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
한여름의 새 책 1. 이제야 설명할 수 있게 된 영화의 비밀
캐런 펄먼(Karen Pearlman)이 쓰고 김진희가 옮긴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Cutting Rhythms: Shaping the Film Edit)>>
커팅 리듬, 눈 뗄 수 없는 영화의 비밀
노래뿐만 아니라 영화에도 음정 박자 리듬이 있다. 의미 있는 스토리라인, 적절한 시퀀스의 배분 다음에는 긴장과 이완의 대위법, 갈수록 숨찬 시지각의 리듬이 필요하다. 심장과 함께 뛰는 영화의 맥박이다.
영화에서 리듬이란 엄청나게 복잡한 개념이며 아직까지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주제다.
“머리말”,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 x쪽.
영화에서 리듬이란 무엇인가?
영화의 전체 흐름을 말한다. 사람이나 사물의 움직임, 사건의 발생, 감정의 변화가 각 장면의 리듬을 만든다. 장면의 리듬이 어울려 전체의 리듬이 완성된다.
편집에서 리듬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사람, 사물, 사건, 감정뿐만 아니라 연기, 카메라 움직임, 이야기 진행이 모두 리듬의 구성 요소이기 때문이다.
리듬이 영화에서 하는 일은 뭔가?
긴장과 이완을 조절한다. 적절한 리듬을 탔을 때 관객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영화에 몰입한다.
어떻게 그런 리듬을 만드는가?
촬영본에 담긴 각 리듬을 잘 읽어 내고 가장 잘 어울리는 리듬으로 통합하면 된다.
어떻게 읽고 통합하는가?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 영화 편집자에게 가장 중요하고 배우기 어려운 게 리듬이다.
지금까지 영화에 대한 논의는 리듬 편집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해 왔는가?
놀랍게도 영화 속 리듬 편집에 대한 심층 연구는 매우 드물다. 이론 연구에서는 원론 수준의 언급만 있었고 실무 수준에서도 분석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중요한 문제를 그렇게 방치한 이유가 뭔가?
리듬이라는 개념을 막연한 느낌의 차원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영화학자들조차 리듬을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했고 방법을 명료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현장 경험이 이론으로 정리 표현되지 못했다는 말인가?
그렇다. 편집자들은 멋진 리듬을 만들어 놓고도 그 방법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리듬 편집을 경험 위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이 책,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의 새로운 얼굴은 무엇인가?
영화의 리듬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영화의 리듬, 편집의 리듬이 무엇인지 상세히 알려 준다. 기존 연구가 거의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무용학, 신경학, 인지주의 분야 지식을 총망라해 영화의 리듬을 분석했다.
영화 리듬의 개념을 어떻게 정리한 것인가?
물리적 리듬, 감정의 리듬, 사건의 리듬을 이론적, 실무적으로 설명한다. 슬로 모션, 패스트 모션, 평행 액션처럼 자주 쓰이는 편집 기법도 리듬 차원에서 새로 분석한다.
이 책이 정의하는 리듬 편집이란 무엇인가?
긴장과 이완의 흐름을 만들어 낼 목적으로 타이밍·속도감·경로 구성을 통해 시간·에너지·움직임을 다듬은 것을 리듬 편집이라 정의한다. 경로 구성(trajectory phrasing)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무용학을 바탕으로 저자가 새로 만든 개념이다.
경로 구성이 뭔가?
숏과 숏, 장면과 장면을 연결할 때 여러 움직임을 모두 고려하는 편집 방법이다. 곧 물리적 움직임, 감정의 변화, 사건 진행에서의 방향·에너지·경로를 고려해 영화의 흐름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모든 편집자들이 경험적으로 늘 해 오던 작업 방식이다. 그러나 구체 개념으로 정립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물리적 리듬 편집의 사례를 들 수 있는가?
영화 <시카고> 초반부에서 벨마(캐서린 지타 존스)가 ‘올 댓 재즈’를 부르며 춤추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녀와 다른 무용수들의 동작과 음악의 리듬, 물리적 리듬을 최대한 살려 편집한 것을 볼 수 있다.
감정의 리듬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는 무엇인가?
<변호인> 중 송우석 변호사(송강호)와 차동영 경감(곽도원)의 법정 논쟁 장면을 보라. 점차 고조되는 감정에 맞게 장면을 편집했다. 감정의 변화가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사건의 리듬에서 모범 답안을 찾는다면 무엇을 고를 것인가?
<대부>의 세례식 장면이다. 대부 마이클(알 파치노)이 참석한 장엄한 세례식과 같은 시간에 그의 지시로 벌어지는 살해 사건들을 교차편집하고 있다. 이러한 편집으로 사건의 진행을 관객에게 더욱 극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커팅 없이 리듬을 살리는 방법도 있는가?
물론이다. 숏 내부의 리듬이 충분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을 때는 편집자가 이를 존중해 길게 연결하기도 한다. 영화 <시>가 훌륭한 사례다.
슬로 모션의 리듬 효과는 어떤 것인가?
슬로 모션은 물리적인 리듬이 느리게 촬영된, 혹은 후반작업에서 효과를 주어 느리게 한 영상을 활용한다. 이때 재현된 사건의 리듬도 느려진다. 대체로 극적인 부분에서 슬로 모션을 쓴다. 감정을 고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리듬감과 감정의 고조 효과를 액션 장면에 적용할 수 있다. 빠른 액션 장면에서 슬로 모션 숏이 정상 속도의 숏 사이에 가끔씩만 들어가게 하면, 장면 자체의 사건의 리듬은 오히려 박진감 넘치게 느껴지게 된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진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