 그랬기 때문에 자신은 뿌리를 잃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타이베이에는 왜 다시 돌아왔나?
미국에서 겪은 차별이나 소외가 사라질 것이라 기대한 것이다. 돌아와 보니 타이베이 사람들마저 자신을 다른 부류의 사람, 즉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소위 대단한 사람으로 취급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시 종려나무를 본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종려나무는 타이완 하면 떠오르는 식물이다. 텐레이가 졸업한 타이완대학, 타이완 총통부와 고궁 박물관, 주요 기관과 사적지에도 흔하다. 소설에서 텐레이는 미국으로 돌아갈지, 타이완에 남을지를 결정해야 할 때 종려나무를 올려 본다.
종려나무에서 뭘 보나?
종려나무는 야자수와는 다르다. 하늘을 향해 곧고 길게 뻗는다. 굳은 의지와 결단의 상징처럼 보인다.
이 작품이 미국에 유학하는 중국인들의 필독서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거주국과 고국에서 이방인이라고 느끼는 화인 디아스포라의 심리 상태를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어떤 기법을 사용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이 미국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기법으로 미국과 타이베이를 왔다 갔다 하며 서술한다.
이 작품도 20세기 중국어 소설 100선에 들었나?
그렇다. 타이완에서는 유학생 소설로 부르기도 했다. 1960년대 북미 지역 화인화문문학의 대표 작품으로 꼽힌다.
작가 우리화는 어떤 사람인가?
1953년 타이완대를 졸업하고 미국에 건너가 UCLA에서 신문방송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어로 작품 활동을 했으며 미국 올버니 주립대학에서 중국 현대문학을 강의했다.
왜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는가?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곧 영어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여섯 편 정도 작품을 발표하려 했으나 당시 출판업계의 사정으로 출간하지 못했다. 영어 작품들은 그대로 묻혔다. 이후 그녀는 영어로는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당신은 누구인가?
고혜림이다. 부산대 현대중국문화연구실 연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