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 시선
잠 못 드는 밤
베개 안고 씨름하는 긴긴 밤이 싫은데
나의 작은 창문이 도무지 안 밝는다.
적막한 시골 마을에 개 한 마리 짖어 대고
기울어진 달 아래 몇 사람이 길을 간다.
부스스한 살쩍은 희어진 지 오래건만
나그네의 마음은 어쩐지 편안하다.
황량한 정원에서 베를 짜는 베짱이야
쓸데없는 짓이지 네가 무얼 짜겠느냐?
倦夜
倦枕厭長夜
小窗終未明
孤村一犬吠
殘月幾人行
衰鬢久已白
旅懷空自淸
荒園有絡緯
虛織竟何成
≪소동파 시선(蘇東坡詩選)≫, 소식(蘇軾) 지음, 류종목 옮김, 68~69쪽
유배 생활 3년. 밤은 길고 잠은 오지 않는다. 세상을 연민했으나 부질없다. 무심히 개는 짖고, 기울어진 달을 벗 삼으니 마음이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