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츠 시선
두려워질 때
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질 때
내 펜이 넘쳐흐르는 내 두뇌에서 이삭을 줍기도 전에
알파벳순으로 높이 쌓인 책들이
완전히 익은 곡식알을 풍성한 곡창처럼 간직하기도 전에
내가, 별 총총히 박힌 밤의 얼굴에서
거대한 구름의, 고귀한 사랑 이야기의 상징들을 바라보고
행운의 마법 같은 손으로 그들의 그림자를 추적할 만큼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
그리고 내가, 시간의 아름다운 창조물이여,
내가 더 이상 그대를 바라볼 수 없다고,
무분별한 사랑의 마력을 다시는 맛볼 수 없다고
느낄 때, 그때 광활한 세상의 해변에
나는 홀로 서서 생각한다네,
사랑과 명성이 허무로 가라앉을 때까지.
윤명옥은 ≪The Poems of John Keats≫에서 58편의 시를 골라 옮기고 해설해 <<키츠 시선>>을 완성했다. 키츠는 삶을 비극적으로 만드는 슬픔과 고통을 회피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삶 자체에서 그 가치와 존재 이유를 찾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