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론 천줄읽기
문시영이 뽑아 옮긴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의 ≪신국론(De civitate Dei) 천줄읽기≫
오늘 이곳과 그날 그곳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는 말은 매력 있다. 목표를 향해 인내하라는 말은 진실하다. 어느 것이 옳은가? 오늘의 삶과 내일의 삶은 서로 바라본다. 하나가 사라지면 나머지도 부서진다.
두 가지 사랑이 두 도성을 만든 셈이지. 하나님까지도 멸시하는 자기 사랑이 지상의 도성을 만들었고, 자신까지 멸시하면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랑이 하늘의 도성을 이룬 것이지. 지상의 도성은 스스로 자랑하고 하나님의 도성은 하나님의 영광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
≪신국론 천줄읽기≫,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문시영 옮김, 95쪽.
누가 누구에게 말하는가?
≪신국론≫은 아우구스티누스가 가상 인물 마르켈리누스에게 보내는 글이다.
마르켈리누스는 어떤 인물로 설정되었나?
기독교에 우호적이고 아우구스티누스보다 젊은 로마 지식인으로 생각된다. 이 점을 고려해 대화체로 번역했다.
지상의 도성과 하늘의 도성을 만드는 것이 사랑인가?
그렇다. 전자는 지독한 자기 사랑이, 후자는 영원한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만든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하는 사랑은 어떤 개념인가?
에로스를 넘어선다.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사랑, 이웃 사랑을 모두 일컫는 아가페를 뜻한다.
여기서 ‘도성’이란 어떤 의미인가?
라틴어 ‘키비타스(civitas)’의 번역어다. 사전은 civitas를 도성, 도시, 국가, 시민 공동체, 국민이라고 설명한다. 공간이나 정치의 한계를 벗어난 개념이다. 그는 성서의 표현을 응용하여 사람들의 유대 관계로 이루어진 공동체의 의미로 사용한다.
성서 어느 곳에 ‘하늘의 도성’이 등장하는가?
여러 곳이다. 그가 염두에 둔 구절은 시편 87장 3절이다. ‘하나님의 성이여 너를 가리켜 영광스럽다 말하는도다.’
≪신국론≫은 무엇을 이야기하는 책인가?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제1부는 1∼10권으로 기독교를 비방하는 로마인을 설득하고 기독교를 변호한다. 제2부는 11∼22권으로 하늘의 도성과 지상의 도성을 논한다. 두 도성의 본질과 특징, 기원과 전개 과정 그리고 종말에 관한 대하드라마다.
로마인들이 기독교를 비방한 이유는 무엇인가?
야만인, 이교도라 부르던 고트족의 침략이다. 재난을 당한 뒤 로마인들은 기독교를 희생양으로 삼아 온갖 비난을 퍼붓고 강력한 혐오를 토해 냈다.
로마가 침략당할 때 기독교는 무엇을 했는가?
로마인에게 긍휼을 베풀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신앙인 행세를 하며 교회로 피신해 오는 로마인들을 흔쾌히 품었고 고트족으로부터 구해 주었다. 그런데도 로마인은 적반하장으로 로마의 위기를 기독교 탓으로 돌렸다.
로마가 이 지경에 몰린 이유는 무엇인가?
아우구스티누스의 진단은 도덕의 타락이었다. 로마에 참된 종교가 없는 점도 지적했다. 로마의 종교가 도덕적 타락을 경고하지 않았으므로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제시하는 로마의 대안은 무엇이었나?
진정한 삶의 길을 찾으라고 했다. 로마인 모두 참된 종교를 찾고 진정한 도덕적 성숙에 힘쓸 것을 강조한다.
지상의 도성과 하늘의 도성은 어떤 모습인가?
전자는 탐욕과 명예에 집착한 나머지 진리를 외면하고 윤리를 상실했다. 후자는 영원한 절대자를 향한 소망으로 살며 진리를 따르고 윤리적 성숙을 좇는다. 이러한 차이가 두 도성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두 도성에서 인간의 삶은 무엇이 다른가?
지상의 도성에 속한 사람들은 지상에 얽매여 있다. 그들은 이 세상의 것이 영원한 듯 착각하면서 탐욕과 만용으로 살아가고 평화를 위한다며 전쟁을 일삼는다. 그러나 하늘의 도성에 속한 사람들은 지상의 가치에 함몰되지 않고 영원한 도성을 향하여 순례자의 길을 간다.
두 도성의 운명은 어디를 향하는가?
하늘의 도성은 영원한 진리 안에서 완성되지만, 지상의 도성은 종말의 때에 분명한 심판을 받게 된다. 하늘의 도성에 속한 사람에게 영원한 행복이 약속되어 있음을 아우구스티누스는 역설한다.
두 도성을 설정한 목적은 무엇인가?
남을 탓하는 일방성의 한계를 지적하려는 의도다. 도덕의 위기, 종교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바람직한 사회와 타락한 사회, 곧 하늘의 도성과 지상의 도성을 비교해 사회의 윤리적 이상에 관한 통찰을 보여 준다.
≪신국론≫은 서양 최초의 역사철학서인가?
그렇다. 시작과 종말을 잇는 직선 사관의 효시, 라틴문학과 수사학의 거작으로 평가받는다.
무엇을 보고 직선 사관이라고 말하는가?
두 도성의 역사와 전개 과정, 종말에 이르는 일관성을 보라. 역사는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흘러가며 일정한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는 관점이 아우구스티누스의 요점이다.
기독교인을 위한 책인가?
일반인을 위한 책이기도 한다. 인간과 역사의 진리를 찾는 길에 나침반이 되어 준다. 역사에 관한 통찰, 도덕과 윤리에 대한 성찰, 인간과 행복에 대한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또 라틴 고전, 로마의 시대상과 철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리스 로마 사회와 문화에 해박했고 자연과학 지식 또한 방대했다. 자기 분야에만 갇히기 쉬운 현대인의 교양이 얼마나 얕은 수준에 머무는 것인지 반성하게 만든다.
그가 그리스 로마 사회와 문화에 해박했다는 증거는 어디에 있는가?
플라톤 철학을 근거로 로마의 종교와 문화에 깔린 정령 숭배 또는 문란한 신들의 문제를 지적했다. 로마신화의 전문가 바로, 스토아철학의 대표자 키케로를 들며 논지를 전개한다. 성서에만 의존하는 일반 호교와 달리 문화를 통로로 보편적 설득을 시도했다.
그의 자연과학 지식을 엿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제21권에서 영원한 불 속에서도 죽지 않고 징벌을 당하는 육체를 설명한다. 불 속에서 사는 불도마뱀, 불에 반응하지 않는 돌, 석회, 금강석, 석면 등 생물과 광물에 대한 언급은 훗날의 백과전서파 학자들을 능가할 정도다.
원전이 22권인데, 이 책은 얼마나 뽑아 옮겼나?
7% 정도 뽑아 옮겼다. 유머도 없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없다. ≪신국론≫을 읽어 내는 데 실패한 독자가 많다. 그들이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문시영이다. 남서울대학교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