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잡종에 관한 실험
신현철이 옮긴 그레고어 멘델(Gregor J. Mendel)의 ≪식물의 잡종에 관한 실험(Versuche über Pflanzen-Hybriden)≫
완두콩과 인간, 공통의 불변 요소
노란 완두콩과 초록 완두콩이 교배하면 노란 것과 초록 것만 열매 맺는다. 연두 것은 결코 없다. 백인과 흑인이 결혼하면 흑인만 나온다. 회색 것은 결코 없다. 생물에서 변하지 않는 것, 곧 유전자 때문이다. 그때 멘델은 그것을 알았다.
잡종 발달을 지배하는 대립형질 상태의 조합 법칙은 명확한 원리 내에서 근본과 설명을 찾을 수 있다. 즉 잡종은 난세포와 꽃가루세포를 같은 수만큼 만들며, 수정을 통해 나타나는 형질이 조합되어 동형접합자가 만들어진다.
≪식물의 잡종에 관한 실험≫, 그레고어 멘델 지음, 신현철 옮김, 89쪽
이것이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가?
완두콩이다.
동형접합자가 뭔가?
동형의 근원적인 형질 둘이 접합된 것이다. 멘델이 책에 쓴 단어는 독일어, konstant다.
근원적인 형질이란 뭘 말하는 것인가?
형질이 서로 다른 두 식물을 교배했을 때, 변하지 않고 잡종 자손에게 전달되는 형질이다. 예컨대 부모가 A와 a라는 형질 상태를 지녔다면 A와 a가 근원 형질이다.
부모가 A와 a라는 형질 상태를 지녔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유전학에서는 우성을 대문자로, 열성을 소문자로 표시한다. 완두콩 종자 색으로 말하면, A는 노란 콩, a는 녹색 콩이다.
형질이 변한다라는 말이 뜻하는 현실은 무엇인가?
녹색 완두콩과 노란색 완두콩을 교배하면 자손 완두콩은 어떤 색일까? 연두색 완두콩일까? 아니다. 자손 완두콩은 녹색이거나 노란색이다. 색이 섞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형질이 변한다면 녹색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계에서 그런 일은 없다.
누가 형질이 섞인다고 했는가?
멘델의 당대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의 상식을 ‘혼합 전설’이라고 부른다.
녹색과 노란색이 근원적인 형질인가?
그렇다. 멘델은 ‘요소’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녹색 요소, 노란색 요소가 존재하는 것이다.
요소란 오늘날로 치면 유전자 아닌가?
맞다. 유전자, 또는 대립유전자에 해당한다. 멘델은 유전자란 용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개념은 알았다.
녹색과 노란색 요소는 무작위로 나왔나?
대를 거쳐 교배했을 때, 통계적으로 특정 비율이 있었다.
이 현상을 멘델은 어떻게 설명했나?
우열의 법칙, 독립의 법칙 등 조합 법칙으로 설명했다.
우열의 법칙은 뭔가?
자손에서 우성이 우선적으로 표현되며 열성은 잠재된다는 법칙이다. 이때 꽃가루와 밑씨는 1:1로 대등하게 영향을 준다.
독립의 법칙은 뭔가?
‘요소’들이 독립적으로 자손에게 분배되는 것이다.
멘델은 완두콩에서 어떻게 저런 법칙을 알게 되었나?
교배 실험을 했다.
교배 실험이 뭔가?
꽃을 인공수정하는 것이다.
멘델은 인공수정을 어떻게 했나?
덜 발달된 완두콩의 꽃눈을 벌린 다음 용골판을 제거하고 수술을 뗐다. 그다음 암술머리에 다른 꽃의 꽃가루를 묻혔다.
완두콩을 어떻게 구했나?
종자 판매상으로부터 서로 다른 34종류의 완두콩을 확보했다.
멘델은 그 완두콩에서 무엇을 발견했나?
완두콩은 종이 같더라도 여러 특징이 있었다. 하지만 2년간 자세히 관찰, 연구한 결과 명확하게 구별되는 형질을 추출할 수 있었다.
명확하게 구별되는 형질이란 어떤 것이었나?
종자 껍질 색이 달랐다. 녹색과 노란색이 있었다. 종자 형태 차이, 종자 떡잎 색 차이, 성숙한 콩꼬투리 형태 차이, 미성숙한 콩꼬투리 색 차이, 꽃의 위치 차이, 줄기 키의 차이가 있는 두 가지 형질쌍으로 나뉘었다. 일곱 가지였다.
형질 차이가 뚜렷한 것 외에 완두콩이 실험에 적합한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가?
멘델은 콩과 식물이 꽃의 구조가 독특해 실험에 적합하다고 보았다.
콩과 식물의 꽃의 구조는 무엇이 독특한가?
용골판이 암술과 수술을 완전히 감싼다. 꽃밥이 꽃 속에서 터지고, 꽃이 벌어지기 전에 암술머리가 꽃가루로 덮인다. 그래서 다른 꽃가루가 수정하지 않는다.
실험을 할 때 멘델은 과학자였는가?
원래 직업은 수도원장이었다. ≪식물의 잡종에 관한 실험≫은 멘델이 지방 학회지에 발표한 첫 논문이었다. 전문 과학자가 아니라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했다.
오늘날 멘델은 어떤 인물로 인정받는가?
그는 죽기 전 “나의 시대가 오리라”라는 말을 남겼다. 멘델이 발견한 개념과 법칙은 유전학의 토대가 되었다. 오늘날 그는 ‘유전학의 아버지’다.
당신은 누구인가?
신현철이다. 순천향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