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콘텐츠 스토리텔링 1,2
정숙의 ≪드라마의 분산·집중·몰입 전략≫과 ≪구성·예능·다큐와 라디오 전략≫
대박과 쪽박의 갈림길
대박은 비속어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분초의 시청률을 다투는 방송은 대박종교집단이다. 그러나 무엇으로 은혜를 얻을 것인가? 쪽박을 면하기 위해 어떤 면죄부를 사야 하는가? 정숙은 답을 알고 있다.
방송 콘텐츠 스토리텔링이란?
이야기라는 콘텐츠를 수용 대상과 매체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시도하는 과정이다.
어떤 과정인가?
이야기가 어떻게 기획되는지, 수용자의 기호를 자극할 수 있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어떻게 꾸미는지, 최종적으로 어떠한 결과물로 창출, 완성될 것인지를 고민하는 총체적 과정이다.
무엇을 하는 과정인가?
기획 의도, 주제, 등장인물, 줄거리를 체계화하는 과정이다. 누가 등장하여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인물이 하려는 이야기는 무엇인지를 구체적인 틀 안에 모두 담아야 한다.
스토리텔링 작가의 일인가?
맞다. 기획 단계에서 프로듀서가 프레임을 정하기도 하지만 모든 이야기 흐름은 작가가 만든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틀을 만들어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세부적으로 구성한다. 그런 다음 총 대본과 코너 대본을 만든다. 여러 작가가 협업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대본작가, 구성작가, 보조작가가 나누어 작업한다. 대본 작업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형식에 따라 미션 만들기, 인터뷰, 섭외, 질문, 콩트 작업까지 모든 작업을 담당한다.
드라마 스토리텔링만 한 권으로 따로 묶은 이유는?
이야기의 흐름이 다른 구성 프로그램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코미디는 한 장면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리얼 버라이어티는 미션을 만들어 나간다. 그러나 드라마는 다양한 신의 변화와 영상미를 염두에 두고 극 중 인물이 사건을 만들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소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드라마와 소설의 공통점은?
육하원칙이다. 누가(주인공), 언제(시대), 어디서(배경), 무엇을(사건), 왜(원인), 어떻게(과정)가 완벽하게 맞아 들어가야 한다.
‘사건’과 ‘과정’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주인공이 해결하는 데 무리가 없는 사건인지, 주변 인물과 어울리는 사건인지, 시대와 배경에 맞는 사건인지가 극의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시청자 몰입은 어떻게 유도하나?
주인공의 목표는 쉽게 이룰 수 없는 것으로 잡고 현재와 반대되는 상황을 만들어서 곤경에 빠지게 하는 것이 좋다. 머피의 법칙을 활용하거나 주인공을 괴롭히는 주적을 등장시켜 모든 일을 방해하게 하거나, 주인공보다 힘이 큰 주적을 등장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건은 어떻게 진행시키는가?
주인공이 주어진 사건을 그냥 보고만 있는지, 그것을 해결하려고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사건이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복선을 배치하고 갈등이 유발되도록 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사건과 과정을 잘 조직할 수 있다면 드라마는 무리 없이 진행된다.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어떻게 구체화되나?
기획 단계에서 인물의 성격과 사회적 지위, 심리적 상태까지도 면밀히 설정하곤 하는데, 문제는 설정한 인물을 드라마 안에서 어떻게 녹여내느냐다. 인물의 행동과 태도와 심리상태를 만들어 놓기만 하고 활용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방법은?
사건을 풀어 나갈 때나 생각을 할 때, 갈등에 직면해 있을 때 잠재적으로 드러나게 하면 가장 좋다. 잠재적 행동은 그 인물의 방향성을 짐작하게 하는 요인이 되며, 캐릭터를 생생하게 만드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플롯의 5단계가 필요한 까닭은?
육하원칙이 각 요소들을 따로따로 체크하여 만드는 것이라면, 플롯의 5단계는 여섯 가지 요소를 잘 융합하여 전체를 내려다보는 조감도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형식이다.
발단의 극적 기능은 무엇인가?
시간이나 장소, 인물의 성격, 처지, 상호관계, 주제의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전개와 위기에서는 무엇이 중요한가?
전개는 결말에서 해결되어야 할 사건을 등장시켜야 한다. 위기는 극적 반전을 유도해야 한다. 갈등이 반복되므로 복선이나 서스펜스를 구사해 흥미를 자극한다.
절정과 결말에서는 무엇이 일어나야 하는가?
절정은 마지막을 향해 치고 올라가는 극적 정점이므로 앞에서 설정해 놓은 갈등의 논리적 해결이 필요하다. 결말은 주인공의 운명과 사건의 승패가 결정되는 단계다. 이야기를 만들 때 설정해 놓은 주제에 맞게 원만히 마무리해야 한다.
장르에 따라 스토리텔링 초점이 달라진다. 멜로드라마의 초점은 무엇인가?
삼각구도에 놓인 인물들 간의 대결구도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추진력이다. 주요 인물의 심리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해야 한다.
가족드라마의 스토리텔링 초점은?
가족으로부터 받는 마음의 상처가 핵심이다. 섬세한 감정 묘사와 인물 간 갈등이 주축을 이루는데 너무 길어지면 극의 흐름이 늦어지고 드라마의 힘이 떨어진다. 주의해야 한다.
사극의 힘은 무엇인가?
극성이 강하다. 사극에서 갈등의 파국은 죽음에까지 이른다. 극적인 장면을 만들기 위해 지나친 갈등과 대결을 설정한 후 쉽게 해결해 버리는 작품도 드물지 않다. 이렇게 되면 드라마의 연속성에 무리가 간다. 시추에이션 드라마로 떨어질 수도 있다. 유의해야 한다.
