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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쿠이 소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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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수가 옮긴 ≪양쿠이 소설선(楊逵 小說選)≫

“저도 타이완에서 잠시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만, 양 상은 일본 사람을 좋아하십니까?”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내게 물어 왔다.
“….”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고 일시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그와는 초면이었고, 그도 타이완에 살아 봤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만나 보니 그는 좋은 사람일 것 같고, 그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타이완에서는 이런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다.
나는 잠시 생각해 보고 말했다.
“다나카 상은 아주 좋은 사람이에요. 나는 그 사람 아주 좋아해요. 하지만 타이완에서는 이런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어요.”
“맞습니다. 일본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다나카 상처럼 아주 겸손하고, 무슨 우월감 같은 건 전혀 없어요. 일본 노동자들도 일본 정부가 타이완 사람들을 억누르고 짓밟는 데에는 반대해요. 타이완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특권 의식을 가진 사람들, 즉 당신의 보증금을 빼앗고 당신을 쫓아 버린 그 보급소 소장 같은 사람이지요. 타이완으로 간 일본 사람은 대부분 이런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당신네 타이완 사람들에게만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일본 내지의 우리 같은 사람들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세상에서 이런 사람들은 남의 덕을 보며 살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노동력으로 돈을 벌고, 심지어는 속임수를 써서 남을 사지에 몰아넣고도 아랑곳하지 않지요. 그들은 순조롭게 착취하기 위해서 각종 수단으로 우리를 압박하고, 우리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겁니다….”

≪양쿠이 소설선≫, <신문 배달 소년>, 양쿠이 지음, 김양수 옮김, 86~88쪽

<신문 배달 소년>은 항일 투쟁 내용인가?
도쿄에 간 타이완 유학생이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하지만 신문 보급소 소장에게 계약 사기를 당해 돈을 떼인다. 그 뒤 좌익 사상을 가진 일본 학생을 만나 함께 투쟁의 길로 나선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일본어로 쓰였나?
그렇다. 1934년 일본 도쿄에서 발행되던 좌익계 잡지 ≪문학평론≫의 현상 공모에 응모해 입상했다.

항일 투쟁 내용이 어떻게 일본에서 발표될 수 있었나?
당시 일본의 좌익계 잡지들은 문학 운동이 탄압을 받자 조선이나 타이완의 저항 작가들을 영입해 명맥을 이어 가려 했다. ≪문학평론≫도 그중 하나다.

일본에서 작품을 발표한 조선의 작가로는 누가 있나?
<아귀도>의 장혁주, <빛 속으로>의 김사량, <암모니아 공장>을 쓴 이북명이 있다.

이 작품은 왜 양쿠이의 대표작이 되었나?
식민지 시대 타이완 작가들은 대부분 친일 성향이었다. 양쿠이는 흔치 않은 좌익 성향의 항일 작가였다. <신문 배달 소년>은 바로 이런 양쿠이의 스타일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동일한 항일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동아시아 ‘약자’ 간 국경을 넘어서는 ‘연대’를 주장한다는 점이다.

당시 일제 식민지였던 타이완에 소개될 수 있었나?
1932년 5월 19~27일 ≪타이완신민보≫에 전편만 실리고 후편은 검열에 걸려 게재가 금지되었다. 1936년 대륙 작가 후펑이 중국어로 번역했다. 후펑은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유학해 일본 문예계 상황에 밝았다.

정작 타이완 독자들은 전편을 읽을 수 없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타이완 총독부가 도쿄에서 발행된 ≪문학평론≫을 타이완으로 들여올 수 없도록 금지했기 때문이다. 후펑은 중국어 번역문을 ≪세계지식≫, ≪약소민족 소설선≫, ≪산령≫에 수록했는데 이 또한 모두 금지됐다. 해방 뒤인 1946년 중일어 대조 판본이 출판되면서 비로소 타이완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 번역한 판본은 무엇인가?
1974년 ≪유사문예≫라는 타이완 잡지에 실린 판본이다. <신문 배달 소년>의 중국어 판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후펑이 번역한 것이고 다른 하나가 이것이다. ≪유사문예≫ 판본이 분량이 더 많다. 기본 줄거리는 비슷하지만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다.

