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서정주 시선
하혜정이 엮은 ≪초판본 서정주 시선≫
순네는 스무 살 색시
사향내, 박하 향 먹먹한 뒷길로 꽃뱀 한 마리 달려간다. 푸른 하늘로 날름거리는 붉은 혓바닥. 땀 범벅된 목줄기로 가쁜 숨이 역류한다. 세상에 좇지 말아야 할 것들은 왜 그리 아름다운가? 너무나 찬란하여 징그러운 나이, 우리는 아직 스무 살일 뿐인데.
花蛇
麝香 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베암…
을마나 크다란 슬픔으로 태여났기에, 저리도 징그라운 몸둥아리냐
꽃다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 내든 達辯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낼룽그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눌이다. …물어뜯어라. 원통히 무러뜯어,
다라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麝香 芳草ㅅ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안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石油 먹은 듯… 石油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눌에 꼬여 두를까 부다. 꽃다님보단도 아름다운 빛…
크레오파투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흔 입설이다… 슴여라! 베암.
우리 순네는 스믈 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흔 입설… 슴여라! 베암.
≪초판본 서정주 시선≫, 허혜정 엮음, 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