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TV 토론
64 특집 3. 권영진과 김부겸의 선거 토론
박영석이 쓴 <<선거와 TV 토론>>
볼만했던 두 사람
야당 후보가 대통령과 친하다고 말한다. 여당 후보는 그의 이중성을 공격한다. 이쯤되면 또 난장판인가? 이번엔 달랐다. 김부겸은 잘못을 시인했고 권영진은 품위를 지켰다. 둘 다 노련했다.
토론은 주어진 시간에 제3자의 개입 없이 후보 간에 서로 질문과 답변이란 창과 방패를 들고 상대를 공격하거나 방어하며 우열을 가리는 것이다.
‘3. TV 토론회의 구성과 운영’, <<선거와 TV 토론>>, 112쪽.
이번에 선거 토론이 가장 격렬했던 지역은 어디인가?
서울시장 선거와 경기도지사, 부산시장 토론이 뜨거웠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와 3선 국회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가 맞붙은 대구시장 선거 토론도 모처럼 치열했다.
후보자에게 토론이란 무엇인가?
열세인 후보는 토론을 공격의 장으로 여기고 유리한 후보는 토론을 피하고 싶은 심정뿐이다. 토론을 통해 자신을 부각하고 설명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토론은 과정이 아니라 기회다.
누가 제일 잘했나?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한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경력의 권영진 후보와 3선 국회의원 출신의 김부겸 후보가 토론을 잘 소화했다.
권영진과 김부겸은 무엇을 두고 다투었나?
‘박근혜 마케팅’에 관한 공방이었다. 권영진은 김부겸의 박근혜 마케팅을 공격했다. 그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김부겸의 박근혜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어느 행사장에서 파안대소하며 대화하는 사진을 내걸고 ‘박근혜 대통령, 야당 시장, 대구 대박’이라는 슬로건을 치켜세웠다.
권영진의 공격 지점은 어디였는가?
김부겸이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독재자의 딸’ 등으로 강하게 비난해 왔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의 과거 연설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표를 얻기 위해 이중적인 태도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부겸의 방어 논리는 무엇인가?
“과거 일부 표현이 심하고 정도를 넘은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지적을 사실로 즉각 받아들이면서 사과했다. “그때 연설은 당내 전당대회 관련 당권 경쟁 때문에 당원 대의원들을 상대로 한 특수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이며 연설 장소와 대상을 고려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누가 이긴 것인가?
김부겸은 변명하거나 부인하지 않고 권영진의 문제 제기를 인정하고 바로 사과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 되었나?
토론에서 반박이나 부인이 공격을 막아낼 만큼 설득력이 없거나 확실하지 않으면 반박과 부인은 흔히 시인이나 사과보다 훨씬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때문에 확실하고 명백한 지적은 바로 수용하는 것이 오히려 최선의 방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활용했다.
토론의 승패는 어디서 갈라지나?
순간의 상황 대처 능력이다. 특히 불리한 질문이나 지적을 받았을 때 대처 방식이 중요하다. 유권자들은 불리한 상황에서 후보의 반응을 보고 잘한다, 못한다를 결정한다. 이 상황을 유연하고 세련되게 진지하게 받아 넘기면 좋은 이미지를 얻는다.
권영진과 김부겸의 토론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 주었나?
권영진은 여당 후보지만 대구 첫입성이라는 점을 감안한 듯 낮은 자세로 토론에 임했고 자료와 통계를 성실하게 제시했다. 김부겸도 야당 후보지만 지역을 대표할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듯 결코 흥분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진지하게 유권자를 설득했다.
토론 뒤 민심의 향방은 어디인가?
토론에서 멘탈이 무너지거나 감정에 기복이 생기는 쪽은 치명상을 입기 마련이다. 이들은 흥분하지 않고 과장하지 않으며 최대한 예의를 갖추었다. 불리한 질문에도 당황하거나 긴장하지 않
무엇이 토론에서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가?
비언어 요소가 중요하다. 유권자들은 말할 때의 표정이나 손짓, 반응 하나 하나를 주목한다. 얼마나 진지한가, 상대에 어떤 자세를 취하는가, 경청하는가, 불만스러운 표정인가, 화가 난 표정인가 하는 것들은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 근거가 된다.
토론에서 유권자의 관심을 끄는 방법은 무엇인가?
질문을 잘 해야 한다. 구체성이 높을수록 좋다. 질문이 창이고 답변은 방패다.
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수준은 어떤가?
주제 선정이나 토론 형식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질문을 구성하는 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제는 질문이 아니다. 안전이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해 “안전에 대한 대책을 말씀해 주세요”라고 물으면 후보자들은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나? 듣는 유권자도 초점이 모아지지 않아 토론은 금세 긴장이 떨어지고 만다. 작은 질문으로 큰 답을 받아내야 토론이 산다.
이번에는 안전에 대한 질문이 많았나?
세월호 사건 영향으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 후보 토론에서 안전 문제가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없을 정도였다. 공통 질문에 안전 관리 주제가 빠짐없이 등장했고 후보들도 토론과 공약을 통해 안전 문제를 부각했다.
세월호는 이번 선거에서 무엇인가?
주요 변수다. 유권자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안전에 관한 보장과 장치,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이 투표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당신은 누구인가?
박영석이다. 계명대학교 언론영상학과 초빙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