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도스토옙스키 200년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올해가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입니다. 2월 9일, 오늘은 그의 사망일이고요. 전 세계 팬덤이 있는 작가라 연초부터 도스토옙스키를 기리는 글과 다양한 행사가 많이 보이셨을 거예요. 지식을만드는지식도 200주년을 맞아 일러스트판을 새롭게 출간했습니다.
세계적 일러스트 작가인 프리츠 아이헨베르크의 목판화 29점이 실려 있는 일러스트판입니다. 미국, 영국, 러시아에서 출간된 여러 ‘죄와 벌’ 판본과 삽화를 두루 검토한 결과 가장 예술성이 뛰어나고 작품의 주제를 잘 드러낸다고 판단한 작품입니다.
《죄와 벌》은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 중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고, 유일하게 행복한 결말입니다. 1860년대 러시아, 그중에서도 온갖 모순이 첨예하게 대립한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서구 문명과 파괴라는 참으로 도스토옙스키적이면서도 특수한 러시아적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그러나 러시아라는 지역적 경계를 넘어 ‘세계의 명작’으로 자리매김한 이 작품은 19세기라는 시간 역시 뛰어넘어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의 가슴을 감동으로 물들입니다. 이는 가난, 매춘, 음주 등 인류가 존재하는 한 끝나지 않을 테마의 보편성,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 또 신과 인간이라는 영원한 철학적 과제, 그리고 다성악성 같은 다양하고 현대적인 소설의 기법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이유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역자 김정아는 《죄와 벌》을 읽고 도스토옙스키에 매료되어 러시아문학을 전공했고 《죄와 벌》로 박사논문을 썼습니다. 자칭 소울메이트라 부를 정도로 저자는 도스토옙스키를 깊이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해설에서 《죄와 벌》에 나타난 숫자의 상징들, 성서와의 연관성, 19세기 나사로인 라스콜니코프, 예수의 현신인 소냐, 많은 도스토옙스키 비평가들이 사족이라고 하는 에필로그에 대한 변호 등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다 읽은 사람도 드문 책입니다. 1332쪽이 부담스럽다면 243쪽 발췌본으로 시작해 보세요. 본문이 175쪽, 해설이 50쪽입니다. 금방 몰입되고 쑥쑥 읽힙니다. 인물, 스토리가 금방 파악되고 주요 부분을 원작 그대로 읽을 수 있고, 역자가 생략한 부분을 간단하게 설명해놔서 내용 이해에도 문제 없습니다. 밑줄 긋고 싶은 부분이 꽤 많습니다. 액기스만 골라 발췌했으니 당연한 일이겠죠?
도스토옙스키의 마지막 장편이자 결정판입니다. 스토리를 보면 막장 중의 막장 드라마죠.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남녀가 삼각관계로 얽혀 있는데 그게 부자간이고 형제간이에요. 근친 살해가 주요 플롯이고요, 인물들이 워낙 생생하고 파워풀합니다. 마찬가지로 생략한 부분은 역자가 간단하게 설명해놔서 내용도 잘 이해되고 중요한 장면은 그대로 생생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가 가장 사랑한 작품이라지만, 가장 우울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작가 자신이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을 때 쓴 거라 그런지 ‘구원은 없다’가 주제예요.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완벽하게 아름다운 사람도, 돈, 권력, 성적 타락이 만연한 지금 세계에서는 “백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각각 하나의 거대 이데올로기를 상징합니다. 개인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무신론, 물질 만능주의 등 작가의 눈에는 이 모든 서구 사상이야말로 러시아를 병들게 하는 악령이었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이후 러시아의 사상가들과 니체를 비롯해 21세기 히친스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현재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영향을 미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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