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그래픽스 역사
2431호 | 2015년 2월 3일 발행
이인재의 컴퓨터그래픽스 안내
이인재가 쓴 <<컴퓨터그래픽스 역사>>
한국의 컴퓨터그래픽스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누구나 한번씩 말한다.
저거 진짜야? 시지야?
지금은 누구나 피시에서 영상 자막을 만든다.
처음엔 초당 300만 원짜리 일이었다.
“1980년대 초 국내 방송에 컴퓨터그래픽스가 도입되었다. 이후 10년 동안 직접 손으로 그리고 쓰는 재래방식과 혼용되다 1990년대에 이르자 완전히 교체되었다. 이제는 방송 드라마에서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특수시각효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방송 그래픽’, <<컴퓨터그래픽스 역사>>, 65쪽
컴퓨터그래픽스란?
컴퓨터로 제작한 모든 화상 정보, 이를 제작하는 기법과 기술을 말한다. 줄여서 시지(CG)라고 한다.
어떤 종류가 있나?
자막이나 각종 도형 같은 2차원의 간단한 작업부터 물체가 3차원 공간에서 움직이는 3D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각종 영상물의 특수시각효과로 사용하기도 한다.
방송에서는 어떻게 사용되나?
1980년대 처음으로 뉴스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었다. 지금까지도 뉴스에서는 자막, 어깨걸이, 도표, 날씨에 쓰인다. 자막 제작이 가장 흔하다. 편성물의 각종 고지, 드라마의 크레디트도 시지 장비와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다. 가장 큰 변화는 드라마다. 특수시각효과 수요가 급증했다.
드라마 수요가 많아진 이유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르가 다양해지고 연출이 과감해졌다. 적은 인원으로 반복 촬영하여 합성하거나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물을 시지로 제작하여 배경을 합성한다. 시청자 수준이 높아진 것도 시지 수요가 급증한 이유다.
한국 방송에 시지를 도입한 계기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국제 수준의 영상 제작이 필요했다. 컬러 방송을 도입했고, 컴퓨터그래픽스 장비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어떤 장비가 들어왔나?
처음 들어온 장비는 캐릭터 제너레이터(Character Generator) 즉, 문자발생기였다. 이후 자막이나 각종 도형, 라이트펜으로 모니터에 직접 그린 이미지를 평면적으로 움직이는 2차원 그래픽 장비와, 물체가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3차원 애니메이션 장비가 도입되었다. 양대 스포츠 이벤트를 치르면서 장비 숙련도와 제작 노하우가 축적되고 장비 가격이 낮아지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장비 가격은 어느 수준인가?
초기 장비는 대부분 독일과 미국, 영국 제품이었다. 한 대 가격이 수억 원이었다. 1980년대 후반 피시가 보급되면서 가격이 급격히 낮아졌다. 방송사마다 2차원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사용하기도 했다. 토파즈라는 피시 기반 소프트웨어가 일반에 보급되면서 시지를 전문으로 하는 프로덕션도 생겨났다. 그러나 급성장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급성장의 부작용이란?
당시엔 대용량, 고품질의 고가장비 도입이 성공의 전제 조건이었다. 대당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과도한 투자가 이어졌다. 초기엔 시장도 협소했는데 짧은 기간 많은 제작사가 출현하면서 업체 도산이 속출했다.
시장 가격은?
1990년대 3차원 애니메이션이 도입될 당시 제작단가는 초당 300만 원선이었다. 10초짜리 방송용 타이틀을 제작한다면 3000만 원이 들었다. 이미 방송사는 자체적으로 3차원 제작 시스템을 갖춘 상태였다. 시장에서는 기업 홍보물이나 영상광고 제작이 주를 이뤘다. 급격히 증가한 프로덕션에 비해 시장은 제한적이었다.
살아남은 프로덕션은 어디서 활로를 찾았는가?
그들은 특수시각효과에 주목하고 선진 기법을 빠르게 습득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영화를 비롯해 각종 영상물에 그 기법을 접목했다. 1994년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에서 학살된 주민들이 춤을 추며 하늘로 오르는 장면은 국내 특수시각효과의 효시가 되었다. 그 후 <구미호>, <은행나무 침대>, <퇴마록>, <화산고>, <태극기 휘날리며>, <디 워>, <해운대> 같은 국내 제작팀의 눈부신 성장은 짧은 역사에 비해 엄청난 것이었다. 최근에는 국내 프로덕션이 외국 영화의 후반제작, 즉 포스트프로덕션 작업을 담당하는 사례가 늘었다. 외국 프로덕션에 진출한 한국 디자이너도 많다.
한국의 컴퓨터그래픽스는 어떤 특징이 있는가?
선진국보다 30년 늦게 시작하다 보니 사업 내용이 활용 분야에 국한되었다. 우리는 하드웨어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수입해 운용 교육을 받았다. 한국 시지의 역사는 한마디로 방송에서 시작해 광고를 거쳐 영화, 드라마로 이어지는 활용 분야 확장이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 투자를 찾기 힘들다.
먼저 시작한 나라들은 뭘 하는가?
활용뿐만 아니라 발명과 개발의 역사다. 처음 발명한 컴퓨터에 그래픽을 접목시키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로 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이 책, <<컴퓨터그래픽스 역사>>는 무엇을 다루나?
시지의 기본 요소, 기법과 결과물, 목적과 용도를 다룬다. 피시 보급으로 시지는 이제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다. 우리 일상생활과도 깊이 연관된다. 시지의 발전 역사를 살핌으로써 인문학적 이해도 넓힐 수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인재다. 문화방송 미술부 부국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