전문직 장르 드라마는?
대중적으로 성공하려면 소재의 참신함만으론 안 된다. 장르극으로서 확실한 색깔과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직업군을 잘 그리고 생동감 있는 인물을 만들어 드라마의 전문성을 살리는 것이 관건이다. 멜로가 가미되어 ‘사랑’과 ‘전문직’이라는 테마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구성도 흔하다. 주의해야 한다.
구성 프로그램들의 스토리텔링은 어떤 특징이 있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미션 수행에서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무대개그는 짧은 시간에 웃음을 극대화시키는 순발력이 중요하다. 시트콤은 드라마와 코미디의 중간 영역이다. 드라마식 극적 구성과 웃음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라디오 프로그램은 정보 전달보다도 감정을 담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큐멘터리는 사실성과 현재성을 바탕으로 구성하되 감정선을 적절히 유지하여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리얼 버라이어티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한가?
물론이다. ‘리얼’이 정말 실제가 아니라 ‘리얼을 표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은 ‘사실적인 느낌’의 영상을 원한다.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사실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을 원한다는 얘기다. 적절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이유다.
작위적 연출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뉴질랜드 편’에 합류한 배우 박보영의 소속사 대표는 <정글의 법칙>이 조작 방송이라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게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네티즌에 의해 방송에 공개된 지도가 일부 조작되거나 관광 코스를 진짜 오지 체험으로 포장하는 등 방송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문제점들이 제기된 바 있다. 작위는 반칙이다.
반칙을 하지 않고 사실처럼 보이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무한도전> 292~294화 ‘네가 가라 하와이 편’을 보면 제작진이 부여한 미션은 결과적으로 볼 땐 속임수가 많다. 그러나 미션을 수행하는 진행자는 수행 과정에 몰입하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매사에 최선을 다했고, 시청자들도 진행 과정을 지켜보느라 속임수를 눈치 채지 못했다. 이처럼 미션을 수행하는 출연자들이 미션을 조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토크쇼 성공의 열쇠는 무엇인가?
자연스런 웃음이 있고, 진정성 있는 정보가 있고, 시의성 있으며, 현명한 MC와 다양한 게스트를 가진 토크쇼가 진짜 토크쇼다. 여기에서 웃음과 재미만큼 중요한 것은 정보인데, 시청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들을 수 있는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진정성 있는 답변이 중요하다. 게스트의 답변을 끌어내기 위한 사전 자료 조사와 충분한 인터뷰가 그래서 필수다. 게스트의 잘못된 정보는 시청자에게 피해를 주고, 호스트의 잘못된 정보는 게스트에게 치명적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MBC <라디오스타>가 히트하는 이유는?
게스트를 소개하는 방식부터 남다르다. 게스트를 예우하고 띄워 주는 다른 토크쇼들과는 달리 시청자가 들었을 때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스트를 배려한다기보다는 시청자를 더 배려하며, 재미를 뽑아내기 위해서 게스트와 팽팽한 대결 구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때로는 공격적으로 질문 공세를 퍼붓기도 한다. 이런 토크 자세는 절대로 게스트를 무시하거나 방송 분량만 뽑으려는 의도가 아니다. 오히려 전혀 다른 접근 방식으로 우리가 봐 왔던 스타들의 다른 이면을 끄집어 내는 게 목적이다.
SBS <고쇼>는 왜 헤매다 내려갔나?
퀼리티 진행자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한창 유행했던 서바이벌 게임을 도입한 <고쇼>는 1회용으로 구성하기에는 시간이 짧고 2회, 3회로 늘리기엔 재미가 없었으며, 토크쇼 색깔에 맞는 구성이 아니라 아쉬웠다. 메인 진행자가 있지만 진행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살리지도 못했다. 게스트의 개성을 살리지 못한 어정쩡한 구성이 실패 요인이 아닌가 한다.
다큐멘터리에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
다큐멘터리에서는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작 과정에서 ‘연출’이라는 문제에 봉착한다. 카메라를 켜 둘 수 없는 데서 발생하는 기본적 연결 그림, 현장의 본질을 왜곡시키지 않으면서 이미지를 더 강화시키기 위한 이미지 그림,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 상황의 재연, 제한된 제작 시간 안에 찍어야 할 계획된 미래 생활 앞당기기 등 카메라에 꼭 담아야 하지만 연출하지 않으면 담을 수 없는 영상이 항상 존재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에서 주제 구체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시청자층을 세밀하게 고려해야 하고, 자료의 객관성을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인물 선정, 영상 편집, 적절한 내레이션도 필수다.
라디오 ‘코너 구성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다. 청취자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해야 한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하지 않은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이러한 아이디어가 정말 라디오에 나온다면 사람들이 흥미 있어 할 것인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 다음 구성해야 한다. 시청자 입장에서 관심 있어 하는 것을 구성을 하되 1분 내외에 짧은 시간 동안 말하려는 내용을 간단 요약하여 적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라디오 프로의 특징은?
완벽한 구어체를 구사해야 한다는 점이다.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내가 평소에 사용하는 구어체를 글로 적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평소에 라디오를 많이 들어 보면서 진행자가 사용하는 언어를 귀 기울여 듣는 습관을 가지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선정하여 프로그램의 오프닝과 클로징을 써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책의 장점은?
드라마, 예능 버라이어티, 코미디, 토크쇼, 다큐멘터리의 최신 사례를 사용했다. 방송 콘텐츠만큼 시의성이 중요한 장르는 없다. 방송 콘텐츠 스토리텔링의 ‘지금 여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정숙이다. 프로덕션 라이온피쉬 드라마 기획팀장이며 한양여자대학교 겸임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