두 판본의 디테일은 어떻게 다른가?
후펑 번역은 인물의 성격보다는 사회적 모순과 그 해결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반해 ≪유사문예≫ 번역은 도시의 구조를 깨달아 가는 소년의 내면, 즉 그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췄다. 깨달아 가는 과정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 피착취자의 초상을 그려 낸 것이다.

이 작품은 이미 두 차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나?
모두 후펑이 번역한 것을 저본으로 한 것이다. 연도로 보면 후펑의 판본이 앞선다. 하지만 ≪문학평론≫ 게재 당시 검열로 복자(伏字) 등 결함이 있다. ≪유사문예≫ 판본은 양쿠이가 원래대로 복원하고 내용도 더 추가한 것이다. 다양한 판본을 소개한다는 의미에서 나는 이를 텍스트로 삼았다.

이 책에는 또 어떤 작품이 실려 있나?
<엄마 거위 시집가네>, <맹아>, <고구마를 심는다>가 더 있다. 일제 강점기 타이완 사회를 진솔하게 반영한 작품들이다.

<엄마 거위 시집가네>는 어떤 이야기인가?
일본 유학 시절 친하게 지내던 벗이 타이완으로 돌아와 겪은 일을 주인공이 회고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친구는 ≪공영 경제의 이념≫이라는 책을 집필 중이었으나 마치지 못하고 죽는다. 주인공 역시 타이완으로 돌아왔으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화원을 차린다. 어느 날 일본인 병원 원장이 묘목을 사러 와서는 간계를 부려 묘목 장사에 손해를 입히고 집에서 기르던 엄마 거위를 뺏어 가고 만다. 짝을 잃은 아빠 거위와 새끼 거위들의 슬픈 울음소리가 식민지인들의 상실감을 고조시킨다. 주인공은 친구의 유저를 이어받아 완성하겠다고 결심한다.

<엄마 거위 시집가네>의 주제는 무엇인가?
일제가 강조하던 공존공영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일제 강점기 타이완인들의 고단한 삶을 묘사했다.

양쿠이는 어떤 작가인가?
일본 식민지 시대 타이완 작가들 중 흔치 않은 항일 작가다. 타이완의 루쉰이라 불리는 라이허보다는 조금 뒤에 활동했다. 해방 뒤에도 국민당 정권에 탄압을 받아 12년 동안 감옥에서 보냈다. 1947년에 대규모 학살 사건인 2·28사건이 일어나자 <화평 선언>이라는 글을 써서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고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사람들에게도 잊혀진 인물이 된다.

언제 타이완인들에게 주목을 받는가?
1970~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기에 그 존재가 알려진다. 나중에 교과서에도 그의 작품이 실리면서 타이완 문학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한다.

당신이 양쿠이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타이완 문학에서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서다.

왜 우리가 타이완의 일제 강점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한국과 타이완의 역사적 유사성 때문이다. 각각 일제 강점기를 거쳐 1945년 해방 뒤에 국민국가를 이루었다. 그 과정에서 군부 독재와 고도의 경제성장, 민주화 운동과 포스트 민주화 등 타이완은 국민국가 간판을 내건 집단 중 역사적 동선에서 한국과 가장 유사한 나라다. 나는 그 유사성의 근원이 바로 일제 강점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양쿠이를 제대로 알기 위해 이 책에 추가한 자료가 있는가?
‘작가 양쿠이’에 비해 ‘운동가 양쿠이’는 덜 알려졌다. 그래서 <타이완 원로 사회운동가의 회고와 전망>, <일본 식민 통치를 받고 자란 아이>, <양쿠이의 생애와 저작에 관한 연표> 등 양쿠이 인터뷰 글, 양쿠이가 간략하게 자신의 이력을 밝힌 글, 양쿠이 연표를 추가로 번역해 실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양수다. 동국대 중문학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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