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신화
어느새 날이 밝았네
구우가 1378년에 쓴 <<전등신화>>는 21편의 전기소설을 담고 있다. 중국 원말명초의 소설이지만 조선조 초에 이미 유입되어 왕조가 끝날 때까지 널리 사랑받았다. 작품이 창작된지 50년이 채 못되어 조선에 당도한 책을 읽고 매월당 김시습은 독후감을 시로 남긴다. <제전등신화후>는 이렇게 읊었다.
김취의 무던 앞엔 감도는물이 아름답고
나조이 집 안엔 이끼 풀이 촘촘하오.
취경원 밖에 연꽃 향기 향긋한데
추향정 가엔 달빛마저 희구려.
옮긴이 정용수에게 설명을 청해보자.
“김취는 <취취전>의 김정과 취취이며, 나조는 <애경전>의 나애애와 조생이다. 취원경은 <등목취유취경원기>에서 등목이 위방화와 사랑을 나눈 곳이고, 추향정은 <추향정기>에서 상생이 채채와 사랑을 나눈 곳이다. 조선 문인의 깊이가 느껴진다.
”
<<剪燈新話>>의 ‘전등(剪燈)’은 등잔의 심지를 자른다는 말이다. 타버린 심지를 잘라내면서 밤을 새워 읽게 되는 책이라는 뜻이다. 오늘은 우리도 매월당의 정조를 따라 밟으며 <취취전>의 간절한 사랑이야기를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