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콘텐츠 마켓과 글로벌 프로듀싱
미디어 비즈니스 현장 분석 한국 미디어 콘텐츠 비즈니스의 활로를 찾았다
더 넓게 더 빨리 더 깊이, 한류야 움직여!
≪텔레비전 콘텐츠 마켓과 글로벌 프로듀싱≫은 KBS 국제협력실 팀장 배기형의 두 번째 책이다. 그는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 사무국에 국제프로젝트 개발전문가로 일하면서 텔레비전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디어의 국경이 사라지고 콘텐츠는 지구촌을 하나의 시장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번 책에서 한류의 현재를 진단하고 생존 방향을 진단하는 그의 촉수는 예민하면서도 구조적이다. 콘텐츠를 알고 시장의 흐름을 느끼는 전문가는 한류에 대한 기존의 협소하고 방어적인 주장을 일소한다. 더 넓게 더 빨리 더 깊이 움직이지 않으면 한류도 죽고 우리 콘텐츠 비즈니스도 망한다.
새 책 출간을 앞둔 저자에게 커뮤니케이션북스 편집부가 묻는다.
한류에 한국적인 것은 없다고 했는데 말이 되나?
엄밀히 말해 한류의 인기는 한국의 경제력 성장에 따른 드라마나 K-Pop의 세련된 ‘스타일’에 힘입은 바 큽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얼이나 전통문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이지요. 한류는 서구 문화의 변형 혹은 혼성으로서, 문화산업적인 측면에서 한국이란 간판을 건 판촉 브랜드일뿐입니다.
무엇이 가장 시급한가?
질적으로 성숙해야 합니다. 해답은 ‘세계 시장에서의 보편성 획득’입니다. 한류의 일방성을 버리고 현지 수용국가들과 ‘교류’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정책 노력이 절실합니다.
글로벌 브랜드는 상품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견지해야 가능해집니다. 문화산업적인 기능만을 부각하여 한류의 확산을 시장 개척의 시각에서만 보는 것에서 탈피하여 한류의 확산을 상대국과의 문화 교류 활성화로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하는 것이죠.
콘텐츠적인 측면에서는 보편적인 ‘내러티브’를 갖추고 지역, 종교, 인종을 뛰어넘는 설득의 장치를 갖추어야 합니다. 콘텐츠는 ‘내러티브’가 튼실해야 생명력이 있습니다. 천편일률의 얼짱 외모에 의존하는 부실한 스토리의 드라마, 창조적 음악성과 가창력 없이 획일적인 아이돌 그룹 중심의 K-Pop은 금세 피로감과 식상함을 초래합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는 재미있고 흥겨우며, 새롭고, 지겹지 않아야 합니다.
지금 가장 핫한 콘텐츠 마켓은?
마켓은 ‘완성된 영상물’ 거래의 장이 아닙니다. 네트워크와 아이디어가 거래되는 곳입니다. 주요 마켓들의 변별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합한 파트너를 만날 수 있는냐 하는 것입니다. 파트너와의 사전 접촉을 통해 기획 의도와 시기, 지역에 맞는 적절한 마켓을 찾는 것이 현명해 보입니다. 책에는 대표적인 방송 마켓과 그 특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특히 다큐멘터리 마켓의 경우 책에 소개된 마켓이면 그중 어느 곳을 찾아도 네트워크 형성에는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자세히 보면 주요 마켓들 사이에도 시기별로 또 지역별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누구를 위해 이 책을 썼나?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바로 당신입니다. ^^
이 책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국경없는 콘텐츠 경쟁의 시대에 우리 콘텐츠의 살길은 바로 ‘해외 진출’과 ‘국제경쟁력 강화’입니다. 우리 콘텐츠의 세계 진출을 위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만, 실질적으로 국제무대에서 ‘경험적’으로 체험할 기회는 많은 분들이 갖지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실제 현장에서 업무를 진행하며 얻은 지식과 생각을 이 책을 통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의 의미있는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우리 콘텐츠의 미래 전략을 세우는 데 일조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거칠고 부족한 글을 세상에 내놓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국제공동제작을 강추했는데 과연 가능한 얘긴가?
국제공동제작은 해외 파트너와 재정적, 기술적, 창조적 자원을 공유하는 전략입니다. 그래서 우리 콘텐츠의 세계화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국제공동제작을 통하여 제작비를 해외로부터 조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배급망도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콘텐츠의 세계 진출에 유효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국제공동제작은 수요의 불확실성과 위험요인을 유통과정에서 분산시키며 후속시장에서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또 그 효과로 콘텐츠에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가능하게 합니다.
내수시장에서 적자 보는 제작자들이 제작비 투자처를 해외에서 찾지 않는 까닭이 무엇인가?
관심은 있되 적실한 네트워크와 접근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국내 제작사들의 경우, 해외 채널보다는 배급사 위주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국제공동제작에 관한 경험치가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대형 드라마의 경우 선판매로 제작비를 조달하고 배급망을 확보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책에 참여한 다른 전문가는 누구인가, 왜 그들이 필요했나?
이 책은 이론보다 경험과 실제에 비중을 두며 네 분의 전문가 글을 함께 실었습니다. 하시내 님은 콘텐츠 마켓을 통해 국제공동제작에 참여한 독립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입니다. 케이코 방, 김지석, 조지훈 님은 각각 ‘아시안사이드오브더독’과 부산국제영화제 그리고 전주국제영화제의 기획과 행사 진행에 실질적으로 참여한 분들입니다. 모두들 우리 콘텐츠 산업의 세계화를 위한 최일선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며, 이들의 생생한 현장 경험과 발상에서 나온 글을 통해 독자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콘텐츠 마켓의 현장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직업은?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등 국제방송기구 관련 사업과 국제공동제작 그리고 KBS와 주요 해외 방송사와의 콘텐츠 협력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교양·예능 프로그램 피디가 미디어 콘텐츠 비즈니스에 뛰어든 사연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 사무국에 국제프로젝트 개발전문가로 KBS로부터 파견되어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세계의 콘텐츠 시장이 국경없이 글로벌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해외 무대에서 콘텐츠 협력 경험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우리 방송의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의 위상 강화와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업무에 힘을 쏟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렇지만 제작 현장을 떠났다기 보다는 제작의 무대가 넓어진 것으로 이해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지금도 프로듀서로서 해외 방송사와 콘텐츠와 관련된 여러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실제로 국제공동 제작프로그램의 기획과 방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경 없는 TV, 경쟁하는 프로그램>> 이후 두 번째 저술이다. 뭐가 달라졌나?
전작 <<국경없는 TV, 경쟁하는 프로그램>>에서 당시 국제방송기구에서의 우리 위상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토로했습니다. 좋은 예로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의 창설 멤버이지만 한번도 회장단이나 국장급 사무국 요원을 배출하지 못하고 국제기구 내에서 우리가 주도하는 프로젝트가 없었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불과 3년이 채 못돼, KBS가 ABU의 회장사가 되고 사무국의 주요 포스트에 한국인이 배치되고 한국이 리더십을 가지고 국제방송기구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혁혁한 위상 제고가 이루어진 것이죠. 이제는 콘텐츠적인 측면에서 실질적인 글로벌 프로듀싱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우리 콘텐츠의 세계 진출을 위한 주요한 플랫폼은 콘텐츠 마켓과 국제공동제작입니다. 이번 신작 <<텔레비전 콘텐츠 마켓과 글로벌 프로듀싱>>은 바로 이러한 이슈들에 대한 저의 경험과 생각을 천착한 것입니다.