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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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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환이 옮긴 조충지(祖沖之)의 ≪술이기(述異記)≫

미래가 궁금한 과학자의 인문학
조충지는 원주율을 소수점 이하 7자리까지 계산해 낸 최초의 수학자였다. 그의 소설 <<술이기>>는 귀신과 요물과 저승의 이야기, 곧 기괴한 이야기였다. 과학과 문학 사이에 무엇이 있었을까?

유 아무개가 귀신에게 말했다.
“흙과 돌을 나에게 던져 봤자 나는 전혀 무섭지 않다. 만약 동전을 나에게 던진다면 그건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다.”
그러자 귀신은 곧바로 새 동전 수십 개를 던져 유 아무개의 이마를 정통으로 맞혔다. 유 아무개가 다시 말했다.
“새 동전은 날 아프게 할 수 없다. 나는 오직 때 묻은 동전만 무서워한다!”
그래서 귀신은 때 묻은 동전을 그에게 던졌다. 유 아무개는 이렇게 6∼7번을 계속해 모두 100여 냥을 얻었다.

≪술이기≫, 조충지 지음, 김장환 옮김, 105~106쪽

때묻은 동전을 더 좋아한 이유가 뭔가?
유송에서는 사수전(四銖錢)을 주조했다. 그 뒤 영광전(永光錢)과 경화전(景和錢)을 만드는데 이전 것보다 가벼웠다. ‘수’는 무게 단위다. 1수는 1냥의 24분의 1이다. 사수전은 말 그대로 무게가 4수였고 영광전은 2수에 불과했다.

헌 동전이 새 동전보다 값이 더 높았다는 말인가?
그렇다. 이렇게 가벼운 동전이 주조되자 민간에서는 무거운 헌 동전 하나를 깎아 가벼운 새 동전 두 개를 만들었다. 물론 불법행위다. 그래서 유 아무개가 귀신에게 가벼운 새 동전 대신에 무겁고 때 묻은 동전을 던지게 했던 것이다.

귀신 이야기가 아니라 화폐 위조범의 이야기가 되는 셈인가?
당시 동전 유통 상황의 일면을 볼 수 있다. 서기 5세기 무렵 중국 사회의 경제 상황을 짐작하는 자료가 된다.

옛날 귀신은 이렇게 멍청했는가?
매우 친근하고 귀엽기까지 한 바보 귀신이다. ≪열이전≫의 <송정백> 고사에 등장하는 귀신 모습과도 같다. 주인공은 귀신을 속여 돈을 번다. 이 고사는 이후 지괴소설에서 새로운 귀신 형상을 정착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

‘술이기’란 기이한 이야기란 뜻인가?
위진남북조 남제 때의 대표적인 지괴소설이다.

주인공은 누구인가?
귀신, 요괴, 이물, 몽환이 등장한다. 귀괴류 지괴소설이다. 위진남북조 지괴소설의 본류이자 정통이라 할 수 있다.

지괴소설은 어떤 종류가 있는가?

귀괴류, 지리박물류, 도교류, 불교류로 나눌 수 있다.

5세기 이야기다. 그 오랜 세월을 어떻게 견딘 것인가?
본래 10권이었다. 남송 말에서 원나라 초 사이에 망실된 것으로 보인다. 글 일부가 여러 전적에 산재해 총 95조가 남아 있다. 이 중 5조는 나중에 추가로 찾아낸 것이다. 현재 남아 있는 글을 통해 ≪술이기≫의 전체 면모와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작가 조충지는 어떤 인물인가?
유송과 남제 때의 수학자, 천문 역법가, 과학자, 문학가다. 그의 가문은 대대로 천문(天文)과 역산(曆算)에 정통했다.

어떤 집안인가?
범양 조씨 가문은 위진남북조 시대에 증조부 조태지, 조부 조창, 부친 조삭지, 조충지 자신, 아들 조긍지와 손자 조호까지 무려 6대에 걸쳐 천문과 역산에 종사해 이름을 알렸다.

조충지가 세계 최초로 원주율을 소수점 7자리 이하까지 계산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그렇다. 새 역법인 대명력도 만들었다. 늘 남쪽을 가리키는 수레인 지남거, 물레방아인 수대마, 쾌속선인 천리선도 처음 만들었다. 수학, 천문 역법, 기계 제작에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귀신과 과학, 한 인간 안에서 어떻게 연결되는 논리인가?
조충지는 천문을 관찰하면서 천상의 다양한 변화에 민감해졌다. 그리고 이를 길흉의 징조로 인식했다. 아마도 그의 관심은 자연스레 길흉의 징조에 대한 이야기, 곧 기이한 이야기로 이어졌을 것이다.

≪술이기≫에서 증거를 찾을 수 있는가?
이 책 이야기의 3분의 1 정도가 길흉의 징조에 관한 고사라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천문과 역산, 그리고 지괴 고사에 대한 관심은 조충지가 ≪술이기≫를 지은 원천이자 중요한 배경이다.

서기 5세기 중국에서 지괴 고사의 의미는 무엇인가?
당시 문인들 사이에서 성행했다. 황제나 사관(史官)도 예외가 아니었다. 위 문제 조비는 ≪열이전≫을 지었고 동진의 사관 간보는 ≪수신기≫를 지었다. 이런 풍조는 남북조까지 이어진다.

이 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나?
재앙과 상서로움의 징조가 전체 고사 중에서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상당히 높은 비중이다. 여기에는 꿈, 점복, 요언(謠言), 동물들의 말, 자연현상의 변화 등을 통한 암시나 예시가 포함된다.

귀신 고사는 어떤 것이 있는가?
전체 고사의 3분의 1쯤 된다. 원한 때문에 복수하는 귀신, 은혜를 알고 보답하는 귀신, 어수룩해 사람에게 속임을 당하는 귀신, 이승의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귀신, 사당신이 등장한다.

징후와 귀신을 제외한 나머지 이야기는 뭔가?
저승 이야기, 변괴를 일으키는 요물 이야기, 호랑이로 변신한 사람 이야기, 여자로 둔갑한 살쾡이 이야기, 총명한 누렁이 이야기, 선경(仙境) 이야기, 불법(佛法) 이야기다. 전통적인 지괴 고사다.

지괴 소설에서 ≪술이기≫의 특징은 무엇인가?
조충지가 활약했던 유송 말과 남제 초에는 도교와 불교가 시대를 풍미했다. 거의 모든 문인과 학사가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술이기≫는 도교와 불교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은 작품이다. 위진남북조 시대 이후로 발전해 온 전통적인 귀괴류 지괴소설을 계승·발전시킨다.

≪술이기≫가 전대의 지괴서보다 신선하다는 평을 받는 이유는 뭔가?
전체 고사 대부분이 ≪술이기≫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신선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고사 90조 중에서 11조가량만 전대의 지괴서에서 채록하거나 윤색했다. 나머지는 조충지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고사다.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이 ‘당대성’이라는 주장은 무슨 의미인가?
책의 내용 가운데 조충지가 활동하던 당대의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전체 고사 중에서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전체 고사 90조 중에서 유송 때의 고사가 41조고 남제 초의 고사가 1조다. 이처럼 동시대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기록한 경우는 전대의 지괴서에서 보기 드문 것이다. 이 때문에 조충지의 ≪술이기≫는 당대의 이야기를 기록한 지괴서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장환이다. 연세대 중문학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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