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북스닷컴의 디자인
잡기 좋은 책 책을 디자인할 때 크기를 결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크기에 따라 책을 읽는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백과사전이나 대학교재는 책상에 놓고 읽습니다. 잘 보이도록 크게 만듭니다. 언제든 읽고 싶을 때 꺼내 들 책이라면 손에 쥐기 좋아야 합니다. 지만지의 지구촌고전과 한국문학 시리즈,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는 벽에 등을 기대고 편안히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손에 쥐기 알맞은 판형으로 설계했습니다. 우리가 판형을 결정하는 기준은 형태, 효율, 확장입니다. |
잘 넘어가는 책 책에 쓰이는 종이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보는 책을 위한 종이와 읽는 책을 위한 종이입니다. 우리는 읽는 책을 위한 종이를 사용합니다. 종이의 이름은 그린라이트입니다. 돌가루로 코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표면이 거칩니다. 간혹 싸구려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지만 이 종이는 읽기에 좋은 종이입니다. 뒷비침이 없고 빛을 적당히 흡수합니다. 또 난반사하여 눈이 편해집니다. 손에 닿는 느낌도 따스합니다. 오래 읽기에 좋습니다. 가벼워서 한 손으로 들고 읽어도 손목이 편합니다. 인쇄가 까다롭지만 조금 더 신경 쓰면 조금 더 좋은 책이 됩니다. |
읽기에 좋은 책 글에 문법이 있듯이 글자에도 법칙이 있습니다. 우리는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하여 정보와 지식을 조직합니다. 칼럼의 폭에 맞춘 글자 크기, 문맥에 합당한 글줄 사이, 일반적인 간격의 글자 사이, 촘촘한 간격의 글자 사이, 선의 적절한 사용, 볼드체의 체계적인 사용으로 우리만의 법칙을 만들었습니다. 가독성과 판독성이 높은 서체를 사용하고 시선을 편하게 유도하는 글줄 사이를 적용합니다. |
보기에 좋은 책 우리는 검은색 글자로 흰색의 공간을 창조합니다. 정교하고 촘촘한 그리드를 사용하고 불필요한 디자인 요소를 제거해 가장 단순한 레이아웃을 찾아냈습니다. 디자인에서 형태의 변화를 일으키는 요소들, 곧 크기, 중량, 부피, 형태, 색채, 공간, 장식의 사용을 절제합니다. 디자인은 기능입니다. 기능은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움은 우리를 즐겁게 만들고 즐거움은 지식으로 향하는 길을 더 넓게 확장합니다. 우리는 엄격하게 그리드를 지키지만 그리드를 지키는 이유는 책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필요하면 언제나 해체할 수 있습니다. |
컴북스닷컴이 생각하는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올바른 해석>
호서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송성재 교수
디자이너 상당수가 글자를 가지고 일종의 실험이나 변화를 주는 일이 타이포그래피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아요. 기본을 벗어나 타이포그래피가 유랑을 하는 격이죠. 그런 점에서 시각디자인 분야에서 우리가 놓치는 영역이 적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리 화려하진 않지만 베이직한 디자인을 구현해야 하는 분야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가령 디자인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도서 시장의 규모와 책의 가격 등을 견주어 큰 투자가 어려운 것이 출판사입니다. 여기서 디자이너가 제작의 공정이나 비용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일방적인 자기 주장을 할 때가 있습니다. 단행본 출판, 혹은 소량 생산을 위한 디자인은 비록 그들이 클라이언트라는 위치에 있지만 마치 유니버설 디자인이나 소수자를 위한 디자인처럼 인간적인 이해와 배려를 필요로 하죠. 가령 제작 과정과 비용의 효율을 위해 표지와 본문 페이지를 모두 1도로 디자인하는 과제가 검토되어야 한다면, 이것도 디자이너에게는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현안으로서 도전과 기여의 여지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컴북스닷컴 디자인에 대한 필자와의 대화
활자가 너무 작지 않아요?
잘 안 보이십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데 왜 작다고 그러세요?
요즘 책들은 활자가 크고 여백도 넓어서 시원시원해 보이던데.
활자가 너무 크면 한 눈에 들어오는 활자 수가 적어서 글을 빨리 읽을 수 없답니다.
그래도 글자가 커야 빨리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데.
그건 책을 빨리 읽는 것이 아니라 책장을 빨리 넘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겠지요.
맞아요, 작은 활자가 빽빽하게 들어찬 책은 읽기도 전에 부담이 가더라고요.
책을 읽는 게 부담스러우신가 보죠?
아무래도 글씨가 많은 책은 부담이 되죠.
책이 재미가 없으신가 봐요?
뭐,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요즘 책은 그렇게 빡빡하지 않으니까 이 책만 그러면 좀 이상하잖아요.
글자가 너무 크고 글자 사이도 너무 넓으면 읽는 속도가 생각하는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어져서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답니다.
그런데 요즘 책은 글자도 크고 여백도 넓잖아요. 그리고 그런 책이 부담도 적고.
최근 한 십년 동안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책이 많이 밝아졌지요.
밝아졌다니요? 책은 대개 흰 종이에 검은 글자로 인쇄를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만들어진 책은 흰색과 검은 색이 섞인 지면이 되는 셈이지요. 다시 말하면 회색의 종이가 된다는 말입니다.
글자가 얇고 크고 글자 사이가 넓고 글줄 사이도 넓으면 회색이 밝아지고 반대로 글자가 두껍고 작고 글자 사이가 좁고 글줄 사이도 좁으면 회색이 어두워지죠.
