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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한국근현대문학 / 초판본 박재삼 시선

초판본 박재삼 시선

z20130306-1

한국 현대 시문학 선집 신간 <<초판본 박재삼 시선>>

평범하고 진부한
그래서 독자 자신의 이야기인 박재삼의 후기 시는 ‘슬픈 것은 아름다운 것이고, 아름다움과 슬픔을 모두 담은 것은 노래이며, 시는 곧 노래’라는 그의 주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삶과 세계는 바라볼수록 서럽기만 했고 인생은 그럭저럭 저물어 간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러움을 추스릴 약방문 마지막 구절은 평범과 진부로 맺음되었을 터.

그 기러기 마음을 나는 안다
기러기에게는 찬 하늘 서릿발이 아니다.
진실로 쓰리고 아픈 것은
공중에서도 강을 건너는 일이다.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滔滔한
저 順理와 같은 강을 질러가는 일이다.
그러한 기러기
그 기러기 마음을 나는 안다.
나는 시방
하늘 이불을 덮은
하늘의 아기 같은 아기가 자는 옆에서
인생이 닳아 버린 내 숨소리가 커서
하마하마 깨울까 남몰래 두렵느니라.

≪초판본 박재삼 시선≫, 박재삼 지음, 이상숙 엮음, 117쪽.

어떤 장면인가?
화자는 잠든 아기를 숨소리로 깨울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늘 죽음이나 저승을 염두에 두면서도 그것을 공포나 두려움보다는 찬란한 서러움과 빛나는 슬픔으로 표현하던 시인이 구체적 두려움을 드러내는 드문 순간이며, 생명에 대한 현실적 인식을 깨달은 순간이다.

아기를 깨울까 남몰래 두려운 까닭은 무엇인가?
죽음을 향해 가는 사람에게도 생명을 지키고 키우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쓰리고 아픈” 삶의 진실이다. 그 생명이 결국 죽음의 바다를 향하더라도 “시방” 나는 아기의 고운 잠을 방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아기의 잠은 생명을 증명하는 것이고 아기의 생명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도도한 순리”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시인의 무엇을 말하는가?
박재삼의 시가 허무주의와 반복된 시형으로 시적 긴장을 잃었다는 일반의 평가에서 벗어난 고도의 인식을 보여 준다. 박재삼의 지적, 시적 논리와 우리 시의 보편 정서 심화를 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이 시에 내재해 있다.

박재삼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시인이 되었는가?
오랜 시간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활발히 활동한 우리 시단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 졸업 후 바로 중학교에 가지 못하고 삼천포여중 사환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시조시인 김상옥을 만나 시작(詩作)의 꿈을 키웠다. 사환 생활을 하면서 야간 중학과 삼천포중학교, 삼천포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동시와 시조를 지으며 습작기를 보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1953년, ≪문예≫에 시조 <江물에서>가 모윤숙의 추천을 받으면서 등단 절차가 시작됐다. 이후 1955년 ≪현대문학≫에 시조 <섭리(攝理)>, 시 <정적(靜寂)>이 서정주와 유치환에게 추천받아 등단 절차를 마쳤다.

그의 시는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물’, ‘눈물’, ‘바다’, ‘물빛’, ‘죽음’의 이미지다. 삼천포 바닷가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이 그 원천이다. <追憶에서>, <가난의 골목에서는>, <흥부 夫婦像>과 바다에 빠져 죽은 남평 문씨 부인의 이야기를 시화한 작품들에서, 바다는 삶, 죽음, 빛이 어우러진 한과 서러움의 공간으로 드러난다.

대표적 서정시인이라는 평가는 정확한가?
≪ 春香이 마음≫, ≪햇빛 속에서≫, ≪千年의 바람≫까지 초기의 세 편에는 ‘슬픈 것은 아름다운 것이고, 아름다움과 슬픔을 모두 담은 것은 노래이며, 시는 곧 노래’라는 그의 시관(詩觀)이 잘 드러난다. 감성적인 어조와 독창적인 종결어미를 사용해 한과 그리움, 서러움 등 우리 시의 전통 서정을 재현한 문학적 자산으로 꼽힌다. 후기에는 피상적인 일상이 긴장을 잃은 반복적인 시어로 등장한다. 삶은 죽음을 향해 가는 허무일 뿐이며 인생은 잠시 빛나는 순간이라는 주제가 반복된다.

초기의 긴장을 그렇게 상실한 이유는 무엇일까?
평자들은 그의 투병과 생활고에서 이유를 찾는다. 1960년대 말에 발병해 평생의 지병이 된 고혈압으로 언어장애를 얻었고, 거기에 위궤양과 신부전증 등도 여러 차례 발병해 그의 삶은 병, 죽음과 매우 가까웠다. 이런 개인사적 굴곡이 그의 시를 변화시켰을 것이다.

박재삼에게 일관되는 주제가 있는가?
시력 수십 년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찾는 것은 쉽지 않지만, ‘서러움’이 그 답일 수 있다. 흥부네의 가난, 춘향이의 그리움과 한, 문씨 부인의 가여운 운명, 병고를 겪는 삶의 애환과 연민 등이 모두 ‘서러움’으로 연결될 수 있다.

서러움이란 무엇인가?
대표작인 <울음이 타는 가을 江>의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에서 보이는 것처럼 생래적인 것이며 시정(詩情) 자체다. 그는 서러운 것, 슬픈 것 자체가 아름답다고 생각한 시인이었다.

평범하고 진부해 보이기까지 하는 후기 시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시적 성취로만 본다면 피상적이고 반복적인 주제로 일관했기에 그의 후기 시편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문학사적으로 의미가 큰 초기 시만이 가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평범하고 진부해 보이기까지 하는 후기 시편들에서 우리는 소박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삶에 대한 연민과 죽음에 대한 감정, 가족애 등 그가 다루는 인생의 국면은 그대로 진실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상숙이다. 가천대학교 글로벌교양학부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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