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게임의 윤리
컴퓨터게임은 윤리의 수련장
미구엘 시카트(Miguel Sicart)가 쓰고 김겸섭이 옮긴 <<컴퓨터게임의 윤리(The Ethics of Computer Games)>>
윤리는 언제, 어디에 있는 것인가?
폭력과 중독은 게임의 대명사다. 본능과 일탈은 게임에서 자유롭다. 윤리 의식은 마비되는 것일까? 인간이 그렇게 단순할까? 우리는 언제, 어디서 자기의 윤리를 만나는가?
컴퓨터게임은 지난 20년 동안 매스미디어의 표적이었다. 게임이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10대 연쇄살인범의 훈련 장치라는 고발은 게임을 도덕적 패닉을 초래하는 용의자로 만들었다…컴퓨터게임은 영화와 록음악이 그랬던 것처럼 도덕성의 급소가 되었다.
‘서론’, <<컴퓨터게임의 윤리>>, 4쪽.
어쩌다 게임이 도덕성의 급소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는가?
매스미디어는 컴퓨터게임을 도덕적 혼란을 초래하는 주범으로 간주한다. 폭력과 중독은 게임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들을 단적으로 말해 주는 핵심어들이다.
틀린 말인가?
매스미디어가 컴퓨터게임을 단죄할 때 동원하는 도덕은 좁은 의미의 도덕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도덕과 윤리를 광의의 의미로 사용한다.
광의로 보면 무엇이 달라지나?
비행을 야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보다 확장된 개념을 도입한다. 바로 컴퓨터게임의 윤리를 탐색한다. 그는 컴퓨터게임을 오락과 창조의 사회화를 위한 가치 있는 미디어로 본다. 컴퓨터게임은 게임생태계, 즉 정보계 구성원의 윤리 역능을 실험하는 유용한 장이다.
시카트가 컴퓨터게임의 윤리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뭔가?
<데이어스 엑스>라는 게임을 통해 컴퓨터게임의 윤리를 사유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컴퓨터게임이 윤리적 대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윤리적 행위자로서 플레이어, 도덕 의무의 복잡한 네트워크로서 게임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컴퓨터게임의 복잡계 안에서 플레이어와 게임 생산자는 모두 책임 있는 행위자여야 한다.
<데이어스 엑스>는 어떤 게임인가?
전투 기반의 슈팅 게임은 주어진 명령을 따르는 것이 올바른 일로 여겨진다. 하지만 <데이어스 엑스>는 그런 관습을 깨뜨린다. 이 게임은 플롯 비틀기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선악의 구도를 벗어난다. 게임 속 테러리스트가 오히려 윤리적일 수도 있다. 자기 행동의 의미를 반성하도록 플레이어를 강제한다. <데이어스 엑스>에서 윤리적 사유는 권총만큼이나 강력한 무기이고 윤리적 책임성은 가장 적합한 게임 플레이 전략이다.
컴퓨터게임에서 윤리 의식은 어떻게 발생되는가?
디자인된 대상으로서의 게임, 그 대상으로부터 도출된 경험, 그 게임을 경험하는 행위자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한다. 영화나 텔레비전과 달리 상호작용성에 기반을 둔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컴퓨터게임이다. 게임 규칙에 의해 창조된 플레이어 상호작용을 위한 가능성의 공간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컴퓨터게임이 게임 세계를 만들어내는 디자인된 규칙의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규칙과 게임 세계는 고유한 윤리적 가치를 가진다.
규칙의 역할은 무엇인가?
보상이나 처벌을 통해 어떤 식으로 행동하도록 유저들을 강제하는 형식 모델이다. 게임 세계는 허구적이다. 반면 게임 규칙은 현실적이다. 이런 규칙이 만든 공간 안에서 플레이어들은 윤리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한다.
플레이어의 윤리 경험에 대해 게임 디자이너의 책임은 없는가?
있다.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선택과 게임 경험을 구성하는 방식은 디자이너의 책임이다. 게임 디자이너는 승리의 조건이 어떻게 플레이어들에게 경험되어야 하는지를 숙고해야 한다. 그 선택의 본성을 고려해야 한다. 플레이어의 자율성과 주체적 게임 경험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윤리적 게임 디자이너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게임 경험의 윤리를 갈고 다듬을 수 있는 플레이어의 가능성을 믿고 그러한 경험을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을 창조해야 한다.
그들은 윤리적 존재인가?
게임 플레이 이전에 윤리적 존재란 없다. 컴퓨터게임은 비윤리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다양한 행위를 양산하기도 한다. 콘텐츠를 기준으로 윤리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윤리적 주체-되기의 실천이고 노력이다.
윤리적 주체되기란 어떻게 하는 것을 말하나?
게임 경험의 즐거움과 밸런스를 보존하면서 윤리적 사유를 실천함으로써 스스로를 윤리적 존재로 발전시킬 능력과 의무를 행하는 것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윤리의 기준은 뭔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윤리학이다. 덕윤리학은 인간을 선을 열망하는 도덕적 동물로 만들어 주는 도덕적 특성과 실천의 단련과 계발에 대한 이론이다. 저자는 게임 경험 속에서 이러한 덕 윤리를 발견한다.
이 책, <<컴퓨터게임의 윤리>>는 무엇을 말하나?
윤리적 게임 경험의 조건, 즉 윤리적 게임 플레이와 디자인의 잠재성 연구에 복잡한 철학 이론이 사용되고 있지만, 시카트의 주장은 간단하다. 예술 형식이자 오락 형식인 게임이야말로 윤리적 경험을 위한 유익한 대화의 촉매가 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겸섭이다. 국립경상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