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정수 짧고 진하게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로마 하면 뭐가 생각나세요?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 아우구스투스(위 사진)의 혈육 칼리굴라와 네로의 대막장 드라마? 2200년 역사의 전무후무한 제국을 그 몇 가지만으로 이야기할 순 없겠죠. ‘로마’는 워낙 매력적인 주제라 마주치자마자 빠져들지만, 막상 시작하려면 범위나 깊이가 대단합니다. 짧지만 진하게 ‘로마의 정수’에 입문할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첫 손가락에 꼽히지만 실제로 읽은 사람은 거의 없는 책이죠.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는 71장 6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입니다. 서로마제국 이야기가 1~3권 38장이고, 동로마제국 이야기가 4~6권 33장이에요.
이종호가 엮은 이 책은 기번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서로마제국 멸망사 38장에서 중요한 9개 장을 고르고 핵심 내용을 발췌하여 소개했습니다. 본문의 120쪽 정도는 멸망 과정에 초점을 맞춘 발췌문입니다. 3권에서만 6장을 골랐어요. 여기에 옮긴이가 붙인 141개의 각주가 역사와 인물의 맥락을 채워주며 풍부한 설명을 제공합니다. 50여 쪽의 해설도 유용합니다. 해설만 읽어도 이 책의 내용과 특성을 한번에 파악할 수 있거든요. 그야말로 전문가의 족집게 가이드로, 오리지널 ≪로마제국 쇠망사≫를 가장 효율적이고 생생하게 향유할 수 있게 구성된 책입니다. ‘문학작품’이라 평가받을 만큼 훌륭한 기번의 필력도 그대로 느끼실 수 있습니다. 요약본이 아니라 2% 발췌본이니까요.
베게티우스의 ≪군사학 논고≫는 로마 군대의 채용, 훈련, 병법과 운영을 종합한 병법서입니다. 378~392년 사이에 집필된 라틴어 책인데, 전성기 로마의 군사 제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발렌티니아누스 2세에게 진상됐죠. 그 후 마키아벨리와 샤를 대제, 사자왕 리처드 1세를 비롯한 전 세계의 군사 리더들이 호주머니에 품고 다닌 서방 병법의 바이블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었고 세계의 군대 편제와 훈련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어요.
이 책은 5권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권은 신병 모집과 훈련, 2권은 로마 군단의 조직, 3권은 전투를 위한 부대 배치, 4권은 공성전과 해전, 5권은 참고 자료와 로마 군대의 인물평입니다. 지만지판은 ≪Roots of Strategy≫의 저자 토마스 필립스 준장이 1944년 편집한 책을 육군사관학교의 정토웅 명예교수가 번역한 국내 유일본입니다. 현대와 맞지 않는 4, 5권을 제외했고 1~3권을 옮기되 반복된 내용만 덜어냈어요. 1600년이 넘게 널리 읽힌 책이라 판본도 많고 버전도 여러 가지인데, 필립스 준장판은 최초의 영문판인 존 클라크 판(1767)을 자신의 군사 지식을 바탕으로 정서한 거예요. 원본의 정수를 현대인에 가장 알맞게 정리한 판본이라 널리 읽는 판본입니다.
≪손자병법≫을 군인만 읽지 않죠.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농부 출신이 병사로 좋은데 단순하고 작은 것에 만족하며 노동에 단련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실무적이고 세부적인 설명이 있는가 하면,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 “선천적으로 용감한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훈련과 군기를 통해 용감해진다”와 같은 금언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생생한 로마의 속살입니다. 직접 경험해 보시길 권합니다.
로마는 어떻게 대제국을 2200년 동안 유지했을까요? 교육사적으로 서양 문화를 구성하는 원류 중 하나가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의 헬레니즘 문화입니다. 서양 철학이 플라톤에서 발원했듯 서양 문화는 그리스가 시원(始原)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리스 문화를 자기 방식대로 소화하여 전 세계에 퍼트린 것이 바로 로마제국입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교육 사상과 더불어 그리스와 로마의 교육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리스 문화가 화려하고 심미적인 데 비해 로마 문화는 강건하고 실용적이며 단순미가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가 문학·학문·예술·철학에서 탁월성을 보인 반면 고대 로마는 법률·건축·도로와 같은 실용적인 면에서 우수성을 보였죠. 로마인은 그리스인과 같은 심미적 감각이나 창의적 조형 능력은 지니고 있지 않았지만, 발전된 문화를 모방하고 다른 문화에 쉽게 동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로마제국은 자신의 문화적 특징을 바탕으로 그리스의 화려한 문화를 수용·모방하여 자신의 고유한 문화로 발전시켰으며, 정복민의 문화에 흡수·동화되는 로마 정신을 기반으로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탕자에서 성자로’로 유명한 아우구스티누스의 3대 명저 중 하나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타락한 생활을 하다 주교 암브로시우스를 만나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대해 눈을 뜨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기독교에 귀의하게 됩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플라톤 철학과 신플라톤주의, 기독교 교리의 적절한 혼합을 넘어 신기원을 이룬 사상가입니다. 그의 철학적, 신학적 성찰은 서양 문화의 두 원류인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을 하나로 엮은 새로운 물줄기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아우구스티누스가 ≪고백록≫을 통해 펼쳐놓은 인간론, 시간론, 행복론은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을 변증법적으로 재해석하고 창조적으로 제안한 신학적이고 철학적인 논제입니다.
불후의 명저 ≪신국론≫에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인생의 변화, 성직자로서의 삶의 정황, 그리고 로마의 사회상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