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박재삼 시선
매미 울음 끝에
막바지 뙤약볕 속
한창 매미 울음은
한여름 무더위를 그 절정까지 올려놓고는
이렇게 다시 조용할 수 있는가,
지금은 아무 기척도 없이
정적의 소리인 듯 쟁쟁쟁
天地가 하는 별의별
희한한 그늘의 소리에
멍청히 빨려들게 하구나.
사랑도 어쩌면
그와 같은 것인가,
소나기처럼 숨이 차게
정수리부터 목물로 들이붓더니
얼마 후에는
그것이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맑은 구름만 눈이 부시게
하늘 위에 펼치기만 하노니.
≪초판본 박재삼 시선≫, 이상숙 엮음, 149쪽
오랜 병고와 생활고로 시는 평범하고 진부해졌다. 그만큼 더 순수해진 시심으로 소박한 위로를 건넨다. 절정은 순간이다. 계절도 사랑도, 인생도 창작도 그와 같은 것. 그렇다고 그 순간을 포기할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