그렇겠군요. 그럼 밝은 회색이 좋은 건가요, 어두운 회색이 좋은 건가요?
너무 어두우면 글자가 뭉쳐지고 글줄과 글줄이 구별되지 않아 읽기가 힘들지요. 너무 밝아도 마찬가지예요.
글자가 종이 위에 안정되게 들어붙지 않고 둥둥 떠다니게 되지요. 종이와 글자가 선명하게 구별되지 않아서 오래 글을 읽기 힘들게 되지요.
그럼 너무 어두워도 나쁘고 너무 밝아도 나쁘다?
그렇지요. 원래 너무 라는 말은 지나치다는 뜻이니까 좋을 리가 없겠죠.
그럼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요?
영어로 만들어진 책과 한국어로 만들어진 책을 비교해 보시면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옛날에는 영어로 만든 책과 한국어로 만든 책을 비교하면 한국어로 만든 책이 영어로 만든 책보다 좀 어두웠어요.
그런데 요즘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밝아졌지요.
너무 밝다는 뜻인가요?
그렇지요. 글자가 너무 커진 것이 첫 번째 이유고 글자가 너무 가늘어진 것도 원인의 한 가지죠.
반대로 글자와 글자의 간격은 너무 붙어서 글자의 획이나 점이 구별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책에 사용하는 종이는 옛날에 비해서 많이 밝아졌죠. 종이의 질이 좋아졌고 책에서 사용하는 종이는 점점 더 고급 종이가 되어가니까요.
책이 밝아지는 것이 시대의 추세라는 말씀으로 들리는데.
그렇지요.
그런데 뭐가 문제지요?
책을 읽기가 나빠진다는 점이 문제지요.
밝으면 읽기가 나쁘다?
지금처럼 너무 밝아지면 읽기가 불편하지요.
그런데 왜 점점 더 책이 밝아지지요?
독자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생각을 출판사 사람들이 하는 모양이에요.
안 읽는 사람이야 안 읽지만 읽는 사람은 읽지 않나요?
그렇지요.
그런데 출판사 사람들은 왜 독자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생각할까요?
잘 몰라서 그렇겠지요.
컴북스닷컴 디자인에 대한 마케터와의 대화
새로 나올 책의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책이 너무 빡빡해요. 요즘 이렇게 책 만들면 못 팝니다.
뭐가 빡빡하다는 거예요.
이거 그림도 한 장 없고 사진도 없고 글자만 꽉 찼잖아요.
그럼 책이 글자가 꽉 차지 종이가 꽉 차겠어요.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지요. 요즘 나오는 책 안 보세요.
왜 안 봐요. 매일 보지요.
그럼 요즘 책들 디자인이 어떤지 말씀 안 드려도 잘 아시겠네요.
그렇지요.
그런 분이 책을 이렇게 만드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니까 뭐가 문제인지 말씀해보세요.
좀 시원시원하게 만들어 달라는 거지요.
어떻게 해야 시원시원한가요.
글자도 좀 큼직큼직하게 쓰고 여백도 널찍하게 하고 사진도 좀 넣고 그림도 여기저기 넣고, 왜 요즘 하는 거 있잖아요.
그거야 필자가 글을 그렇게 써야 책이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지 필자가 글만 썼는데 무슨 사진이나 그림이 있겠어요.
필자가 글만 써도 편집이나 디자인에서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만들 수야 있겠지만 왜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모르겠네요.
그걸 모르시니까 우리 출판사 책은 빡빡하고 읽기가 힘들고 따분하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책의 내용이 쉽지 않고 논리 전개가 치밀하고 다루는 소재가 전문성이 깊으면 책을 읽기가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보기라도 좋게 좀 시원시원하게 만들어 달라는 것 아닙니까.
독자가 책을 보려고 사나요, 읽으려고 사나요.
그거야 읽으려고 사겠지만 어느 독자가 책을 다 읽어보고 사겠어요.
다 읽지 않았으니까 책을 사서 읽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책을 손에 들고 척 펴면 글자만 빡빡하니 독자가 책을 사고 싶은 생각이 나겠느냐 그 말이지요.
그러니까 목차도 있고 작은 제목도 있고 머리말도 있지 않습니까. 책 표지에 내용을 요약하고 추천사도 싣지 않습니까.
아 글쎄 그것 가지고 안 된다니까요. 요즘 독자들은 비주얼 세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척 보고 재미있고 읽기 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책을 안 산다고요. 그러니까 다른 출판사들은 원색을 쓰고 그림을 그려 넣고 그러지 않습니까.
지금 사회과학 책을 그림책이나 만화책으로 만들어 달라는 말씀인가요.
그림책이나 만화책을 만들라는 것이 아니라 보기 쉽고 재미있게 보이는 그런 책을 만들어주셔야 독자들이 좋아한다, 그런 말씀입니다.
책이 무슨 그림입니까.
책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림 넣고 사진 넣는다고 책이 좋아지나요.
참, 말귀 못 알아들으시네. 책이 좋아지고 나빠지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요즘 세태에 이렇게 글자만 빡빡한 책은 안 팔린다니까요.
안 팔리긴 왜 안 팔려요. 그림 한 장 없는 책이 천만 부씩이나 팔리고 있잖아요.
그건 그 책이 워낙 유명하니까 그렇지.
그럼 이 책이 천만 부 팔린다고 생각하세요. 책이 흥미진진하고 유익하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독창성이 있으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지 마시고 좀 보기 좋게 만들어주세요.
제발 보기 좋은 책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 좀 하지 마세요. 책은 보는 게 아니라 읽는 것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