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성격
늦었지만 고맙다. 지만지 국내 최초 출간 고전 1. ≪성과 성격≫
나는 어느 정도 남자이고 어느 정도 여자인가?
오토 바이닝거의 ≪성과 성격(Geschlecht und Charakter)≫은 ‘빈 모더니즘(Wiener Moderne)’의 고전이다. 그는 인간이 자웅동체의 본성을 지니고 있음을 최초로 인식하고 연구한 사람이다. 남성의 특성을 영혼과 도덕, 여성의 특성을 감성과 섹슈얼리티 그리고 물질로 보았다. 물론 모든 인간은 남성의 특징과 여성의 특징을 자기 나름대로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남성과 여성의 관계는 성적매력의 법칙에 따라 보충관계가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나는 어느 정도 남자이고 어느 정도 여자인가? 이 질문은 1903년에 그에게서 시작되었지만 가장 현대적인 질문임에 틀림없다. 이미 당대에 프로이트를 완벽하게 압도했던 바이닝거의 책이 왜 지금까지 한국에는 소개되지 않았던 것일까? 옮긴이 임우영에게 <<성과 성격>>의 출간에 대해 물었다.
이렇게 중요한 책이 왜 이제 번역되었는가?
그는 23세에 요절했다. 이 책이 유일한 저서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프로이트나 융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다. 이것이 첫번째 이유다. 이 책은 내용이 흥미롭고 중요한 책임에 틀림없으나 텍스트가 어렵다. 철학, 심리학, 논리학, 윤리학, 생물학 지식이 담겨있다. 그래서 번역 부담이 매우 크다.
저자의 입장은 문제가 아니었나?
반유태주의와 반여성주의 고전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번역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후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서 반유태주의는 무시되었다. 70년대 후반 이슬람근본주의가 대두되면서 반유태주의를 공격하는 차원에서 다시 다뤄지게 되었다.
왜 번역했나?
지금까지 한국에 소개된 ‘남성과 여성’에 대한 책은 경험 차원이었다. 심리적 측면은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나 ≪성과 성격≫은 서문에서도 밝힌대로 ‘하나의 원칙’에 따라 남성과 여성을 분석한다. 따라서 남성(성)과 여성(성)의 근본적인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을 읽는 것이 필수다.
이 책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가?
나 자신이 현실에서 경험하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이 책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심리적 차이를 나의 경험에 대입시켜 이해하려 시도하고 있다.
번역은 어떻게 했나?
워낙 복잡한 문장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용어들, 그리고 수시로 등장하는 많은 라틴어, 그리스어 문장들을 해독하는 것이 큰 일이었다.
내용의 문제는 없었나?
이 책이 주장하는 내용이 너무 ‘과격’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난해한 텍스트를 이해하려면 그 주장을 일단 수용하고 현실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그런 작업은 이 책의 번역이 요구하는 특별한 경험이다.
남성의 편견은?
남성의 심리는 내가 남자니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성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을 심증적으로만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난점이었다.
한국어판 출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프로이트나 융의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심리학의 기본서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한국에서 단편적으로만 소개되었다. 처음으로 원전을 번역한 것이므로 정확한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현대 심리학의 모태가 된 빈 심리학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바이닝거의 <≪성과 성격≫은 당대에 프로이트를 완벽하게 압도했던 심리학의 문제작이었다. 지난 100년 동안 그와 그의 책에 대해 쏟아진 찬양과 논평을 들어보자.
바이닝거가 나를 사로잡는 것은 현기증이 날 정도의 과장, 경계가 없는 부정, 모든 상식의 거부, 지독한 고집, 어떤 절대적 관점에 대한 지속적인 추구, 바이닝거 스스로 파괴되어 자신도 일부인 그 건물이 붕괴될 때까지 집요하게 한 가지 생각으로 몰고 가는 광기다.
E. M. 치오란
여기서 세기 전체의 병적 요소가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 바이닝거에게서 우리는 이 시대의 마성(魔性)이 요약되어 있는 것을 만나게 된다.
자크 르리더
이것은 악의에 찬 원칙이 실제로 현화한 것이다. 그러나 그 글에는 악에 저항하는 뭔가가 있기 때문에 감동적이다. 이 책은 부인들을 위한 책은 아니다. 이 카오스와 같은 깊은 인식에서 돌과 강물 속에 황금이 반짝이는 것을 보는 사람들과 남성을 위한 책이다.
쿠르트 투홀스키
영혼불멸에 대한 철학적 확신이 더 이상 이승에서 사소하고 저속한 것과 씨름하는 대신에, 차라리 당장 의식의 한계를 넘어 저편에 있는 미지의 땅을 찾도록 유혹할 수도 있다.
카를 블라이프트로이
바이닝거가 비정상적이라는 말은 옳다. 그러나 그는 비정상적이었지만 뛰어났다. … 그의 가장 큰 실수는 그가 뛰어났다는 것이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그의 죽음은 선과 악 사이에서 마술적으로 경험했던 영혼의 투쟁 속에서 경건하기조차 한, 가장 숭고한 순간 중의 한 순간이었다.
이탈로 스베보
영광스럽다는 것은 영웅에 대한 한정적 형용사다. … 문제가 많았던 세기의 문턱에서 바이닝거는 정신의 현실에 기념비를 세웠다.
하이미토 폰 데더러
이번 자살은 정신이 멀쩡한 상태에서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 바이닝거는 형이상학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위대한 여정이 시작될 때 삶을 던져 버릴 여러 가지 이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카를 크라우스의 바이닝거 추모사
다른 견해들과 무관하게 퇴화된 남성이 여성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 오토 바이닝거가 그 사실을 과감하게 말하려고 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비밀입니다. 이것은 여성의 본질과 천성을 발견한 것이며, 그리고 이 발견을 그는 남성의 책에서 알리고 자신의 생명을 바쳤던 것입니다.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
지식을만드는지식은 이 책을 두 가지 판본으로 출간했다. 851쪽 분량의 완역본과 28% 발췌본이다. 기호와 사정에 따라 골라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